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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어젯밤 제 옆에서 잔 사람은 남편이 아니었어요 - 2편
게시물ID : humorbest_9909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단호박찐빵
추천 : 74
조회수 : 7640회
댓글수 : 2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2/20 02:01:08
원본글 작성시간 : 2014/12/19 23:54:35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요.

좋은 소식: 과학은 쓸모가 있었네요.
나쁜 소식: 답을 해준다기보단 의문점이 더 많아진게 문제지만요.

아마 악마에 씌인 그런 이야기들은 많이 아실거에요.
그런데 오늘 일어난 일 이후, 제가 겪고 있는 일이 그런거랑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크리스토퍼가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고 저는 공항으로 달려갔어요.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세관을 빠져나와 저를 기다리고 있었죠.

남편은 자기 가방을 가지고 있었어요. 
갈아치워버리고 싶었던 그 낡아빠진 가방을 보니까 안도도 되고 혼란스럽더라구요.
남편을 봤을때, 남편이란걸 바로 알았어요. 입술도 두껍지 않았고 이상한 냄새도 안났구요.
살이 불지도 않았어요. 바로 그에게 달려가 품안에 안았죠.

정말 보고싶었어요. 여전히 지쳐있긴 했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어젯밤 있었던 무서운 일을 겪었던 마음보다 훨씬 컸거든요.

빨리 차로 가서 여행가방을 트렁크에 던져넣었어요.
여행가방에선 냄새도 나지 않았고 뭐가 묻어있지도 않았어요. 
저는 얼른 도로를 달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남편에게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급히 서두르자 남편이 무슨일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신경질적으로 구니까 뭔가 화난일이 있었나 생각했을거에요.
저는 그 냄새부터 또다른 "크리스토퍼"에 대해서, 레딧(주: 원문이 올라온 사이트)에 올린 글이며 실험실에서 샘플채취한거까지 모든걸 얘기했어요.
남편은 제가 말하는동안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더군요.

남편이 절 보더니 약이라도 했냐고 묻더라구요.
어렸을때 제가 약물 문제가 있긴 했어요. 그 문제가 끝날때쯤 남편을 만났죠.

전 남편이 제 말을 조금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믿어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을뿐.
제가 이 모든걸 꾸며냈다 생각하고 화가 나있는거 같았어요.

- 여보! 나 지금 피곤해. 시차도 아직 적응 안됐고 거의 하루종일 공항에 갇혀있었단말야.
돌아오자마자 내가 이런 얘기를 들어야겠어? 그냥 집에 가면 안돼? 샤워좀하고 자자. 다 괜찮아질거야.

절대 안돼요. 어떻게 그 집에 돌아가요.
그래야 돼요? 이젠 제가 멀쩡한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 일 전부 제가 꾸며낸 일이고 그 여행가방 손잡이에 뭐가 묻어있었던간에 
부작용을 겪는것도 아니고..

아, 그래! 그 여행가방!!!!
차고에 옮겨놨는데!!
크리스토퍼가 이 상황에 반응하는걸 보고 좀 충격을 받아서 잊고 있었어요.
집에 가서 그 여행가방을 보여주면 남편도 저를 믿어주겠죠!

- 내가 여행가방에 대해 말한거 기억하지? 집에 가서 여행가방이 거기 있으면 날 믿을거야?

아마 잠도 못자고 피곤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으니까 믿어주겠다 했을거에요

고속도로에서 시속 145km/h 까지 밟았지만 신경쓰지 않았어요. 
어서 그에게 보여주고 거기서 나오고 싶은 심정이었거든요.

차를 세우고 차고 문을 열었어요. 내 말이 맞는걸 보여주려고 100% 확신하고 있었죠.
차고 문이 열렸는데..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여행가방은 거기 없었어요. 차에서 내려서 여기저기 봤지만...
어디 굴러간건 아닐까 
다른 데 놓고 내가 까먹은건 아닐까
5분은 뒤진거같은데 ... 크리스토퍼를 멍하니 바라봤어요.

남편은 단단히 화가 났어요. 그렇게 화난건 한동안 못봤는데..

- 피터! 장난해? 나 피곤하고 배고파.
자고 싶다고! 집에 가서 그냥 쓰러지고 싶어.
당신 사랑해. 당신 말도 믿을거야 그런데 나한테 강요하진마. 

