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약혐) 잃어버렸다 되찾은 인생 한방.Ssul
게시물ID : humorbest_8650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라더다메오
추천 : 36
조회수 : 6500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4/14 00:02: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4/13 20:48:03
3월 학기가 시작되고, 복학해서 같이 다닐 사람이 없다는 친구 녀석과 아무 의미 없이 붙어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피파.

피파만 외길인생 10년을 걸어왔다는 친구의 말이 미덥지는 않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선수의 구단이나 장래성을 줄줄이 읊어대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놈의 열정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었다. 분명 이놈이 그 열정으로 공부를 했다면 스물 다섯의 나이로 교수가 되었을 것이다.

축구 인원 11명에는 볼보이도 끼어 있는줄 알았던 내가, 엘 클라시코는 유명한 명품백이 아니라는 사실을 군대에서 알게된 이 내가 피파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모바일까지 설치하여 첫승의 기쁨을 누리던 나는 이제 챌린지 리그 전설을 두번 찍어보았고, 폴란드의 한 팀으로 정착하여 폴란드리그 35시즌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물론 워낙에 축구를 모르는 탓인지 실제로 플레이한 경기중 이겨본 경기는 없었다. 나는 항상 내 선수의 탓을 했지만 어느덧 구단가치 2500만 ep를 찍은 지금은 그 변명도 잘 먹히지 않았다.

나의 손가락에 문제가 있나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모바일에서는 그런 걱정을 잊을 수 있었기에 나는 모바일에 전념했다.

한달만에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구단가치 2500만을 찍는데에는 강화장사의 덕이 매우 컸다.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한 가격의 선수를 딱 3강까지만 만들어 판 뒤 피씨방에 갈 때마다 수수료를 적게 내고 돈을 받는 나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10년간 외길 피파를 해온 친구의 구단가치는 6천만에 불과했으니 친구가 분할만도 했다.

그러던 중 로패가 진행되었고, 나는 2주 전부터 사모은 이영표 형님과 지단의 아들 덕분에 1500만 ep를 보상으로 받았다.

한번도 본적 없던 큰 숫자를 보게되자 나는 봄을 맞은 망아지마냥 흥분하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허튼짓 할 생각 말고 좋은 선수 한둘 사는게 장땡이라고 조언했지만 그때의 나에게 그런 사고는 불가능했다.

평소 40~50만으로도 잘만 해오던 강화장사였기에 나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백만 대군을 얻는다는 기분이 이럴까? 심지어 나는 백만도 아닌 1500만 대군이다. 나는 우주를 정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겁이 없어진 나머지 나는 10만원대의 선수를 사용해 4강을 만들기 시작했다. 

펑...펑...펑...  이 소리는 내 뒷자리에 앉은 한 신입생의 악마사냥꾼이 말티엘을 잡으면서 내는 소리가 절대 아니었다.

단지 10분만에 내 1500만 대군은 700만 중(?)군으로 줄어있었고, 그제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걸 깨달은 나는 큰 소리를 내며 침을 삼켰다.

이대로는 안됐다. 내 소중한 자금을 만회하기 위해선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홀로 구단가치의 절반을 담당하고 계시던 로이스 형님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겁도 없이 로이스 2+1을 노제물로 성공시켜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의 피파 외길인생 10년을 헛된 시간낭비로 만들어 버렸던 나는 이제서야 로이스의 귀한 옥체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손은 눈보다 빠르고 사고보다도 빨랐다. 어느새 나는 로이스 2카를 구매했고, 제물도 완비되었다.

수많은 강화장사의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수없이 많은 3+2를 붙여보았던 나는 이번에도 나의 운과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개의 카드가 하나로 합쳐지며 빛을 내는 순간, 나는 흥분한 나머지 제물은 놔두고 로이스를 합쳤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머지 부질없이 손을 내저어대던 나는 화면 앞에 뜬 로이스의 영정사진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 그는 아름다웠습니다. 화면속의 로이스는 날 보며 슬프게 웃고 있었다. 잘가.. 로이스 형... 로이스는 사랑입니다..

옆에서 킥킥대는 친구의 면상을 한대 시원하게 갈겨버릴까도 싶었지만 친구에겐 죄가 없었다.

