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 (41) – 산중문답 “효”의 정의>
E 빗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이고 주무시겠다. (체념) 알아서 하십시오, 오늘은 어버이 날이니 만큼 저도 숙연하게 생전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경건한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울먹이며) 엄마가 그리울 때~ 엄마사진 꺼내 놓고~ 엄마 얼굴 보고나면 눈물이 납니다.~ (갑자기 버럭) 어머님! 아버님!~ 천국에서 잘 계시죠. 소자도 두 분께서 염려해주신 덕에 잘 있사옵니다!!
스승 :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제자야! 제자야! 우정무대 왔나 보다! 잽싸게 신발 가져 오너라! 구경 가게!
제자 : (정중하게) 스승님! 우정의 무대는 1989년 4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하여 1997년 3월 2일까지 방영한 MBC 프로그램으로 지금은 추억이 되었사옵니다.
스승 : (당황해) 아참, 그렇지. 그렇다면 우정의 무대 주제곡 “그리운 어머님”이 왜 들렸지.
제자 : 그건, 소인이 오늘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추억해보았사옵니다.
스승 : (코웃음을 치며) 허긴, 그렇지. 평소에 불효를 저질러 부모님 속을 태운 것들이 노래방에 가면 꼭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불효자는 우옵니다!” 요딴거 부르지..... 속이 환히 보는데도 말이야. 그건 됐고! 오늘은 또 뭐가 궁금해서 이 사단이냐?!
제자 : 아네. 오늘이 어버이날이라고 온 방송이 효를 운운하며 떠드는데요. 과연 “효”의 정의는 무엇이옵니까?
스승 : (짜증) 인석아! 뭐긴 뭐야! “치성”이지!
제자 : 치성이라뇨?! 하느님. 부처님 같은 신적 대상에게 자기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정성을 다하여 비는 거요. 그건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인마! 왜긴 왜야! 소중한 분이니까 그렇지! 부모님이 아니었으면 어찌 세상의 빛을 보았겠느냐? 그분들의 지극한 보살핌이 없었으면 어찌 이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느냐? 그래서 부모님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고 하지 않느냐? 그래서 우리는 그 보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는 당신들의 살점을 모두 나눠줘 쇠약해지신 그 분들한테 건강의 치성을 올려야 한다는 거야. 연례행사로 용돈 몇 푼 건네고 건강 제품 몇 개 보냈다고 생색내지 말고, 평소에 아무리 바빠도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이 곧 효요. 우리의 의무다. (훌쩍이며) 불효부모사후회라고 했다. 이 말은 돌아가신 뒤에 후회하면 늦다는 거야. 나도 지금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찌 못되게 군것만 생각나는지 후회가 앞을 가린다. (소리죽여 흐느끼며) 어.....어머님......
제자 : 아네.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오면 스승님께서 지방 신문 인터뷰마다. 자신은 고아라 주장하시면서 이럴 거면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그렇다면 부모님을 원망하신다는 말씀이옵니까?
스승 : (당황해) 이....인마! 그... 그건 작전이야! 곧 있으면 치러질 전국도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일종이 퍼포먼스야. 속마음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너 밤마다 저기 감나무 앞에 정화수 한잔 올리고 절하는 것 못 봤냐? 그게 다 부모님이 생전에 감을 좋아하셔서야. 가을이 와 감이 홍시가 되면 가장먼저 따서 올리고 말이야. 근데 뭐?! 좌우지간 저 녀석은 염장 지르는데 뭐 있어요! 내 분명히 말했잖아! 그렇게도 맘에 안 들면 떠나라고!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하옵니다! 입버릇처럼 말씀 드렸듯이 소인의 신념은 절이 보기 싫다고 떠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겁니다!
스승 : (빈정대며)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네 고집을 꺾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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