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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당에서 있었던 일
게시물ID : humorbest_9439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모룽마
추천 : 51
조회수 : 4384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9/09 17:30:13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9/08 18:07:35
추석날 아침 동네 성당으로 위령미사 갔었는데요.
 
미사 때 신부님 강론이 있죠. 강론 하실 순서가 되자, 과연 사제(하느님의 대리인)의 입에서 세월호 얘기가 나올까, 나온다면 어떤 얘기일까,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 많이 모이는 추석미사에서 나오는 얘기는 공식위계 질서가 엄격한 천주교의 특성상 무시못할 권위와 힘을 갖죠. 민감한 시점에, 모든 가족이 성당에 모여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 중요한 자리에서의 말씀은 천주교의 공식의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의 발언과 교황님의 발언 사이의 모순사이에서 이 신부님은 어떤 걸 취하실까? 다른 말로, 천주교의 대세는 어느 쪽일까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부님 말씀, "지난 봄 부터 모든 국민을 아프게했던 세월호로 가족과 자녀를 잃은 유가족을 잊지않고 기억해야 겠습니다"

당연히 오늘 강론 중 하이라이트이자 제가 감동 먹은 순간입니다. 몇년을 냉담 중인 신자지만 역시 카톨릭이네요. 앞으로 주교회의 등 천주교 측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추석에 느낀 세월호 민심은 나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것이구요, 유가족들에 대한 (온라인에서와 같은) 비난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실 온라인 상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을 대면하여 하면 그 사람의 인격 자체가 의심받으니 하기 쉽지않죠.

이것은 달리 보면, 자기들도 온라인 상에서 하는 욕이 지니치다는 걸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뜻이죠. 좀 더 설명하면, 다른 불만들에 대한 화풀이를,  요즘 이슈인 세월호에 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것은 그만큼 댓통이 위기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요.  

오늘 신부님 말씀이 그걸 확인시켜 쥤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는 우리 모두에게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는 걸 말입니다. 잊히기 쉽지않은 이 아픔은 특별법 없인 치유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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