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 (71) – 산중문답 “단판”의 정의>

 

E 빗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이고 주무시겠다. (단호하게) 오늘은 스승님께서 교육 직무유기로 스승 직을 사퇴하느냐 아니면 소인이 무기력 대응으로 하산하느냐 단판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자면 이건 그냥 엄포용이 아니라 제 인생의 획을 긋는 일이라 기필코 결론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소인이 스승님에 있어서 뭡니까? (열 받아 버럭) 스승님의 뒤처리를 해주는 가정부입니까! 아니면 교육을 구걸하는 앵벌이입니까! 아니면 인간 알람입니까! 양심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말씀을! (웅변조로) 이 제자 강력히 외칩니다!

스승 :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제자야! 제자야! 웅변학원 애기들이 떼로 목청 터뜨리려 왔는 갑이다. 빨리 꽹과리를 마구 쳐서 쫓아버려라!

제자 : (기가 막혀) 스승님!! 제발 진지하십시오! 지금 그런 사안이 아닙니다.

스승 : (당황해) 왜?! 대게 심각하다. 나랑 단판이라도 짓자는 거냐?

제자 : (씩씩거리며) 네. 소인도 이제 참을 만큼 참았사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까지 교육 무성의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스승 직을 사퇴하고 하산하십시오.

스승 : (놀라) 인마 내가 왜 하산해! 여긴 내 집이야! 그러니까 하산은 네가 해야 해!

제자 : (어리둥절) 그....그게 그런가? (얼렁뚱땅) 하오면 오늘의 수업으로 들어가겠사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단판 승부에 관심이 많은데 과연 단판의 정의는 뭡니까?

스승 : 얼씨구 이 녀석 봐라! 은근슬쩍 넘어가겠다는 거네. 좋아 오늘은 한번이니까 넘어가고 수업에 들어가겠다. 그러니까 단판이란!

제자 : 빨리 말씀하시옵소서! 정의에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옵니다! “단판”의 정의가 과연 무엇이옵니까?

스승 : (짜증) 인석아! 뭐긴 뭐야! “판단”이지!

제자 : 그건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왜긴 왜야! 정확한 판단이 서야 뒤끝이 없으니까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이미 결정을 지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손해 본 듯한 느낌이 들어 무효를 선언해 우습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그러면 손해를 보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다행이 아니라 손실이 많은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건 세상살이에 가장 중요한 신뢰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야. 고로 단판에 생명은 얼마만큼 정확한 판단을 하느냐는 것이야. 결혼도 그렇지 않느냐. 상대방의 부를 생각해서 단판 지었다가 막상 결혼해 살아보니 부를 바탕으로 바람을 피우는 바람둥이여서 속을 태우다가 이혼들 하지 않느냐. 그래서 남은 것은 뭐냐. 이혼 여에 이혼남이라는 오명만 남지 않느냐. 고로 신중한 판단을 무엇보다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거야. 안 그러냐? 징글 맞는 제자야?

제자 : (단호하게) 맞사옵니다. 하오면 스승님께서 수시로 정미장원 장원장님과 아무 대책 없이 단판을 지우시겠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옵니까?

스승 : (당황해) 이 인마! 그건 내가 단판을 짓겠다는 것보다 장 원장에게 내 처지가 그러니 정확한 판단하라고 기회를 주는 거야. 근데 뭐?! 좌우지간 저 녀석은 남의 속도 모르고 한심한 인간으로 모는 나쁜 버릇이 있다니까. 교활한 녀석 같으니라고! 인마! 그렇게 내가 싫으면 당장 하산하라니까!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하옵니다! 입버릇처럼 말씀 드렸듯이 소인의 신념은 절이 보기 싫다고 떠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겁니다!

스승 : (빈정대며)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네 고집을 꺾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