나는 사태가 돌이킬수 없음을 직감했다. 구단가치는 절반이 되어있었고, 남은 돈은 약 400만 ep..

지금와선 참 이상한 생각이었지만, 그땐 왜인지 로이스가 없는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진 선수들을 전부 처분했다. 13 야투, 13 메시, 10 람 4카 등등이 속절없이 팔려나갔다.

모든 선수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 삶을 시작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물로 사용하다 5카가 되어버린 토레스 무뇨즈 찡은 도무지 팔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팔리지 않는 선수따위 내 선수가 아니다! 하며 나는 토레스 무뇨즈의 6카를 진행했고, 로이스를 제물삼아 토레스 무뇨즈 찡은 당당히 6카가 되었다.

참 허탈했다. 로이스가 성공했다면 지금쯤 내 인생은..

그렇게 처분한 ep는 간신히 1900만 정도였고, 마침 ep 회수데이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카드 뽑기운은 그닥 없는 편이었지만 탑50에서야 뭔들 나오지 않겠느냐는 근거없는 확신에 휩싸인 나는 그대로 1500만 ep를 내고 패키지를 구매했다.

옆에서 또 지겨운 그 친구가 더러운 입냄새를 풍기며 응원하고 있을때 나는 그만두어야 했지만 돌아갈 곳도 없었다.

모든 카드를 개봉하였는데, 내가 아는 선수는 10 호날두가 전부였다.

나름 호날두가 나왔다고 기뻐했지만 이적시장의 가격은 매몰차게 날 후려쳤다. 130만 ep... 내가 건질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남은 돈을 보니 약 500만 ep가 전부였다.

나는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499만ep 를 시도했고, 부질없이 실패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나는 눈물을 흘리며 로패를 회상했다. 그것은 바로 그제의 일이었다. 그제의 나는 우주를 정복할 줄 알았는데 지금 나는 구단가치 8000원의 초라한 패전 장군이었다.

이것저것 모두 처분하니 단돈 40만 ep가 있었을 뿐이다. 친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라고 했지만 위풍당당한 군대를 거느리던 나에게 듣도 보도 못한 J.페르난데스와 A.듀란트 등은 전혀 동기가 되지 못했다. 

한동안 피파를 하느라 소홀했던 악마사냥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다시 피씨방을 찾은 나는 혹시나 하는 미련에 접속 보상을 받기 위해 피파를 켜놓은채 말티엘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집에 갈 때가 되었다.

한번도 나에게 뽑기운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물론 오늘도 그럴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영원히 예외는 없을 것이다.

아무런 기대도 않던 나에게 월베포함 10 베스트 100 카드가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모니터를 가까이에서 보았고, A.아르벨로아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다시 의자에 파묻혔다.

모든 카드가 허망하게 끝나버렸고, 남은 것은 10 탑 200 강화선수팩이었다.

월베 포함에서도 좋은게 안나오는데 여기서 뭐가 나오겠어.. 싶었다.

나의 피파는 이대로 안녕이구나. 한달간 즐거웠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KakaoTalk_5b12905d79a63eec.jpg


나보다 더 놀란 친구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 사진도 내가 아닌 친구가 찍은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기분이 좋아져서 이적시장을 뒤지던 중, 나의 구단가치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토레스 무뇨즈 6카가 판매되지 않은채 남아있는것을 알게 되었고,

즉시 축하 폭죽 세레모니를 준비했다.

친구가 옆에서 한사코 말렸지만, 나의 기쁨은 더 큰 폭죽을 준비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제물로 사용하던 토레스 무뇨즈가 야금야금 은카를 달더니 결국엔 7카에 성공해버린 것이다.

모두가 천원짜리 선수 혹은 0카인 내 구단에서 펠라이니와 토레스무뇨즈 단 두선수로 구단가치는 4500만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인생은 단 한방이다.

심지어 제물용 선수 토레스 무뇨즈는 나의 전성기 시절 로이스 형님의 몸값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니 이걸 팔지도 못하고 쓰기도 뭐하지만 이렇게 악착같이 나와 함께하는 것이 기뻐 주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나는 피파3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시험기간이니 공부나 해야겠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