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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자원봉사에 관심있으신 분들 꼭 읽어주세요 !
게시물ID : humorbest_9367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심한처자
추천 : 47
조회수 : 1423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8/24 10:38:47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8/24 03:40:43
안녕하세요 !

저는 저번주 3박5일, 그리고 이번주 5박 6일 봉사를 다녀온 처자입니다.

봉사를 다회, 장기간 하면서 사실 의욕이 꺾이고 또 마스카라가 다 번지도록 펑펑 울게만드는 일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간신히 매일매일을 살아내고 계시는 단원고 실종자, 일반인 실종자 가족 여러분들 곁에서

제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고 힘내서 봉사하고 돌아왔습니다.

기사에서 보셨을테지만 김장훈씨가 왔다가셨고, 이름모를 국회의원도 왔다가셨고, 

또 모 메이저 신문사 기자가 자극적인 기사를 써서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분들께서 더 맥도 빠지시고,

정말 이번 한주는 가족 분들께도, 봉사자들도 너무나도 힘든 한 주 였습니다.


저는 실장도 아니고 팀장도 아니고 대표자도 아니고 어디 공기관 소속 직원도 아닙니다.

그저 일개 자원봉사자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진도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인원이 없어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쉴 수 없더라도

가족분들 보면서 악으로 깡으로 의지를 가지고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저도 개인적인 일을 해결하러 잠시 올라왔는데요

간간히 오시는 봉사자분들 덕분에 그래도 어찌어찌 숨은 붙어서 운영되고 있지만

정말 봉사자분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물론 3일 이상의 장기 봉사자가 있으면 정말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래도 산 사람들은 계속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기에 그러기 쉽지 않다는건 너무나도 잘 압니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고, 또 봉사를 조금이라도 하고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다시한번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주위에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


1. 단기자원봉사를 결정하신 분들께

우선 바쁘신 와중에도 휴식을 뒤로하고 이 먼 진도까지 내려오시는 결정을 해주셔서 눈물이 납니다 ㅠㅠ

단기로 자원봉사를 오시는 분들께서는 오시는 시간대에 따라 배정받는 일감이 다릅니다!

보통 오전에 일감 배분이 다 끝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오전에 오시는게 좋겠지만

오시기만 하신다면야 시간이 중요할까요 :-)

오전(12시 이전)에 오신분들은 주로 - 세탁, 분리수거, 생필품/간식부스에 배치되십니다.

오후(2시 이후)에 오신분들은 주로 - 계단/복도/체육관 청소, 여자/남자 화장실 및 샤워실 청소, 모포정리 및 세탁차로 운반 

등의 일들을 배정받게 되십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 !  

!!!!!!단기 자원봉사를 오신다면, 가능하시다면 "토요일"에 와주세요 !!!!!!!!

현재 진도체육관에서는 가족분들이 이용하시는 가족식당과 방문객과 봉사자들을 위한 식당이 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문객과 봉사자들을 위한 식당은 모 단체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매주 봉사하고 계신데요
그분들의 정기 일정으로 '토요일'에는 그분들께서 식사지원을 해주실 수 없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음식 재료 손질부터 배식, 설거지까지 자원봉사자들로밖에 운영할 수 없게 되는데요
이게 새벽 5시에는 모여서 그날 쓸 재료를 거의 전부 손질하고, 하루 세번 매끼 식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매번 인원이 숨이 헐떡헐떡 거릴만큼, 그리고 또 장기봉사자들은 고정적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기봉사자들은 보통 한 업무를 전담으로 맡고 있고 또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잡무들을 하고 있어서
매일 일을 마감하고 씻고 하루에 교대봉사자가 있어서 6시간 자면 행운이고 4시간만 자도 감지덕지인 상태에서
주말 식사지원까지 하면 정말 온 몸이 녹아내리는 느낌...ㅠㅠ 그래서 꼭 장기가 아니라 단기 봉사자시더라도
주말에, 혹은 금요일 저녁에 내려오셔서, 아니면 토요일 아침이라도 와주셔서 1박 해주시는 분들이
정말정말 간절합니다......
물론 주중에도 자원봉사자분들이 오시면 정말정말 좋아요 !!!! 와주기만 해주세요 !!!!
그치만 시간이 없으시고 스케쥴이 힘드신 상태에서 꼭 하루만 봉사하실 수 있으시다면 "토요일"에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2. 장기자원봉사를 결정하신 분들께

우선 생업과 학업을 준비중이시거나 하고계시거나 이제 막 시작하시려는 때인데도 어려운 결정 해주셔서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 (꾸벅)

보통 하루의 일과가 고정되어 있기때문에, 또 그 고정된 일과속에서 정말 '필수'로 필요한 인원들이 정해져있기때문에

장기자원봉사자분들께 한번더 고맙습니다 !

