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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들은 읽지 마세요.
게시물ID : humorbest_727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빵구쟁이
추천 : 92
조회수 : 9441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08 11:56:4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8/08 09:40:01


친구놈이 얘기해 준 자기 삼촌 이야기예요. 
삼촌도 낚시를 엄청 좋아하는데, 자기 친구랑 같이 안 가고 꼭 혼자 간대요. 
자기한테 올 고기가 친구한테로 갈까 봐. 
완전 낚시 폐인이죠. 

어느 날 누구한테, 어디 어디 작은 무인도 갯바위에 감성돔, 참돔 엄청 올라온다 카더라. 
딴 낚시꾼들 그곳 잘 모른다 카더라. 뭐 이런 카더라 얘길 들었나 봐요. 
평일이었지만 밤에 차를 타고 근처 방파제까지 갔는데, 거기로 들어갈 배가 없었던 거죠. 낚시방 문도 다 닫혀 있고. 
그냥 막 신나서 아무 생각 없이 차를 탔던 자기를 자책하고 조금 떨어진 편의점에서 캔커피 하나 마시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작은 배에서 내리는 겁니다. 붙잡았죠. 
어르신, 이러이러한데 배 한번 태워 주시면 안 되겠냐고. 꼭 좀 부탁드린다고. 물론 기름값은 당연히 드리겠다고. 
근데, 그 할아버지가 거기 갯바위는 가지 말라고 했대요. 배 타는 사람들도 거기 근처는 안 간다고. 
돈 좀 더 얹어 주겠단 말에 그 영감님도 승낙하고 배 시동을 켰죠. 
삼촌은 아까 그 편의점에 가서 돈 찾고, 담배 한 보루 샀대요. 아. 보루는 일본말인가. 담배 한 묶음. 10갑. 

갯바위 도착 전 영감님께 돈 주고 담배까지 한 묶음 드리면서 고맙다고, 
아침까지 있을 테니 아침에 다시 태우러 오시면 된다고 그러고 내렸는데, 그 영감님이 부르더래요. 
총각 담배 피우냐고. 안 피운다 했더니 아까 그 담배와 자신의 라이터도 건네면서 
"이거 가지고 내려." 그랬대요. 
아니라고. 담배 안 피우니 영감님 태우시라고 그랬는데, 
"담배 불빛을 싫어한다 카대."란 말을 남기고 배를 빼더랍니다. 
뭔 소린지 몰랐지만 어쨌든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던졌죠.

 진짜, 던지고 밑밥 뿌리기도 전에 입질이 온 겁니다. 
신났죠. 낚시하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힘들인 밀당을 거쳐 올린 놈이 5짜 감시(50cm 감성돔), 
입이 귀에 걸려서 추가로 가지고 간 낚싯대 몇 개를 더 폈대요. 
그렇게 얼마나 낚아 올렸을까요. 담을 데가 없어서 30cm 밑으론 다 보내주고 큰놈만 잡아 올렸죠. 

그리고 잠깐 뜸해진 타임이 있었는데, 초반에 너무 힘을 빼서인지 살짝 지쳤대요. 
왜 그럴때 있죠. 구름이 달을 가려 밤이 더 어두워질 때, 바람 소리에 사람 소리가 섞여 나는 겁니다. 
귀 뒤쪽에서 좋냐고 묻더래요. 고개를 돌려 봐도 아무도 없죠. 닭살이 돋았죠. 
하지만 체력 방전 때문이라 생각하고 껌을 씹고 캔커피도 마시면서 다시 낚시에 몰두. 
펼친 낚싯대 하나의 야광찌가 물속으로 푹 들어가는 걸 보고 "오케이!!" 들어 올렸죠. 
근데, 꿈쩍도 안 더래요. '돌에 걸렸나.'란 생각에 원줄을 끊으려고 했는데, 
또 바람을 타고 귀 뒤에서 "돌은 무슨 돌 ㅋㅋㅋ" 그러더래요. 
소름끼쳐 낚시대를 놨는데, 옆에 낚시대에 찌가 또 바다로 푹. 
들어 올리려고 했는데 꿈쩍도 않더래요. 또 귀 뒤에서 "ㅋㅋㅋ 이번에도 돌일까 봐." 
"으아 이 씨발." 
고함을 치면서 바다에서 떨어져 나왔는데, 
"ㅋㅋㅋ 거기나 여기나." 소리에 정신을 반 쯤 놨을 무렵, 영감이 하던 말이 생각났죠. 
'담배 불빛을 싫어한대.' 

