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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 서울행 마지막 열차
게시물ID : humorbest_9491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nsensible
추천 : 27
조회수 : 1990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9/20 22:09: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9/20 19:57:13

서울행 마지막 열차

 

그는 구겨져 있다

객석 뒷공간 필터까지 타들어간 꽁초처럼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로 메케한 냄새 풍기고

꺼지지 않은 도시의 불빛들은 별자리처럼

눅눅한 어둠의 이정표, 열차는 지나쳐 가고

좌석 승객의 나른한 숨소리를 안주 삼아

끝나지 않은, 그만의 술자리 이어간다

나는 그의 옆, 어둠만 짙게 낀 차창에

텅빈 해파리되어 어둠을 부유하고

투다다다닥, 갑자기 닥쳐오는 터널

잠에서 깬 그가 두리번 거리고 

열차를 감싸고 있는 것은 어둠뿐

젖은 술잔 속 소주가 뒤척인다

땀, 기름, 술, 담배가 뒤섞인, 싫지만 

익숙한 체취가 객석 뒷공간을 점령하고 있었지만

내리는 사람은 없고, 강제징집 당한 듯한 표정의 입석 승객들은

애써 그의 옆을 거부한다

덮히다만 눈꺼풀, 잠에 들어서도 감지 못하는 눈

아버지보다 젊지만 아버지와 같은 저 눈, 나의 눈에

구겨진 지면 속 새까만 활자들이 교활하게 꿈틀거린다 

서울은 아직도 멀다

치미는 갈증에 담배 씹으며 출입문 열자

투다다다닥, 닥쳐오는 

검은 소음 속을 부유하는

나, 좌석 

또는 

어디엔가 기대고 있는 그들의

이 서울행 마지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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