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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착한간부가 되고싶었습니다.mil
게시물ID : humorbest_6801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yun83k
추천 : 65
조회수 : 8679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20 07:33:1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5/20 01:19:38

부사관 관련한 내용들이 참 많길래 보다가

병사들에게 따뜻하고 좋은 간부로 전역하신 분 글을 봤습니다.

부럽네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라  군생활을 돌이켜 볼 시간도 없었는데

베오베를 보다가  문득 저의 군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네요.

 

군대가 사람을 버려놓긴 하나봅니다.

지금도 남한테는 좋은사람 , 가까운 사람에겐 힘든사람이거든요.

 

저도 따뜻하고 좋은 간부인줄 알았습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자부심보다는,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만 한가득 남았네요

 

 

 

제가 바라본 군생활은 마라톤 코스같은 것이었습니다.

 

대대장은 2년마다 바뀌는 감독같은 존재였고

감독은 2년안에 많은 성과와 메달을 얻어가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저희 담당원사가 참 좋았습니다.

원사는 코치같은 존재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감독눈치를 봐야하고

코치는 감독이 좋은 성과와 메달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존재였습니다.

 

참 바보같이 열심히 달렸습니다.

칭찬을 받고싶었고 , 뒤로 쳐지고 싶지도 않았고, 저희 원사가

욕먹는 것도 싫었습니다.

아니, 대대장은 어차피 갈 사람이니 아무 필요없었고

저희 원사가 욕먹는 것이 싫어 열심히 달렸습니다.

 

제가 달리려면 제 병사들을 괴롭혀야 했습니다.

외울 필요도 없는 것들을  외우게 해야했고,

평가때마다 좋은 성적을 내려고  괴롭혔습니다.

대충대충 해도 되는 것들을  FM으로 하려했습니다.

 

선배 간부들이 근무시간에 자거나 , 술을 먹거나 , 노는 것을 보면

속으로 욕도 많이 했습니다.

선배 병사들이 대충대충 군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저의 병사들이 참 미안하고 불쌍했습니다.

 

저도 대충대충 하고싶어도 우리 나이많은 원사가

대대장한테 자존심 상할까봐 어쩔 수 없이 열심히 했습니다.

눈치보는 저때문에 , 저의 병사들도 눈치를 봐야했고

그 미안함 때문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다른간부를 만났으면 우리애들도  참 편했을텐데...

하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

.

.

.

잠못자고 근무를 서는 일이 많다보니 코피 터지는 일이 수도없고

너무 괴로웠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지금 뛰고있는 코스가

42.195 키로로 끝이 있는 마라톤 코스가 아닌

30년 이상을 달려야하는 코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달리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오래 달려야 되는 것임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끝이 있는 코스인줄 알고 달렸습니다.

열심히 달리면 되는 것인줄 알았습니다.

 

저와 제 병사들의 페이스나 상태를  스스로 조절하며 달려야 되는 것임을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단거리처럼 달렸습니다.

페이스도 잃었고, 몸도 만신창이고 , 뛰고싶은 마음도 없어졌었습니다.

 

대충대충 뛰는 선배들이  멍청한게 아니라

현명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애들한테 미안해서  참 많이 울었고,

성과만 얻어가려는 감독과  그 감독 눈치보며 선수를 다그치는 코치,

선수가 힘들어 해도 쉬게 할 수 없는 그 코치의 속마음을 알고나서

많은다짐을 했습니다.

 

군대에 있어봐야 저도 코치가 될 것이 뻔했기에

뛰는 만큼 얻을 수 있는 사회에 나갈 것이고,

열심히 하는 만큼 보상이 있는 삶을 살기로...

 

코치처럼 되고싶지 않았습니다.

마음아파하며 저의 병사들을 달리게 하고싶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남한테는 좋은사람, 가까운 사람에겐 힘든사람이었습니다.]

다시는 그 말을 듣기 싫었습니다.

 

윗사람한테는 성과를 내어주니  항상 좋은사람이었고,

저의 병사들에게는 힘들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군생활하시는 간부님들.. 장거리 코스입니다.

눈치보며 남을 위해 달리지 마시고

병사들 후임들을 돌아보며 , 페이스를 유지하십시요

소신껏 달려야 오래달리고

군대는 중간만 가는것이 진리이더라구요.

 

메달, 상장 수도없이 받았지만

경기장을 나오니 아무 필요없더라구요

 

눈치보는 코치 만나서 이유도 모르고 달리기만 했던

내 착한 조원들아

이제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혼자서 이렇게 한다.

내가 제일 힘든 순간에 만나서 제일 많이 고생시켰던

재윤이,동준이 , 무성이, 종석이 ,상하 , 기인이, 종철이,

귀여운 정무.. 다른애들도 기억 다 나지만

니들이 나때매 진짜 고생해서 맘아팠다.

 

모두들 성공하고. 예방주사 맞았다 생각해라^^

누구를 만나도 나보단 착할테니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도 김중사보다는 낫다 생각하며 버틸수 있을테니

예방주사 확실히 맞은거야

 

그리고 지금도 듣는다.

[남한테는 좋은사람 , 가까운사람에겐 힘든사람]

잘안고쳐지네...

 

여자친구한테 미안해서 고민만하다가

군생활 돌이켜보니 , 웃음도 나고 , 맘도 아프고 그래서

글을 끄적였다.

 

속이 다 시원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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