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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중딩 고소미 후기
게시물ID : humorbest_6546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보급
추천 : 84
조회수 : 11865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04 05:32:56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4/04 03:19:46

자다가 깨서 편하게 쓰다보니 반말과 음음체.
http://todayhumor.com/?lol_206051



뭔가 바빠질 하루를 예상하고 오후 무렵 집을 나서서 처음으로 간 곳은 어제 사건이 일어난 그 피시방.

사장님과 이러저러한 이야기 끝에 나는 cctv 를 다시 돌려보며 재차 확인했고, 피시방 카운터 점령해서
cctv 에 찍힌 그놈 출입하는 모습, 나가는 모습, 내 자리 뒤적이는 모습 등을 짤라서 사진 파일로 만듦.

문 연지 얼마 안된 피시방이라 사장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만, 강력한 처벌을 해야된다고 말씀하시더라.
어린 놈이 그 나이에 그렇게도 대담한 짓을 저질렀는데, 이런걸 그냥 넘어가서야 되겠느냐고 하면서 굉장히 협조적으로 도와주셨음.


이때까지 나는 이 간난쟁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고.
일단은 cctv 자료 다 만든 다음에, 혹시나 그놈이 다시 이곳에 올 수도 있을거란 댓글에 의지해 피시방에서 롤을 하며 대기키로 함


한 두판 했나, 새 챔프인 자크로 튕튕 튀기면서 4 0 6 으로 잘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내 어깨를 툭툭 치시더니 
저놈 아녀요? 하고 물어보시더라. 돌아보니 맞지 않는 큰 교복, 퍼런 가방, 어벙한 생김새, 검은 피부. 그놈 맞다.

잡았다 요놈!



도대체 초등학교 졸업한지 몇달도 안된 이 조그만 간난쟁이가 뭘 믿고 돈 훔친 피시방에 당당히 또 왔는지
의문스러웠지만, 어쨌든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으니 당장에 포획 시전. 

그놈은 친구들이랑 같이 와서 뭔 요상한 총질 게임 하는거 보며 떠들고 있었는데, 친구고 나발이고 그놈 어깨 잡아다가
목소리 내리깔고, 야 너 잠깐 이리와봐 하고는 사장님이랑 같이 카운터로 끌고감. 

분위기 험악하게 조성해서 그런건지, 어제 지가 한 짓이 있어서 그런지 뭐라 대꾸도 못하고 끌려오더라. 
확인해보니 예상대로 중1.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간, 예비군 4년차인 내겐 그냥 간난쟁이.



아저씨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에요? 하는 중딩들의 bgm을 무시하고,
cctv 화면 보여준 다음, 이거 너지? 하니까 지는 아니래.

그렇지, 한번에 풀릴리가 있나

너 무슨 게임 하냐? 하고 그놈 자리 보니까 어제 내 옆자리에서 하던 그 요상한 축구 게임, 이름은 차구차구. 예아, 어제 그놈 맞네
처음엔 날 누군지 모르는 것 같았는데, 표정을 보니 그때서야 내가 누군지 알아보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



중딩 꼬꼬마들은 카운터 몰려들어서 뭐에요, 무슨 일인데요? 하면서 달라붙고,
피시방에 막 들어온 고딩들도 뭔가 심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자꾸 몰려들어서 떠들어대니까 뭔 말을 할 수가 없겠더라.

일단은 kda 4 0 6 의 퉁퉁 튀기는 자크와 저쪽 한명 나가서 꽁승 얻게 될 판을 눈물을 머금으며 뒤로하고,
이 모든 일의 주범인 그놈을 끌고 밖으로 나와 다그치기 시작하니까 거짓 알리바이 줄줄 늘어놓기 시작하데.


어제 나는 이 피시방에 오지 않았다. 
나는 지금 피시방 안에 있는 친구 A 와 함께 길 건너 피시방에 갔다.
학교는 4시가 넘어서 끝났지만, 친구 A네 집에서 공부하다가 6시쯤 길 건너 피시방에 갔다.
등등

듣다보니까 기가 차더라. 얼굴 다 기억하고 있는데 어디 감히 되도않는 소릴하고 있나



순간적으로 역전재판 하던게 떠올라서,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던 내 지갑 꺼내서 그놈 보여줬지.

너 지문이라고 알지? 만약 니가 진짜로 이 지갑 건든 일 없으면, 경찰서 가서 한번 확인해볼래?
하는 식의 이야기를 좀 분위기 험악하게 말함. 


뭐 욕을 했다거나 애를 친다거나 한건 절대 아니고, 목소리 중저음에 내리깔고 덩치 큰 아저씨가 노려보면서 말한 정도로.
물론 성인이었다면 들어먹히지도 않았을 협박이었겠지만, 애한테는 이런 것도 통하더라.

그때부터 이 꼬맹이는 울먹이기 시작, 그리고 대화가 진행되지 않음.
악에 받치기 시작했는지 내 얼굴 못 쳐다보고 말한다는 소리가, 만약 내가 안그런거면 아저씨 사과할거에요?

허 이놈 보게.



이때부터 나는 게임할 때만 그나마 돌아가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여 이놈을 어떻게 하면 완전히 끝장낼 수 있을지 생각함

일단 이놈의 이름, 주소, 부모님 전화번호 받아놓고 더 캐묻지 않곤 돌려보냄.
애 있는 앞에서 부모님한테 전화해봤는데 안받더라. 그 꼬꼬마는 핸드폰이 없었고 아버지 번호는 아예 모르데. 

혹시나 가짜 번호라고 해도, 교복 셔츠와 마이에 쓰여진 명찰, 학교 책에 적힌 이름을 확인해서 실명과 학교를 알고 있었으니 충분했음.