아까 받은 담배 하나를 까서 불을 붙였죠. 
고등학생 때 친구가 그렇게 권해도 거부했던 담배를 그렇게 처음 피운 거죠. 
기침을 콜록대면서 빨간 불빛을 내며 피우고 있으니 "에이 빨리 피워. 기다릴게."그러더래요. 
얼마나 피웠을까요. 목이 아프고 코가 매워서 손에 들고만 있었는데, 
귀 뒤에서 그러더래요. 
"다 피웠으면 낚시 다시 할까?" 
다시 담배를 물었죠. 꺼지기 전에 또 다른 담배에 불을 붙이고 붙이고. 머리가 띵하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피우다가, 
차라리 귀신한테 죽는 게 담배 더 피우는 것 보다 낫겠단 생각이 들더래요. 그래서 욕을 하면서 
"에이 씨발. 몰라. 왜. 도대체 왜 그러는데. 왜!!!" 하고 뒤를 돌아 봤는데, 
갯바위 뒤쪽으로 뭔가 슥 숨는 게 보였대요. 

플래시 켜고 욕을 계속하면서 
"그래 씨발. 니 죽고 내 죽자." 하면서 갯바위를 빙 돌았는데, 못 찾았죠.
"씨발 개 ㅈ 같은 게 도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내한테 지랄이고. 미친 이 ㅅㅂㄴ이 기어 나오라고. 나와서 지랄하등가." 
막 오만가지 쌍욕을 다하면서 찾으려고 갯바위를 뛰어 다녔죠. 
찾았을까 봐요? 아니죠. 못 찾았죠. 
다시 씩씩대며 자리로 돌아왔다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어요. 
고기들은 목이 다 따져서 피를 흘리고 있고, 낚싯대는 다 곱게 접어서 가방에 들어있었대요. 
그리고 뒤에서 옆구리를 슥~잡더니 귀에 대고 
"이제 회 뜨러 가자" 

기절초풍하며 쓰러졌는데 누군가 뺨을 계속 짝! 짝! 때리더래요. 
눈을 뜨니 날은 밝았고 눈 앞에는 어제 그 영감님이 괜찮냐고 묻고 있었죠. 
삼촌은 울면서 "영감님 여기 왜 이래요, 어제 뭔 가시나가 미쳐서 내 뒤에서 자꾸 뭐라 씨부리고 고기 목 다 따놓고 주절주절...." 
그러면서 자리를 봤는데, 낚시대는 그대로 펼쳐져 있고, 고기는 아이스박스에 그대로 있더래요. 
홀린 거죠. 
그걸 보니 더 울음이 나더랍니다. 
영감님은 됐다고, 빨리 타라고 하고 낚시대 정리하고, 고기통 싣고, 짐 다 챙겨서 탔죠. 
그리고 영감님께 담배 드리려고 꺼냈는데, 두 갑 밖에 없더래요. 주머니에 있는 한갑은 반 쯤 비워있고. 
'아 씨발 뭐지.' 
방파제 도착해서 배에서 내려 인사하고 차에 짐 놔두고 운전석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죠. 
그리고 시동을 켜고 창문을 열면서 출발하려고 하니 뒷자석에서 나오는 소리. 
"잘가" 


삼촌은 남은 두 갑을 차에서 마저 다 태우면서 집에 왔대요. 





ps. 근데 진짜 무서운 건요,
그 삼촌은 그때 그 지칠 정도의 손맛을 못 잊어 한동안 상사병 같은 걸 앓았대요.
가고 싶어서 짐을 쌌다가 정신 차리고 풀고. 
다시 쌌다가 뺨을 때리면서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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