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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엄성
게시물ID : humorbest_9954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난주의유머
추천 : 72
조회수 : 5034회
댓글수 : 3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2/30 15:48:54
원본글 작성시간 : 2014/12/28 15:32:27
과학게에 인공자궁이 개발중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댓글에는 찬반 논쟁이 치열했다
찬성 측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족쇄에서
여성이 해방될 수 있기에 이를 지지했고
반대측은 악용 가능성, 태아-산모와 정서적 유대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다른 이유들은 각각 합당한 근거가 있기에
찬성 측이든.반대측이든 수긍이 가는데
불편한 근거가 있다.
바로 '생명의 존엄성'이다.

인권, 생명의 존엄성과 같은 주장이 불편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 개념 자체가 
뭔가 좋은 뜻이긴 한데 상당히 두루뭉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모를까,
선과 악으로 명확히 나누어지지 않고
존엄성 자체가 침해되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무작정 생명의 존엄성을 들이미는 건 상당히 답답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발언을 보자
정치적인 맥락은 놔두고, 발언 그 자체만 보자
상당히 답답하다
왜? 그냥 두루뭉술하고 좋은 말만 하지
내용은 아무것도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면 지금은 힘들어도
좋은 일이 있을 거다.' 
라는 말을 새해 덕담으로 한다면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어떤 정책, 상황으로 겪는 불편함을 토로할 때
저런 말은 한다면 저건 그냥 동네 개 짖는 소리다
왜? 구체적인 문제 원인 파악 및 해결책이 없으니까.

불행한 점은
생명의 존엄성도 저런 식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사형제에 반대한다
왜?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니까
배아 복제에 반대한다
왜?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니까

사형제도의 문제점(범죄 억제에 효력이 적다,
잘못 판결시 되돌릴 수 없다)이나
배아 복제 기술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같이 언급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주장하면 괜찮은데
밑도끝도 없이 딸랑 '생명의 존엄성' 하나만 주장하면
위의.박 대통령의 언사처럼 
알맹이 없는 두루뭉술한 말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이 절대적인가?
어떤 테러범이 수 십명의 인질을 붙잡고
폭탄을 터뜨려서 인질들을 죽이려 한다.
이 때 특수부대원이 그 테러범을 사살한다면
그 특수부대원은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인가?

그나마 이미 태어난 사람이면 모를까
태어나기 전의 사람은 훨씬 복잡하다.
정자와 난자는 그냥 세포이다
하지만 수정란은 세포인가 사람인가?
과학계는 수정이 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사람,
즉 생명으로 간주하지만
종교계(특히 천주교)에서는 수정란 자체를 이미
사람으로 본다
이처럼 생명의 시작부터 아직 정의가 안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많다.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는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되는가?
그렇다면 조산하여 상당한 시간을 인큐베이터에서 지낸
아기는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되었는가?
여자가 불임이어서 대리모, 즉 씨받이를 들이는 것과
인공자궁 둘 중에서 어느 게 더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가?

엄마는 아이를 임신함으로 건강이 심각하게 손상되고
평생가는 후유증을 얻거나
심지어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산모의 존엄성은 일방적으로 무시되어도
되는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와 산모의 생명의 존엄성이
충돌되는 경우 어느쪽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처럼 복잡한 문제가 많은데도
안타깝게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는 드물다
학창시절 논술할 때 배운 짧은 지식으로
앵무새처럼 생명의 존엄성을 주장하는 걸 보자니
마치.박 대통령의 연설을 생방송으로 보는 것 같다 
그렇게 중요한 생명의 존엄성인데
왜 깊게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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