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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아이스크림, 애증, 늘어짐.
게시물ID : humorbest_9312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짬뽕주세요
추천 : 44
조회수 : 2690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8/14 13:12:34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8/13 22: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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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에 발을 처음 딛였습니당. 요즘 백일장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ㅋㅋ
이런 좋은 이벤트 하는 책게 자주 들려요, 우리!
 
 
 
☞☜ 제 병신력이 모자라서 각각 다른 친구들에게 다른 키워드(아이스크림,애증,늘어짐)를 받아서 1시간 내에 작문하는 미션으로 써보았던 글입니당...★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며! 다음 백일장에는 병신력을 좀더 길러 뽐낼 수 있기를.
 
 
 
 
 너를 보고 싶었다던가, 너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던가. 아니면 걷어 차주고 싶었다는 말을 나는 금방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다시 너를 만난 다면 그래,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라도 분명 어떤 말이라도, 새로운 사람은 만나는지, 한쪽만 진 쌍커풀이 여전히 예뻐보인다던지라는 말을 할 줄 알았다. 아니 하다못해 하루에 수십 번도 더 거울을 보며 연습했던 너와 헤어진 뒤에 난 아무렇지 않아 라는 표정이라던가, 그때 보다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살짝 웃어준다던가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나는 적어도, 할 줄 알았다. 하루에 몇 십번도 넘게 머릿속으로 구질구질하게 상상하던 일이여서, 
 
 
 아마,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던것 같다. 나를 응시하는 눈동자가 떨어질 줄 모르는 체, 입술을 물어뜯는 버릇을 여전히 못 고친건지 터들터들해진 입술에 문 아이스크림이 주르륵 녹아 내가 사랑해마잖았던 마디 굵은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뚝, 뚝, 하고 떨어지는 그것들이 한줄기, 두줄기가 되어도 너는 입술에 문 그것을 베어먹지도, 핥아 내지도 않았다. 그냥 녹아내리게 두었을 뿐이다.
 
 나와 함께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다.
 
 
 마주한 너는 여전히, 한쪽에 진 쌍커풀이 예뻤고, 커플링을 뺀 약지에 덜 탄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네 입에 문 아이스크림마저 항상 데이트때마다 고르던 그것이어서 나는 변함없는 너를 향해 다시 설레는 맘이 일어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웃으며, 걸어가 자연스래 팔짱을 끼면 모든 이별을 무위로 만들며 다시 아이스크림 맛 나는 키스를 할 수 도 있으리라고 멍청하고 병신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은 결국 너와 내가 헤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이별의 사유도 결국 같을 것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너를 좋아했던 이유들이 너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기까지 걸렸던 그 수많은 시간들이 만들어낸 것은 결국 늘어진 테이프였다.
 너무 듣고 들어서 결국은 늘어져서 괴물 같은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그런 테이프.
 
 
 한쪽 눈에만 진 쌍커풀이 우스꽝스러워보이고, 마디가 굵어 커플링을 잘 끼지도 않았던 너의 행동들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의 테이프는 이미 더위에 주욱 늘어지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와 다시 네가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그 테이프를 되감아 다시 처음부터 틀어서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더듬더듬 그 노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다시 그 노래를 틀게 되면 너도 나도 결국 귀를 틀어막게 되겠지.
 
 
 너의 손등을 타고 뚝, 뚝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이 바닥으로 방울진다.
 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다섯 걸음 사이로 그 늘어진 테이프의 모든 곡들이 괴물처럼 흘러갔을 테다.
 
 
 너의 입에 문 아이스크림이 다 녹기 전에 아마 우리는 어떤 말을,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다.
모르는 척 비껴가던가,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키스를 하며 잠자던 괴물을 다시 깨우던가,
 
 아니면 이 늘어진 테이프의 검정 비닐을 모두 꺼내 잘라내던가.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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