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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의 시 - 스물 아홉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9505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1
조회수 : 2050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9/24 00:31:29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9/23 19:50:15
출처 : http://zdlfpz.blog.me/220007915790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kxpGb



6.gif

이정하, 숲




네 안에서 너를 찾았다

 

네 안에 갇혀 있는 것도 모른 채

밤새 짐승처럼 울부 짖으며

헤매다녔다


벗어날 수 없는 숲

가도 가도 빠져 나갈 길은 없다


묘한 일이다

그토록 너를 찾고 다녔는데

너를 벗어나야 너를 볼 수 있다니


네 안에 갇혀 있는 것도 모른 채


나는

한평생

너를 찾아 헤매다녔다







7.gif

주미연, 고민




하루가 지났다

이틀, 사흘이 또 지나갔다

내 속은 자꾸만 타들어가

새까맣게 변해 버렸는데

네 앞에 서있는 나는

어설프게 웃고만 있었다








8.gif

이정하, 추억에 못을 박는다




잘 가라, 내 사랑

너를 만날 때부터 나는

네가 떠나는 꿈을 꾸었다

저문 해가 다시 뜨기까지의

그 침울했던 시간

그 동안에 나는 못질을 한다

다시는 생각나지 않도록 서둘러

내 가슴에 큰 못 하나를 박았다


잘 가라, 내 사랑

나는 너를 보내고 햄버거를 먹었다

아무 일 없없다는 듯 뒤돌아 서서

햄버거를 먹다가

목이 막혀 콜라를 마셨다


잘 가라, 내 사랑

네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너를 버린 게지

네가 가고 없을 때 나는 나를 버렸다

너와 함께 가고 있을 나를 버렸다








9.gif

김현승, 고독




너를 잃은 것도

나를 얻은 것도 아니다

 

네 눈물로 나를 씻어 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눈물은 쉽게 마르고 장미는 지는 날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너를 잃은 것을

너는 모른다

 

그것은 나와 내 안의 잃음이다

그것은 다만








10.gif

최영미, 사랑의 시차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못하고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안녕이란 말도 없이 우리는 헤어졌다


피로를 모르는 젊은 태양에 눈멀어

제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맨발도 선창가를 서성이며 백야의 황혼을 잡으려 했다


내 마음 한켠에 외로이 떠 있던 백조는

여름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그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


곁에 두고도 가고 오지 못했던

너와 나, 면벽한 두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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