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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과 장교는 왜 쓸데없이 기싸움을 하는 것일까
게시물ID : humorbest_7402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북치는청년
추천 : 60
조회수 : 8879회
댓글수 : 2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29 18:54:13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8/28 14:22:45
사실 군생활 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임.
 
친구들 이야기 들어봐도 이상하게 제가 있던 부대에선 소위 말하는
 
장교와 부사관 사이의 '파워 게임'이 유독 심했습니다.
 
웃기게도 그 시발점은 대대장과 대대 주임원사.
 
 
 
둘 다 사단에 있는 중령, 원사 계급 중 짬이 높기로는 세 손가락에 꼽던 이들이었고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고 일을 워낙 잘 처리 하기로 유명하고 군 생활의 대부분을 일선 야전에서 구른데다가
 
무엇보다 10년이 넘도록 특수전 부대에서 군생활을 해서 그런지 존나 쓸데없는 자존심이 무척이나 높았죠. 
 
 
 
평소에도 물론이고 전술 훈련시에도 그 쓸데없는 기싸움은 나날이 심해져 갔는데
 
그 사이에 끼인 중대 본부 아저씨들과 각 중대 행정병들이 너무나 불쌍해 보일 정도였죠.
 
 
 
한 예로 훈련이 없을때 대대 주임 원사가
 
 
 
'이러이러한 일을 해야 하니 각 중대에서 몇 명씩 올려 보내라'
 
 
 
라 해서 올려 보내고 지시한 일을 시작하면
 
몇 십분 후에 대대장이 귀신같이 알고 나타나
 
 
 
'아니 그 일보다 저런저런 일이 더 급한데 왜 그걸 지금 하나 이 인원들 지금 작업 그만두고 내가 방금 말한 일부터 시작해라'
 
 
 
해서 다른 일 시작하면 몇 십분 후 대대 주임 원사가 나타나
 
 
 
'야 이 XX들아, 주임 뭔사 말이 X같이 들리냐 XXXX'
 
 
 
등등 이하 생략. 
 
 
 
그리고 휘하 중대의 모 소대에서 어느 병사가 사고를 쳤다,
 
그럼 대대장은
 
 
 
'하 그 소대 부소대장이 보좌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거 아니냐 부사관들 정신 안 차리냐'
 
 
 
여기에 발끈한 대대 주임 원사가
 
 
 
'뭔 소리냐 그 소대 소대장이 제대로 지휘를 못 해서 그런거 아니냐
 
일선에서 병사들과 같이 고생하는 부사관은 왜 걸고 넘어지냐'
 
 
 
이러며 또 쓸데 없이 싸우곤 했습니다.
 
간부 사격 측정시 장교 합격률이 더 높냐 부사관 합격률이 더 높냐 하면서
 
휘하 장교, 부사관들 갈구며 신경전 벌이는건 애교로 보일 정도였죠. 
 
 
 
문제는 계속 이러다 보니 아무 문제 없이 지내던
 
각 중대의 장교와 부사관 사이에도 알게 모르게 골이 패이기 시작했고
 
어느날 참 존나 찌질한 사건 아닌 사건은 벌어집니다.
 
 
 
그 전에 참고할 사항으로 저희 부대는 보통 전술 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복귀한 그 당일날,
 
당직 사관은 보통 각 중대에서 가장 짬이 안 되는 간부가 맡고는 합니다.
 
대대 당직 사령이라면 그 대대 중대장이나 참모들 중 가장 짬이 안 되는 간부가 맡구요.
 
 
 
아무튼 연대급 전술 훈련을 마치고 늦은 저녁에 부대 복귀,
 
당시 저는 분대장이었는데 가위 바위보에 져서 당직 부관을 맡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몇 달 전 제 대대에 신입 부사관들이 대거 유입된 관계로 제 중대를 포함, 
 
제가 속한 대대의 모든 중대의 당직 사관은 모두 부사관이 맡게 되더군요.
 
 
 
뭐 당직 사관이 신입 하사라 알려줄 것도 좀 있을거고 
 
전술 훈련 복귀날이라 평소보다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내일은 애들이 한창 정비할때 근무 취침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오히려 기대가 되더군요.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같이 당직을 서는 당직사관 - 신참 부소대장 - 이 전화를 받더니만
 
당직 사관 완장과 장구류를 다 풀고 어디론가 급히 가더군요.  
 
 
 
'뭐지?! 말은 해주고 가야할거 아니야? 신참 하사 찌그레기가 빠져가지구'
 
이러고 있는데 약 20여분후 제 중대에서 가장 짬이 안 되는 소대장이 씩씩대며 와서
 
당직 사관 완장을 차더군요.
 
 
 
본인 : 어라 X소대장님, 왜 갑자기 당직 서시는 겁니까?
 
X소대장 : 아놔 이런 XX, 갑자기 부사관단 회식 한다고 울 사단 부사관들 죄다 고기가 맛있는 XX회관으로 몰려 가더라 ㅅㅂ
 
              보고서 작성하고 샤워하고 인던 돌려는데 갑자기 당직 서랜다 시부럴......  
 
본인 : 예?! 아니 금일에 우리 연대 훈련 복귀한거 뻔히 알면서 왜 오늘 한답니까?!!
 
X소대장 : 보나마나 울 대대 주임 원사가 일부러 오늘 하자고 사단 주임 원사한테 꼬드겼겠지 아오 젭라......
 
본인 : ......에 설마 진짜 그러겠습니까? 아무리 우리 대대장하고 주임 원사가 사이가 안 좋아도 그렇지 설마?
 
X소대장 : 야 임마 그네들 평소에 하는거 봐봐라 그러고도 남을 넘들이여.
 
본인 : ......어라? 그럴듯 하지 말입니다?
 
 
 
하 거참 할 말 없더군요.
 
설마 했지만 그 다음날, 부사관단 회식 꽤나 길어졌고
 
덕분에 사단의 모든 부사관이 술병으로 꼴아서 못 일어나 출근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 물론 훈련 후에도 온갖 할 일이 많은 간부들의 모든 일은 장교들이 부담해야 했고 거기에 애꿏은 행정병들도 더 고생을 하고 -
 
의도적이었구나 확신이 들었습니다.
 
어휴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유치하게 왜 그러는지 원. 
 
 
 
아 물론 저는 애들이 각종 정비하고 물품 회수하고 개수 맞추고 대청소 하느라 졸 바쁠때
 
혼자 내무실에서 늘어져라 근무 취침 하느라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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