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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 어느 겨울의 죽음
게시물ID : humorbest_9490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펑키레빗
추천 : 60
조회수 : 2378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9/20 20:18:47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9/20 19: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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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늘, 겨울에 죽고 싶었다.
죽는다면, 어느날 숨이 꼴딱 넘어가는 때면
사글사글 꽃날리는 봄이야 재쳐두고
열꽃 오르는 여름이나 숨막히는 가을을 지나
찬연히 눈발 날리는 겨울에 죽고 싶었다.
습관처럼 찬 공기로 목을 조르며.
 
그러니까 이건,
스러지듯 닳어 없어지는 통장의 숫자들이나
쿨럭이는 어미의 밭은 기침소리나
등허리가 축축해지돌록 누워만 있는
땀에 절은 어린 동생이나
두 손가락이 뜨거워 붉은 열상이 남을 때까지
발가락 끝으로 힘주어 빨아대던
싸구려 담배꽁초와는 상관이 없다.
 
너는 그저, 겨울이면 태연히 동맥을 끊이며
새어나오는 붉은 피를 허연 눈싸라기 사이에 추수하듯 뿌리고는
독기어른 숨을 들이 쉰채로
어느날 서울역 패밀리 레스토랑 앞의
경사진 계단에서 얼어 죽었다던
얼굴 모르는 애비의 우스운 빚문서처럼
단지 찬공기를 마시며 죽고 싶었던 것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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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우! 시발축제 시발!!! 시가 발하지요!!!! 흥해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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