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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사의 부상 일기
게시물ID : humordata_17433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acrimosa
추천 : 5
조회수 : 144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3/14 00:52:49


#1. 
  일병 첫 휴가 복귀 후 선임과 함께 장비에 탑승한 후 문을 닫았는데, 선임의 얼굴이 싹 굳는 것이 보였다. 
'아 털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찰나, 선임의 한 마디는 녀석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야 너 피나잖아!!"

그렇다. 그 멍청한 녀석은 자기 손가락이 아직 덜 탑승한 것도 깜빡하고 문을 닫았고, 하필이면 탑승한 장비가 중장비였기에 녀석의 검지손가락 끝마디는 손톱이 반 정도 날아가 피가 철철 나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녀석은 그전까지는 감각이 전혀 없다가 다친걸 자각하는 순간 통증이 몰려왔다고 한다.

의무대에 가서 치료를 받고 씻을 때 끼라며 간호장교가 준 것은 콘돔... 아니 손가락 골무였다. 덕분에 녀석의 동기들은 콘돔 쓸 애인이 없어서 손가락에나 끼우고 다닌다며 놀려대곤 했다.

#2. 

  대대 내에서 중대, 반 별로 돌아가면서 담당하는 BTL 지역 근무에 차출된 녀석은 처음하는 종류의 근무에 잔뜩 쫄아있었다. 

사실 해당 근무 자체는 무척 쉬워서 컨테이너에 앉아잇다가 덤프 기사님들이 오시면 대문을 열어주기만 하는 그런 종류의 일이었는데, 그마저도 기사님들이 귀찮으니 그냥 열어놓으라고 하시는게 일상이라 실상은 그냥 휴식이나 다름없었고, 미리 냉동식품을 쟁여놨다가 책 읽으면서 난로에 데워 먹는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데에서 걱정을 사서 하는 녀석은 혹시라도 간부가 와서 걸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그러면서도 냉동의 유혹은 뿌리치지 못한 채 책을 읽으며 냉동을 야금야금 먹던 도중, 경적 소리가 울리자 화들짝 놀라 마치 해피타임 도중 걸린 사춘기 소년마냥 튀어올라 재빨리 컨테이너에서 튀어나와 대문을 열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녀석이 간과한 것은 컨테이너의 높이가 지면보다 조금 높았다는 사실이고, 높이에 적응하지 못한 녀석은 그 자리에 생겨있던 물웅덩이에 다리를 적시면서 왼쪽 발목을 삐고 말았다. (그리고 그 웅덩이는 전 시간 근무자가 노상방뇨했던 곳이라 한다...ㅡㅡ)

이 사건 이후 그의 본격적인 일대기가 시작되었고, 마침 다친 시기가 상병 진급을 앞두고 상병 캠프를 진행할 시기였기 때문에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다. 

무조건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해당 행사의 마지막은 독립기념관 견학이었는데,  거긴 갈 때마다 느끼지만 조오오오오온나 넓다...

보다못한 동기 한 명이 휠체어를 대여해왔고, 녀석은 다리 하나 안 놀리고 경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녀석에게는 같은 소대에 7명, 대대 전체에 15명이나 되는 동기(라 쓰고 ㅂㅅ)들이 있었고 마침 진행되었던 동계 올림픽에서 영감을 받은 동기들은... 그 넓은 광장에서 휠체어로 컬링을 했다.(개새기들아ㅏㅏㅏㅏㅏㅏㅏㅏ)

#3. 

병장 진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녀석은 휴가를 나가 친구를 만났다. 닭갈비를 먹으며 신나게 수다를 떨던 와중, 녀석의 눈에 친구가 볶던 닭갈비 양념이 튀어 정확히 들어갔고, 이 사고는 훗날 그의 눈에 각종 이물질(유압유, 페인트 조각, 돌조각)이 들어가는 사고의 시초가 된다.


일련의 사고를 겪은 후 , 녀석의 후임은 주임원사실에 일이 있어 갔다가 "부상다발병사 명단"이라는 서류 첫페이지에 녀석의 신상정보와 부상 기록이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된다...
출처 내 군생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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