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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에서 찾아보는 자타카(jātaka)
게시물ID : humorbest_722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랍샤
추천 : 43
조회수 : 5638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01 15:01:5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8/01 13:48:19
먼저 스포 있다는 거 미리 말씀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어제 설국열차를 본 남자 오징어입니다.
설국열차를 보던 중에 유독 낯이 익은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일단 설국열차 보신 분만 스크롤 내려주세요.
 
 
 
주인공 커티스가
영화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하지요?
 
 
36045_79622_541.jpg
 
 
 
 
[ 사람이 천 명도 넘게 꼬리 칸에 갇혔어.
처음에는 살았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곧 아비규한이 펼쳐졌지.
천 명도 넘는 사람이 먹을게 전혀 없었거든
그래서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어.
 
(중략)
 
그런데 어떤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뒤에 감춘거야.
나는 칼을 들고 아이를 내놓으라고 했어.
여자가 거절하자 여자를 찔러 죽였지.
그리고 아이를 잡아 먹으려고 했어.
그런데 그 때 길리엄이 나서더군.
그리고는 배가 고프면 이 아이를 먹지 말고
자신의 팔을 먹으라면서
팔을 잘라서 우리에게 줬어. ]
 
 
 
 
설국열차의 성인이자 커티스의 정신적 지주인 길리엄이
어떻게 꼬리칸을 바꿨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 대강 설명해주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자타카(jātaka)의 한 이야기가 떠올맀습니다.
 
 
 
 
 
 
자타카(jātaka)란?
-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설화집.
부처님이 고타마 싯타르타로 태어나 열반에 이르기 전까지
환생을 반복하며 살았던 삶을 담은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는 본생담이라고 불린다.
 
 
 
 
Pillar_showing_Jataka_Stories_5.jpg
 
자타카의 내용을 새긴 돌기둥.
사진 출저 : http://blog.naver.com/yinolbu?Redirect=Log&logNo=150111678889
 
 
 
 
 
일단 자타카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히말라야에서 이름 없는 수행자의 삶을 사셨을 때 이야기 입니다.
수행을 하는데 갑자기 작은 까치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 매에게서 쫓기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했죠.
수행자는 선뜻 자신의 뒤에 숨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곧 까치를 잡으러 온 매가 수행자에게 찾아 들었습니다.
 
 
 
 
매 : 님, 뒤에 숨긴거 뭐임? 내 밥이니 주삼.
 
수행자 : ㄴㄴ. 애 불쌍하니까 살려주라.
 
매 : 헐. 쟤만 소중한 생명임? 나도 살아 있는 생명임.
난 뭐 먹으라고요?
 
수행자 : 좋다. 그럼 내 팔을 주마.
 
 
 
하고 팔을 썩뚝 잘라서 매에게 던져주었다고 합니다.
매는 까치와 저울(여기서 왜 저울이 나오는지는 따지지 맙시다.)로
팔의 무게를 쟀는데 까치가 더 무거운 겁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곧 이어 다른 팔, 두 다리를 줬습니다.
하지만 까치가 더 무거웠지요.
그래서 스스로 온 몸을 저울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드디어 수평을 이루었지요.
수행자는 매에게 까치 대신 자신을 먹으로 선뜻 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놀라운 시추웨이션.
펑! 하더니 매가 인드라(제석천, 힌두교와 불교에 나오는 신)으로 변하는게 아닙니까.
 
 
%C0Ε%~1.JPG
 
 
 
인드라 : 사실 너님은 다음 생에 부처로 태어나 모든 이들을 구원하고 열반에 들게금 예비되어 있었음.
그런데 그렇게 험한 일을 아무렇게나 맡을 수는 없으니
내가 나서서 당신이 중생을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지 시험해 본거임 ㅇㅋ?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절한 인드라는 뾰로롱★인드라 매직으로
수행자를 본래 모습으로 되돌려주었다고 해요.
 
 
 
어쨌든 이 수행자는 다음 생의 어느 왕자로 태어나고
후에 출가해 생로병사의 모든 이치를 해탈해
많은 이들을 깨달음에 이르게 한 인류의 스승인 부처님이 됩니다.
 
 
 
 
 
7.jpg
 
 
 
영화 속 길리엄은 매우 독특한 존재입니다.
자세한 것은 스포가 되지만
커티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변함 없지요.
 
 
 
 
설국영화 속에 기차는 철저한 계급사회입니다.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상위계층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중위계층
객석에 봉사하면서 사는 하위계층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불가축천민인 꼬리칸.
 
마치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삶을 영위한채 영원히 레일 위를 도는 기차는
전생과 환생을 영원히 반복하는 불교적 세상관을 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커티스는 돌고 도는 기차의 세상을 깨부숩니다.
그리고 윌포드와 길리엄 둘다 말하지요.
 
'네가 이곳의 지도자가 되어야 해.'
 
하지만 커티스는 기차의 지도자가 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대신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한 쪽 팔을 희생하고
그 결과로 인해 영원히 돌 운명에 처하던 기차가 완전히 박살납니다.
물론 이 때문에 기차 안의 삶은 박살납니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외부로서의 삶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왕자로 태어나 왕으로 살 운명이었던 석가모니께서
스스로 모든 것을 버리고 나와 부처가 되신 후에
윤회 안에서 열반의 길을 여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설국열차가 정말 무슨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지는 감독만이 아시겠지만
이렇게 비교해보면 참 재밌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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