전 그냥 멍하니 서서 그가 집에 들어가는걸 지켜봤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남편은 곧바로 샤워를 했는데..
남편 진짜 여행가방은 차에서 꺼내지도 않고 우린 그냥 집에 들어갔어요.

저는 그냥 거실에 앉아있었어요.
이상하다고 느껴지진 않더라구요
냄새가 나는거라고는 벽에 붙어있는 에어윅에서 나는 희미한 바닐라 냄새뿐이었어요.
아마 이때가 오후 7시쯤이었던거같아요.

크리스는 샤워를 하고 나와서 타올로 몸을 감싸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어요.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겁이 더럭 났어요.
쇼파에 앉아 얼어버려서는 그가 제가 알던 남편이란걸 보고는 안도했죠.

- 잘거야?

크리스토퍼 목소리가 전보다 많이 누그러졌어요. 샤워라는게 뭔지.. 다행이에요.
저는 이게 집을 나가자고 남편을 설득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한번 더 애원했더니 남편은 체념한듯 보였어요.

- 그래, 여보. 호텔로 가자. 그럼 당신 정신도 좀 들거고 당신 호들갑 떠는 꼴도 그만 볼 수 있겠지. 


제가 울음을 터뜨리기전에 내뱉은 건 사랑해가 전부였어요.
마침내 그를 설득했다는 안도감이 제가 정신을 놓아간다는걸 확인시켜주는거 같았어요.

남편은 옷 몇벌을 챙기고 저는 가방을 쌌어요.
남편은 아직도 트렁크에 있는 남편 여행가방에 깨끗한 옷이 몇벌 남아있었기 때문에 많이 안싸도 됐죠.
차에 타자 그가 제게 입맞춤하더니 말했어요.

- 자기는 가끔 손이 너무 많이 간다. 악몽갖고 평정심을 잃어버리잖아.
당신은 논리적인 사람이야. 난 당신만큼 강한 무신론자를 만난 적이 없어.
그런데 자기는 마치 유령이랑 잔거같이 구네. 킹 에드워드나 가자.

킹 에드워드는 제가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호텔이었어요.
10분 거리이기도 했지만 우린 거기 점심먹으러나 파티하러만 갔지 밤을 보낸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방이 진짜 좋은데.

가는 길에 좀 진정이 됐어요. 남편도 돌아왔고 그 집에서도 떠났으니까요.

그래요, 전화!!!
집에 오면서 남편에게 다 말하는면서 패닉에 빠지는 바람에 그 이상한 문자를 보여주는걸 깜박했어요.
얼른 휴대폰에서 꺼내 문자를 찾아 밑으로 내렸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 문자도 없었어요. 아무것도요.

전 남편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미 충분히 제정신이 아닌거같아보일텐데 이거까지 얘기하면 제 상태가 더 심하다 생각하겠죠.
전 제가 문자를 주고받은걸 알아요. 
정말 그랬다구요.
솔직히 그냥 호텔로 가서 좀 쉬고 싶기도 했어요.
내일이면 이 일을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요.

킹 에드워드 호텔은 킹 에드워드 7세의 유화가 걸려있는 로비가 참 아름다워요. 
체크인을 하는데 호텔 직원이 우리에게 웃으며 말하더라구요.

- 틸맨씨, 오늘 저녁은 어떠셨어요? 이 분은 틸맨 박사님이시죠?

그 직원이 저를 보고 있었어요.
크리스토퍼와 저는 말없이 서있었어요.
어떻게 이름을 아는걸까요? 예약도 안했고 그 직원이 이름을 알정도로 자주 온 것도 아닌데요.

- 음, 괜찮아요. 죄송하지만 일전에 만난 적이 있나요?

남편이 의아해하며 그녀를 쳐다봤죠.

- 어머 그럼요. 남편 분 데리러 가신다고 방금 나가셨잖아요.

직원의 미소가 당혹감으로 얼룩졌어요.
크리스토퍼는 저를 가만히 응시했지만 저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 손님 괜찮으세요?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이 물어봤죠. 사실 저도 모르지만요.
남편은 그냥 서있었어요.
표정이 바뀌는걸 봤죠. 이제야 저를 믿나봐요. 이제야 내가 겪은 어젯밤에 대해 생각이 바뀐거에요.

