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 (67) – 산중문답 “이성(異性)”의 정의>

 

E 빗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이고 주무시겠다. (한숨 쉬며) 알아서 하십시오. 저도 더 이상 징징되지 않고, 스스로 터득하는 나만의 구도에 힘쓰겠사옵니다. 그렇다면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뭐지? 맞아! 이성이야? 요즘 들어 꿈속에 장원장님이 야시시한 차림으로 나타나 나의 의지를 흔들리게 해.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 이건 아냐! 누가 뭐래도 장원장님은 스승님의 짝사랑이니까. 게다가 상도덕에도 어긋나! 그렇다면 어떡하지? 스승님께 고백해서 해결방침을 물을까? 아 그럴 수도 없어 스승님은 소문난 밴댕이 소갈딱지니까! 그렇다면 어떡하지! (버럭) 밴댕이를 버리느냐! 존중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승 :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제자야! 제자야! 밴댕이젓 장사 왔는가 보다 빨리 가서 사오너라! 밴댕이 젖이야 말로 밥도둑이니라. 어서!

제자 : (기가 막혀) 싫사옵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싫사옵니다.

스승 :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족상잔이라니? 그렇다면 내가 밴댕이?!

제자 : (태연하게) 제 말이 틀렸사옵니까? 저번에 저녁식사대용으로 감자 삶았을 때 제가 적은 것 하나 더 먹었다고 사흘을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사옵니까? 그것도 소인이 먼저 드시라고 양보하자 그냥 드시라고 하셔서 먹었잖아요. 근데 그러실 수가 있어요?

스승 : (헛기침을 하며) 이....인마. 그...그건, 한번 양보해본 건데 매정하게 먹어버려 서운해서 그런 거지.

제자 : 아네요. 이런 일이 한두 번 아네요. 한번 깔 데기 대고 헤아려 볼까요?

스승 : (놀라) 아....아니다. 내가 잘못했다. 나이가 들다보니 자꾸 애가 되는 것 같구나. 앞으로 주의 할 테니 수업이나 하자. 그래 오늘은 또 뭐가 궁금하냐?

제자 : (한숨 쉬며) 어유. 오늘도 어벌쩡 넘어 가시겠다는 거군요. 좋습니다. 질문을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요즘 상담 프로그램을 들어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성이 떠올라 고민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성의 정의는 무엇이옵니까?

스승 : (짜증) 인석아 뭐긴 뭐야! “당김”이지!!

제자 : 밀고 당기는 것이요? 그건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인마! 왜긴 왜야! 남자와 여자는 극이 다른 자석이니까 그렇지. 아무리 깊은 산속에 들어가 도를 닦아도 자신도 모르게 솟구치는 욕망은 어쩔 수는 거야. 요즘 말썽이 되고 있는 한 불교 종단의 일부 큰스님들의 경우도 그렇지 않느냐.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목탁을 두들겼으면 욕망의 늪을 초월하고도 남았을 텐데, 자매 여승을 번갈아 아작 낸 것도 부족해 자신의 차로 다시 불러 후장까지 따지 않았느냐. 이게 바로 인간증명으로 당김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그렇다고 전혀 초월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만의 몫이긴 하지만.... 안 그러냐? 제자야?

제자 : 맞사옵니다. 하오면 스승님께서 화장지를 움켜쥐고 화장실을 들락거리시는 것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자는 의도와 같은 맥락이옵니까?

스승 : (당황해) 이 인마! 그건 이와 상관없이 변비 때문이야. (울먹이며) 인마! 오죽하면 지금 소원이 오로지 설사하는 것이겠니? 근데 뭐?! 좌우지간 저 녀석은 남의 속도 모르고 음흉한 인간으로 모는 나쁜 버릇이 있다니까. 교활한 녀석 같으니라고! 인마! 그렇게 내가 싫으면 당장 하산하라니까!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하옵니다! 입버릇처럼 말씀 드렸듯이 소인의 신념은 절이 보기 싫다고 떠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겁니다!

스승 : (빈정대며)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네 고집을 꺾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