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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겪었던 기묘한 일들
게시물ID : humorbest_954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늬
추천 : 46
조회수 : 3672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0/03 01:26:46
원본글 작성시간 : 2014/10/02 23:22:37
5. 식혜
 
저는 27살 이구요.
 
솔찍히 말하면.. 영화나 티비 그런데서 나오는 귀신은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제가 8살~14살 때 그러니까 시골에 살았을 적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당시 충남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유명한 무당이었고
 
충남에 있는 백호산이 우리 할아버지 소유였습니다.(근데 옛날에 친인척들중 누군가가 도박으로 날려버렸다고;;)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지만
 
당시엔 조그만 초가집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저희 할머니 집이였습니다. 저도 당시엔 거기에 살았었구요 제가 몸이 굉장히 안좋아서 할머니랑 같이
살았었던거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제가 신병을 앓지 않았었나 그런생각이 드네요
 
어렸을 때 자주 놀러가곤 했는데 할머니 방에는 향냄새와 빡빡이 아저씨가 도를 들고 있는 그림, 어떤 할아버지가 관같은거 쓰고 날개 달린 모습이 있는 그림 어떤 눈이 빨간 여자 그림이 있었던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1.
 
화장실은 집이랑 꽤 멀리 떨어져있었어요.
 
그 화장실이란게 바닥에 구멍을 파서 나무로 세개로 삼각뿔형태로 세워서 천막같은거 씌워놓은 그런 간소한 화장실이었어요.
 
아마 그때 시간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밤이었어요 그날은 유난히 달이 밝아 길이 잘 보였어요. 안개도 꽤 끼어있었구요
 
화장실에서 똥을 싸고 있었는데 화장실이 천막이라 문이 없거든요? 앞에 웬 사람들이 떼거지로 지나가는거에요
 
원래 여기는 사람이 다니는 길도 아닐 뿐더러 간간히 점보는 사람만 아주 가끔 올라오는 그런 곳이었거든요 물론 산행길도 아니구요.
 
저는 챙피해서 후다닥 똥을 끊고 정리 할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뭔 조선시대 복장같은걸 입고 있었고 맨 앞에 있는 사람이
 
조롱불이라고 하나? 그걸 들고있었고 짐꾼 같은 사람이 꽃가마 같은걸 들고 있었어요 뒤에도 사람들이 지게에 짐을 잔뜩 싫고 가고 있었구요
 
마치 조선시대 양반자제가 시집가는 장면 같았어요.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휙하니 저멀리 사라져버리더라구요.
 
2.
 
저희 초가집이 대나무 담으로 둘러 싸여있거든요 높이는 2m정도 되었던거 같아요 대나무 담 출입구가 세개가 있었는데 정면에 하나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총 세개가 있었어요 뒤에는 문이 없었구요.
 
그 왼쪽 문에 꼭 한 5살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담 옆으로 고개만 쑥 내밀고 저를 훔쳐보곤 했어요 당시 백호산엔 저희 집 하나밖에 없었어요.
아이가 혼자서 절대 절대 올라 올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시집가는 귀신들 떼거지로 봤어도 별로 무섭지 않았고 걍 호기심만 가득했는데
이 아이는 웬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어요 신기한건 왼쪽으로 눈만살짝 돌려서 보면 검은 그림자같은 형태로 보이는데 정면으로 보면 기분나쁘게 웃고 있는 아이가 보였어요. 밤에도 아니고 대낮에 나타나는데 웬지 모르게 무서웠어요. 이 아이는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느꼈던거 같아요.
 
그래서 웬 아이가 자꾸 기분나쁘게 훔쳐본다고 할머니한테 말했더니 할머니가 갑지가 사색이 되더니 쳐다보지 말고 말도 걸지 말고 보여도 안보이는 척하라는거에요 그리고는 할머니가 집을 돌면서 무얼 했는데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 이후로는 안 나타났어요.
 
3.
 
그 아이 사건이 있은후 2~3일 후에 있었던일이에요.
 
낮에 점심을 먹고 마루에 배깔고 누워있는데 대나무담 위에 할머니 머리 있죠? 흰머리에 단정하게 비녀 꽂은 머리 그 머리카락같은게 대나무 담 밖에서 날아다니는거에요 담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고 들어오는 길을 찾으려는것처럼 담 밖을 뺑뺑 돌더라구요. 그 아이 사건으로 할머니가 뭔 일을 해놔서 못 들어오는 모양이였어요
 
그래서 제가 할머니 저거 뭔데? 하니깐 할머니가 저거 저거 어디 마실 갔다가 이제 오나보네 하더니 밖으로 나거서 그것을 낚아채 담 안으로 휙 던지니까 휙 하고 마루 밑으로 쏙 들어가더니 어디갔나 쏙 숨어버리더라구요.
 
그게 뭐냐고 물어도 넌 알필요 없다 하시곤 아무말도 안하셨는데 사람한테 이로운 구신도 있는 모양이에요.
 
4.
 
제가 지금 나이 먹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게 있어요
정말로 별것도 아닌데 왜 그걸 보고 그렇게 극심한 공포감에 떨어야했을까.. 바지에 오줌까지 쌌거든요.
제가 본게 뭐냐면..
밤에 자다가 목이 말라서 일어났어요.
마당에 보면 항아리가 있는데 항아리 안엔 사이다병에 담겨있는 식혜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게 생각나서 항아리 있는데로 갔는데
어라? 식혜병이 항아리 위에 올려져있는거에요.
아. 할머니가 마시고 깜빡했나부다 하고
식혜를 마시려고 손을 가져다 대는데 뭔 막대기 같은게 병에서 쑤욱 올라와서 어이쿠 하고 깜짝놀라서 엉덩방아를 찍었거든요?
근대 나무에 빨간 눈이 달려있는데 저를 막 노려보는거에요.
제가 너무 무서워서 어버버버버버버
뒷걸음질 치는데 막대가 쑤욱 길어지더니 제 코앞까지 오는거에요. 바지에 오줌까지 싸고..
너무너무무서웠어요. 진짜 별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만큼 정말 무서웠어요.
 
할머니 머리를 봤을때도 아이 귀신을 봤을때도 별로 무섭지 않았는데.
 
그때 다행히 할머니가 그 모습을 모시고는 재빨리 저를 방 안으로 데려오고는
 
그 밤에 저희 엄마한테 전화해서 당장 내려오라고 당장 내려와서 애 데리고가라고 큰일나게 생겼다고 소리지르는데
그때 전 반 실성상태였던거 같애요.
 
그렇게 일이 정리 되고 저는 다시 집으로 올라갔구요.
 
그 이후로는 한번도 할머니 집에 간적이 없네요.
 
가족들은 가도 저는 꼭 데려가는 법이 없었고.
 
할머니가 저를 자주 보러 올라왔던 기억이 있네요.
 
그 이후론 한번도 뭔갈 본적이 없었습니다.
 
---
 
p.s
 
최근 추석에 할머니가 묻혀있는 백호산으로 벌초를 하러 갔는데.(이제는 집도 다 없어지고 해서 어디가 어딘지 어디에 할머니 집이 있었고 밭이 있었는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벌초를 끝내고 작은형님이랑 막걸리 한잔 할라고 주저앉았는데.
 
막걸리 옆에 웬 사이다 병이 있는거에요.
 
그때 갑자기 옛생각이 퍼뜩 나는거 있죠?
 
저는 사이다를 가져온 기억이 없는데..
 
그거 보자마자 냅다 절벽 밑으로 던져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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