제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 네, 그럼요 저희 괜찮아요. 방 키를 잃어버려서 그런데 새로 주시겠어요?
제 남편이 가끔 덜렁대거든요.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될 기회였죠.
솔직히 호텔 VIP 손님으로 알려져있으니까 안전도 보장될거고 공격받을 일은 없을테니까요.
우리가 안전하다 느꼈지만 호텔 직원에게 방에 같이 가줄 수 있는지 물었어요.

- 그럼요 손님.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제가 틸맨씨를 알지만 호텔 규정이라서요.
- 네, 물론이죠.

남편을 돌아봤는데 남편은 그냥 서있기만 했어요. 아직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른 채로.
차갑고 축축한 그의 손을 잡고 말했어요.

- 여보, 운전면허증 좀.
- 어, 그래. 맞다, 음. 여깄어.

크리스토퍼가 어색하게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운전면허증을 꺼냈어요.

몇 분 뒤 새로운 방 키가 만들어졌죠. 호텔 직원이 남편에게 운전면허증을 건네줬어요.
남편은 여전히 말 한마디 없었죠. 근야 여행가방의 손잡이만 잡고 있을 뿐이었어요.
당황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단걸 알았지만 제 불안의 영향으로 시차로 피곤한 그를 더 엉망으로 만들었을거에요.
남편은 괜찮아 보이지 않았거든요.

우리 셋은 엘리베이터를 타자 직원이 9층 버튼을 눌렀어요.
모든게 아무 문제 없어 보였어요.
호텔의 깔끔함과 아름다움이 모든게 제자리에 있는것처럼 보이게 했거든요.

남편은 절 쳐다봤어요.
남편의 눈에서 불안함이 보였지만 전 잠자코 따르라고 신호를 보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 중앙 쯤 위치한 방에 다다랐어요.
직원이 키카드를 안에 넣자 자물쇠에 있는 빛이 형광 초록빛으로 바뀌었어요.
직원이 문을 열고는 거의 뒤로 넘어질뻔했어요.

냄새가 정말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거든요.
악취가 코를 찔렀어요. 썩은고기의 악취가 진동했죠.
크리스토퍼와 저는 헛구역질을 하며 복도 쪽을 향했어요.

- 세상에! 뭐에요?!

호텔 직원이 크리스토퍼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봤어요.
그가 한 짓 때문에 패고 싶어하는거 같았죠.
직원은 입을 손으로 가리고 낮추고 소리를 질렀어요.

- 손님 이게 대체 무슨 냄새에요?!

전 이 냄새를 알고 있었어요. 너무 잘 알죠. 
전 그냥 서있었어요. 막 열이 나고 목구멍이 간질거리는 듯한 기분으로요.

- 모르죠. 저한테 나는게 아니니까요!

크리스토퍼도 그녀에게 소리질렀어요. 
저보단 한참 모르긴 해도 냄새는 정말 참을 수 없었으니까요.

직원이 들어가서 그 방을 둘러봤어요. 저는 직원 뒤를 바로 쫓아 들어갔는데 아무 흔적도 없었어요.
침대도 건든 흔적이 없고, 수건도 정갈히 걸려있고, 미니바도 그대로구요. 

그 악취는 복도로 퍼졌고 직원은 저를 내보낸뒤 방문을 닫아버렸어요.
직원과 남편은 둘다 말을 제대로 못 잇고 호흡을 다시 되찾으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전 그냥 거기 있었죠. 지난 밤을 생각하면서..

우린 로비로 다시 나왔어요. 호텔 직원은 굉장히 화가 난듯 했어요. 
크리스토퍼는 피로와 충격으로 서있었는데.. 
저도 다른 "크리스토퍼"가 누구였든간에 만난것에 겁에 질려있었구요.
이럴 줄 알았어요. 제 말이 옳았어요. 크리스토퍼는 저를 믿어줬어요.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저는 호텔 직원을 쳐다봤어요.

- 악취 때문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고객님. 고객님이 어떻게 냄새를 일으키신건 아니실텐데..
아마 변기가 넘치거나 한거같아요. 
다른 방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빈 방이 좀 있거든요.

