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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질식
게시물ID : humorbest_9321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unaseed
추천 : 30
조회수 : 1255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8/15 19:47:28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8/14 23: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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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식
 
 

  달이 밝았다.
 
 
 
  짙은 남색 하늘 아래로, 도시의 불빛이 펼쳐졌다. A는 경치가 좋은 곳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좁다란 골목으로는 차 하나가 겨우 올라올 만큼의 길이 나 있고, 그 밑으로는 허름한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A는 그저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네온사인이 도시의 밤거리를 비추고, 주황빛 가로등이 그 사이사이에 박혀 있다. 그저 가만히 있던 그의 등을 누군가가 툭 친다. 고개를 돌아보니 뒤쪽에 있는 어느 중년 남성이 옷매무시를 만지며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낸다.
 
 
 
  "십만 원이지?"
 
 
  A는 그 돈을 받아들고, 남자는 그가 돈을 받는 것을 확인하자 바로 뒤 돌아 구석에 주차된 차로 간다. 차에 타기 전 넥타이를 매만진 그는 차키를 꺼내 버튼을 누른다.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차에 올라탄 그는 곧 차를 몰고 언덕 아래로 사라진다. 차가 사라지는 끝에서, 욕지거리가 들린다.
 
 
  "제대로 운전해 씨X!!!!"
 
 
  욕소리가 끝나고, 자동차 엔진 소리가 멀어진다. 오르막길에 박힌 가로등을 따라 발소리가 들린다. 밤벌레 소리와 섞여 들리는 그것은, 점점 가까워져서 이내 언덕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발걸음 소리와 함께 비닐봉투에 담긴 유리병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짤그랑 짤그랑, 하는 것이 마치 동전 소리 같다.
 
 
  "받아라."
 
 
  검은 봉투를 들고, 가로등 밑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B를 보자 마자 그는 아까 남자가 준 봉투를 건낸다. 봉투를 본 B는 좋아라 하며 A가 앉아 있는 평상으로 뛰어 와 비닐봉투를 평상 위에 올려놓는다. 쓰러진 봉투 속에서 소주와 땅콩이 나온다. B는 봉투를 열고 초록빛 지폐의 숫자를 세기 시작 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거기까지 움직인 손은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B의 입에서 욕이 터져나온다.
 
 
  "이런 씨X!! 만원 어디갔어!!"
 
 
  "좀 닥X라 좀. 경찰 오겠다. 가시나들은?"
 
 
  "아저씨들 찾으러 갔어. 좀 있으면 물어 오겠지."
 
 
  "어린놈이라면 환장을 해요. 발정난 새X들."
 
 
  A가 힐끗 보니, B는 어느새 평상에 앉아서 봉투에서 소주를 꺼내고 있다. 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소주 병을 따서 병 째로 물 마시듯이 마신다. 마시다 만 병을 A에게도 들이밀지만, A는 고개를 젓는다. B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마신다. 그렇게 한 병을 마시고 두 병 째 마시기 위해서 소주 병을 깐다.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소리가 들린다. 흐느끼는 소리다. 흑흑, 하는 소리가 들린다. A도 B도 신경쓰지 않는다. B는 계속 술을 마신다. 그러다가, 술을 반쯤 마셨을 때 B가 갑자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다.
 
 
 
  "존나 시끄럽네 씨X년이."
 
 
 
 
  B가 틀어쥔 소주병의 입구에서 술이 흘러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비틀거리는 B의 발걸음 뒤로 소주가 흔적처럼 남는다. A의 뒤쪽에 있는 허름한 작은 집에 B가 들어간다. 또다시 소리가 들린다. 비명소리가 들린다. 날카롭게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사이사이 섞여서 B의 고함소리도 들린다.
 
 
 
  "개X이 진짜 뒤지고 싶냐? 어? 내가 씨X 닥치라고 했어 안했어?"
 
 
 
  퍽퍽, 퍽퍽, 하는 소리가 들린다. 비명소리는 이내 숨 소리로 바뀐다. 고통을 참고 삼키는 숨 소리로 바뀌고, 이젠 살려달라는 애원도 들리지 않는다. B는 신경쓰지 않는다. 베개를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A는 그저 별 생각 없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피 핀다. B가 소주병을 휘두르는 소리에 맞춰서 담배 연기를 뿜어 본다.
 
 
 
  그렇게 담배를 몇 개피 연거푸 피웠을 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뒤쪽에서 문이 열린다. A는 뒤를 돌아본다. 피가 뚝뚝 흐르는 소주병을 들고 B가 서 있다. 옷은 핏자국 투성이다. 손에 들고 있던 소주병을 앞으로 휙 던지며, B가 말한다.
 
 
 
  "야. 이년 안 움직여."
 
 
  "아. 미친X끼야. 돈 벌기 싫냐?"
 
 
  "씨X 어쩌라고! 존나 시끄럽게 하는데."
 
 
  A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지며 뒤쪽으로 황급히 걸어간다. 좁은 방 안에 침구류가 구석에 있고, 피투성이가 된 소녀 하나가 쓰러져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 보지만, 반응이 없다. 손가락을 코에 가져다 대 보니, 숨이 약하게 느껴진다.
 
 
  "기절한 것 같은데. 이 또라X야. 적당히 하라고 꼭 말을 해야 하냐?"
 
 
  "아 씨X 닥쳐봐 좀. 나 옷 지금 존X 드러워졌다고. 이 X같은 걸X년이 질질 짜지만 않았어도!"
 
 
  B는 발로 소녀의 배를 걷어차고 침을 뱉는다. 소녀는 한번 전신을 떨더니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A는 B를 쳐다보며 다시 욕을 한 뒤, 차에 옮겨서 내일 병원에 내려놓자고 이야기한다. B는 A와 함께 소녀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문 밖 작은 공터 구석에 있는 차에 가서 문을 연 뒤, 뒷좌석에 소녀의 몸을 쑤셔넣고 문을 닫는다.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둘은 다시 평상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한다.
 
 
  "야. 아저씨 찾지마라. 그리고 싸구려 옷좀 몇벌만 사와. 이 개X끼 옷좀 갈아입히게."
 
 
  전화를 끊은 뒤 B가 묻는다.
 
 
  "근데 저년 아무도 안찾아?"
 
 
  "가시나들이 데려온 애들이야 다 그렇지. 편부편모에, 학교에서는 빵셔틀이고. 그런애들, 하나쯤 없어진다고 해서 누가 알것 같아? 몰라. 아무도 몰라. 어차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죽고 살고에 별로 관심이 없거든. 그냥 지들 볼일 보는데에만 신경쓰지. 봐라. 지금 한 열 명 넘게 손님 받았는데 아무도 경찰한테 얘기 안하잖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거라고. 그런애들의 목숨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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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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