징징대려고 시작하는 중딩 붙잡아봐야 나만 귀찮으니까, 일단은 이정도에서 풀어줬고, 같이 온 친구 A 라는 놈이 내 전화번호 적어감.
가면서 뭐랬더라, 뭐 이 일로 경찰이나 학교에 알려지면 안되고 부모님한테 피시방 갔다고 들키면 혼나니까 미리 전화할 수 있게 번호를 달랬던가? 

하여간 뭔 요상한 소리만 하다가 울먹이는 그놈 끌고 같이 사라지더라.
그리고 나는 이 친구 A란 놈이 내 천원짜릴 나눠 처먹은 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됐고.



어쨌든 피시방 다시 올라와 4 0 6 자크가 튕기기 직전인 상태였는데, 아까 웅성대던 그 고딩들은 내 자리 앞에 서서 
이게 신챔프야? 야 이거 튕기기 직전인데 내가 할까?

등등의 드립을 치고 있길래 애들 밀치며 자리에 앉아 채팅창엔 상황 설명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이미 게임은 
너무 망해서 서렌치고 있더라. 탑 아칼리가 15데스인가 해서 가망이 없었음. 그래서 그냥 서렌 수락하고 패배.



그리고 이제 cctv 판독 시작에 들어감.

어제 그놈이 나갔다가 들어왔을 때 모습과 오늘 그놈이 나갔다가 들어왔을 때 모습을 cctv 로 돌려서 확인함.
가방, 교복 크기, 생김새. 흐릿하긴 했지만 모두 일치. 이걸로 어제의 cctv 만으론 좀 부족했던 물증을 완전히 잡아냄

일단은 정성들여 또 이걸 편집해서 그림판 작업으로 저장해두고, 이제 길 건너 피시방에 가서 그쪽 사장님에게 알리바이 확인하러 감.

확인해보니 그 중딩은 혼자서만 피시방에 왔었고, 돈을 훔쳐 달아난건 6시 9분, 길 건너 피시방에서 게임을 한건 6시 15분에서 7시 15분까지 한시간.
중간에 결제 내역으론 3천원 틴 캐시를 천원짜리로만 지불하여 계산했다고 하더라.

시간이 겹치면 내가 오해한게 되는건데, 시간 상으로도 딱 맞아 떨어지니까 이젠 뭐 끝난거지.
그리고 이쪽 사장님과도 한 20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생략.



뭐 어쨌든, 혹시나 싶어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핸드폰 가게, 분식집, 편의점 돌면서 cctv 있는지 확인해봤고,
그중 유일하게 cctv 가 있던 핸드폰 가게에서도 영상을 확인해봤는데 여기선 그렇다 할 증거는 건지진 못했음.

또 어디 cctv 없을까 싶어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길래, 다시 피시방에 올라와 아까 편집한 사진 자료 다시 보면서
만약 오늘 그 중딩 부모가 내 전화 끝까지 안받으면 난 내일 경찰서 간다 하는 심정으로 이를 갈고 있었지.


그때 문자가 한통 날아왔는데, 보니까 걔네 어머니더라구. 일하는 도중이라 전화 못 받았다고, 누구시냐고 하더라.

ㅁㅁㅁ 학생 어머니 되십니까?
네 무슨 일이시죠?


그리고 여기서 난 침묵.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적은 전설적입니다, 가 들리는 피시방 한가운데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함.
막상 당신의 아들은 도둑이오, 하려니까 이것도 못하겠더라.


내가 좀 뜸을 들이니까 중딩 어머니는 혹시 교복집인가요? 일 하느라 통화가 힘드니 문자로 주세요. 했는데, 
나는 아뇨, 있다가 다시 문자 드리겠습니다 하고 보냄.

그리고 생각도 좀 정리하고 시간 좀 끌 생각으로 롤이나 한판 돌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미친듯이 오기 시작. 30분 동안 한 6통이 왔어.
4통이 중딩 어머니, 2통이 중딩 아버지.


어머니보단 아버지가 더 말하기 편할 것 같아서 판 끝나고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이 모든게 그 중딩 보내고 한 네시간은 지난 뒤에 일어난 일.


중딩 아버지는 무슨 상황인지 다 알고 있더라구. 물어보니 그놈이 자백 했다더라.

위에 내가 그놈이 아버지 전화번호도 모르고 있었다고 썼는데, 아버지를 진짜 엄청 무서워 하나보더라구. 
통화 내내 아버지는 나한테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무릎이라도 꿇으실 것 같았는데, 
그 무릎으로 자기 자식 머리를 찍어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였어. 


이야기 듣고 회사에서 방금 뛰어나왔다고, 직접 뵙고 사과해야 되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계속 그러는데,
이러면 도리어 내가, 그렇죠. 머리를 아주 찍어버려야 합니다 하면서 나갈 수는 없잖아.

이야기 하다가, 처음에는 그냥 나도 넘어가려고 했었다고 하니까 중딩 아버지는 아니라고, 도리어 이런 일은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뿌리부터 뽑아 고쳐야 된다고 하면서 하시더라.

아버지가 말이 통하시는 분이길래 그냥 나도 일이 커지는건 싫다, 경찰서에 갈 생각도 없고 학교에 알리고 싶지도 않다.
그냥 다음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 는 식으로 좋게좋게 이야기 했지.


그래서 이 중딩이 찍힌 cctv 편집한 사진들을 내일 그 중딩 아버지 메일로 보내주기로 하고, 일단은 집에 옴.
너무 피곤해서 자다 깨니까 새벽 2시네. 

쓰다보니 한시간이나 지났구나.

일단은 나도 무슨 말을 쓴건지 모르니까, 그냥 그걸 감안하고 읽어줘.





그리고 눈물의 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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