-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산책좀 하고 올게요. 기분 전환 좀 해야할거같아요.

전 로비에 있는 좌석 쪽으로 남편의 손을 잡고 끌고갔어요.

- 여보, 미안해. 정말 사랑해. 믿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남편은 정말 미안해 했어요.

- 술이라도 한 잔 해야겠어. 아니 젠장할.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다 
그 냄새가 옷에 뱄어

전 남편이 여행가방을 끌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걸 보면서 로비에 앉아있었어요. 
호텔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화장실 쪽에 시선을 두고 있었어요,

2분도 안되서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왔어요.
백지장처럼 질려가지고는 

- 우리 가야돼. 당장 가자.

라며 제 손을 잡고 길거리로 나왔죠.

- 여보, 진정해. 무슨일이야?

남편이 절 차로 끌고 가는동안 물어봤는데

- 두개였어.. 모든게!!! 칫솔도 두개, 셔츠도 두개, 바지도 두개, 내 물건이 모두 두개였다고!!!

남편은 계속해서 저를 차로 끌고 갔죠. 
차에 앉아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남편에게 물었어요.

- 모든게 두개라는게 무슨말이야?
- 여행가방을 열었더니 내 모든 옷이며 신발이며 모든게 다 두개씩이었어.

그제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왜 여행가방을 화장실에 버리고 온건지 알아차렸죠.

- 누가 내 여행가..방에 있는 내.. 내 물건들을 다 복제했어
이게 대체 무슨일인진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잖아
앤소니네로 가자.

남편이 많이 밟더라구요.
주차장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동안 차 시트에 눌러붙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앤소니는 20분 정도 거리에 살고 있었죠. (규정 속도로 운전할때요)
우린 10분만에 도착했어요.
앤소니는 신경과 전문의에요. 일단 집에 가는것도 아닌데다가 필요할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안심이 됐어요.

크리스토퍼는 이런 짓을 저지른 그 남자에 대한 분노로 곧 울것만 같은 얼굴이 됐어요.
남편은 사생활이 침해당했고, 누군가는 그의 흉내를 내고 돌아다녔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전혀 감도 못잡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의 다리에 손을 올려 살짝 누르면서 안심을 시켜주려고 했어요.
그를 알아왔던 8년의 시간동안, 한번도 이런 모습을 본 적은 없거든요.

앤소니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 앤소니, 나야 피터. 우리 거기 지금 가는 길인데.. 크리스토퍼랑 나랑 거기서 하룻밤만 재워줘. 도착하면 설명할게.
- 어..그래 괜찮아? 너네 뭐 필요한거라도 있어?
- 아냐 주차할 데는 있지?
- 당연하지, 얼른와. 크리스토퍼한테 선물 고맙다고 전해줘.

크리스토퍼가 앤소니에게 비엔나에서 선물을 보냈나 생각했어요.
크리스토퍼는 늘상 앤소니를 잘 챙기는 큰형같은 존재였거든요.

길에 들어서자 크리스토퍼가 차에서 뛰쳐나와 앤소니네 대문을 두드렸어요.
앤소니가 문을 열어주자 크리스토퍼가 급히 들어가서는 말했죠.

- 피터 얼른 들어가 문 잠궈. 앤소니, 경보시스템 작동시켜.

앤소니는 경보시스템을 작동시키고는 대체 무슨일이냐고 물었어요.

- 존나 미쳤어.. 여기 좀 있어야 될거같다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아무래도 안전하지 않은거 같아.
- 왜?! 지난 한시간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한시간이라고?
- 그래, 네가 가방을 갖다놓을때 좀 이상해보이긴 했는데 그냥 시차때문이려니 했어
그래도 입술은 좀 덜 부어보이네. 내가 준 히스타민제가 효과가 있는거같아 다행이네. 
그리고 아오 썅 이제야 좀 씻었구나.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던지. 하긴 그래 여행하고 왔으면 좋은 냄새 나는 사람은 없으니까.

크리스토퍼는 뒤에 있던 의자로 거의 넘어질뻔했어요.