장기봉사자분들께서는 위에 말씀드린대로 분리수거/세탁/생필품 및 간식 부스/팽목항 세탁&분리수거 에 배치되시는데요

분리수거는 고정적으로 계속 해주시는 어르신 봉사자분 이외에 3분이 고정적으로 필요하고

세탁은 매일아침 담요와 하룻동안 사용되었던 수건을 전부 수거해서 세탁차로 가져가서 맡기고,

세탁이 다 된 세탁물들을 널고, 정리하고, 다시 주인분들께 가져다드리는 일을 하게 되십니다.

보통 4명 이상은 고정적으로 있어야 하구요, 여성분의 세탁물은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하시는게 서로 편하기 때문에

이 세탁쪽에는 여성분이 꼭 계셔야 합니다.

생필품 및 간식부스는 방문객과 가족분들을 위한 생필품과 간식이 배치되어있는 부스인데요

하루동안, 혹은 교대로 이 부스를 지키고 계시면서 부족한 물품은 채워주시고 주위 환경 정리해주시는 파트입니다.

위에 언급되어있는 것 처럼 부스를 제외한 세탁과 분리수거는 팽목항에도 가족 및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에

매일 아침 체육관에서 팽목으로 가는 셔틀을 타고 팽목으로 이동하셔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시는 파트입니다.

그리고 물품창고와 행정이 있지만 이건 약 일주일 이상 하시는 장기봉사자가 아니면 잘 맡기지 않아서..

일 배우는데도 하루정도 걸리고 익숙해지는데 반나절정도 되기 때문에 하루 이틀로는 조금 힘듭니다 ㅠㅠ


물론 큰 업무들은 이렇게 분류가 되어있지만

세탁이나 분리수거는 하루에 2번정도 정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외에 남는 시간에는 

1/2층 계단 및 복도, 체육관 내부 청소와 가족분들께서 사용하시는 모포털기, 샤워실/화장실 청소등을

유동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인원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시간은 그냥 본인 자리에서 자유롭게 쉬시면 되구요 :-)



공통적으로 봉사자분들께 부탁드리는 것은

기본적인 숙박필수품(샴푸/린스/치약/바디워시/바디로션/스킨/로션)은 챙겨오시면 좋습니다 !

사실 비품이라는 건 며칠이 걸릴지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언젠간 동이 나기 마련이고

지금도 물품이 없어서 도 지원을 받아 구입해오는 물건들도 왕왕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봉사자들이 개인물품을 챙겨오는게 앞으로의 일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이점 꼭 잊지마시고 참고해주세요+_+




가고싶은데 아직도 사람이 필요할지, 그리고 가서 어떤일을 해야하는지, 준비해가야될 것은 뭐가 있는지

2주전의 저처럼 망설이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어요 !

혹시 자원봉사에 대해서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문의주시면 아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답해드릴께요

저는 오늘 선약이 있어 못가지만 광화문에 가시는 분들 정말 힘내시고 정말 ... 정말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사실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아니 잊혀지고 있다는 공포..

이대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채 그들에 의해 언젠가 끝내질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도대체 왜 정부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학업/생업을 포기하고 이곳에 있는지..

우린 가족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 그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 몇번씩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족분들은 이 먼 곳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왜 어떤이유로 누구로 인해 누구를 위해 희생되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돈에 자식을 팔아넘긴 악마'라는 말을 듣고있으면서도 그래도 내 새끼 내 품에 안아보고 보내야겠다는 일념하에

하루하루를 정말 버텨내고 계신 분들이고 또 이분들을 보면서 저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은 엄청난 무력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고 있는 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은 부모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고, 잘못한 이들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것들 아래에서 매서운 단죄의 벌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또 그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고생하시는 분들 정말 고맙고,

그리고 앞으로 고생하실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는 말 전해드리고 싶어요

쓰다가 베터리가 나가서 이제 글 줄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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