- 앤소니, 크리스토퍼가 한시간 전에 여기 왔을때 집안에 들였어요?
- 당연하죠. 선물도 주고 갔는걸요. 입술 좀 보게 들어오라 했죠.
비행기에서 먹은 샐러드 안에 들어있던 파인애플 때문에 알러지 반응이 좀 일어난거같다고 하더라구요.
(파인애플 알러지는 크리스토퍼 가족력이다. 물론 앤소니도 아는 사실.)
그래서 히스타민제 좀 줬어요. 물 좀 많이 마시라고 하고.

- 달라보이지는 않던가요? 좀 더 살찌지 않았어요?
- 네? 무슨소리에요? 지금보다 살쪄보이지 않았냐구요? 아뇨.
- 어떤 차를 운전해서 왔죠?
- BMW요, 당신 차요.
- 그 차라면 지금 우리가 길에 주차한 그 차 말하는거에요?
- 네, 형수님 태워서 킹에드워드에서 저녁 먹으러 갈거라고 했어요.
크리스토퍼 조셉 틸맨. 대체 무슨 일이야? 진짜 둘다 날 너무 놀래키네.
- 앤소니, 제가 공항에서 크리스토퍼를 데리러 갔어요. 오후 내내 저 차에 계속 같이 있었구요.
여기 왔던건 크리스토퍼가 아니에요.

앤소니는 우리를 회의적으로 쳐다봤지만, 그의 의학적 소견으로는
크리스토퍼의 입술이 한시간 만에 정상으로 돌아오는게 불가능하단걸 알고 있었죠.

저는 앤소니에게 이야기를 해줬어요. 파랗게 질려버린 크리스토퍼를 지켜보면서요.
그때 전화가 왔어요. 배스였죠. 제 손바닥에서 채취해간 그 화학자에요. 

- 안녕 배스, 무슨일이야? (이때가 아마 8:30분 정도일거에요)
- 내일 학교 올거야? 만나서 얘기해야할거같아. 결과가 나왔는데 특이해. 해로운건 아니니까 겁먹지 않아도 돼. 어...그냥.. 그냥 좀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거니까. 
- 배스, 무슨일이야. 뭐 발견한거 있어? 나 더이상 마음 졸이는건 감당할 수 없어.

배스는 걸걸하고 곰 같은 러시아 남자에요. 꽤 오랫동안 알았는데 그가 한번도 혼란스러워하거나 걱정하는걸 본적이 없어요.
오늘밤, 배스의 목소리가 걱정과 혼란 속에서 떨리는걸 들었어요.
마치 협박이라도 받는거 같이요.

- 피터, 넌 내 친구야.  넘겨짚고 싶진 않은데.. 
네 손톱에서 나온 그 잔여물 말인데.. 인체조직이야. 괴사하고 썩은 인체 조직이었어. 너 혈액형이 뭐야?
- O- 형이야.
- 이건 AB+야.  아무래도 내가 몇가지 질문을 좀 해야할거같은데..
- 그..그래? 알았어. 내일 아침에 실험실로 갈게. 고마워 배스.
- 아냐, 그 여행가방이 없다니까 다행이다. 잘자.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저는 배스에게 제가 그 여행가방을 갖고 있지 않다는걸 말한적이 없다는걸 깨달았어요.

전 크리스토퍼를 돌아봤어요.
"크리스토퍼"가 앤소니에게 한시간 전에 줬다는 선물을 들고 있었죠.
별다른점 없어보이는 싸구려 오스트리아 기념품이었어요.

봉투 안에 있는 카드만 빼구요.
크리스토퍼가 봉투를 열어 카드를 훑어봤어요.

- 아 씨발 이게 뭐야!

크리스토퍼가 소리를 지르더니 카드를 제게 건네줬는데
거긴 타이핑된 글씨로

6:08 - 공ㅇ향 돛악
6:44 - 그드리 지베 오ㅑㅅ다
7:33 - 호텡ㄹ
7:41 - 방에ㅔ걈
7:58 - 빠리 뗘나 차에ㅔ 탓
8:15 - 얜쏘니
8:33 - 저놔옴 - 호ㅑ학짜
11:45 -

아이패드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10:45분입니다.
전 앤소니, 크리스토퍼와 함께 경찰서 맞은편 팀호튼(주: 커피샵)에 앉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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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있음. 출처는 꼬릿말.
졸려서 his가 big으로 보이네요.

저는 여기까지 옮기고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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