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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못드는 이유
게시물ID : humordata_17593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디엔가
추천 : 5
조회수 : 12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30 21: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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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신촌 근방에 산다. 처음에는 직장에 가기 쉬운 교통의 요지여서 신촌을 선택했지만,
요즘은 후회가 드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신촌은 세상에서 커플이 정말 많이 모이는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신촌이 관광명소이자 데이트코스라고 아마 전세계에 소문이 자자한가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의 선남선녀는 다 모아논 것처럼 신촌에는 커플들이 버글버글하다.
날씬하면서도 누구나 탄성을 자아낼 몸매와 미모를 뽐내는 남녀들이
더운 날씨에도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으며 내 옆을 수없이 스쳐지나간다.


그렇게 신촌에 있으면 아름다운 커플들의 세상속에 홀로 동떨어진 기분이 든다.
이상하게 아무도 나를 나무라지도, 혼쭐내지도 않았음에도 서글픈 기분이 드는 것은 그때문일 것이다.


서른을 넘기면서 이젠 일도 손에 잘 맞고, 독립해서 나름의 삶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지만
아직 표현못할 고통 속에 잠을 자기 어려운 건 스무살 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고통의 종류만 달라졌을뿐.






스무살 적에 나는 직장이 마치 하늘의 별 같았다. 이력서를 백장 넘게 써도 허사였다.
대기업은 아예 서류를 넣지도 않았다. 공무원은 어마어마한 경쟁률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뉴스에선, 네이버의 댓글들에선 '요즘 애들은 도전정신이 없어서 중소기업엔 서류도 내지 않는다'는 푸념이 흔히 보였다.

'한심한 놈들.' 이란 생각을 하며, 
'이것도 또 대기업 총수가 쓸데없이 만들어놓은 댓글 메크론가 하는거겠지' 란 생각을 했다.






서른을 넘긴 지금의 나는 마치 연예가 하늘의 별 같다. 고백을 해도 허사였다.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마음이 어찌 동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들에겐 고백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무리 상대가 예의있게, 선한 마음으로 거절을 하든 거절은 거절이었다.
나 역시도 연예를 원하고 사랑을 원하는 한명의 인간이었고, 거절은 그 마음이 좌절했다는 걸 뜻했다.





입사를 원하든 연예를 원하든 좌절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법이다.
나는 기간이 늘어져가는 백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연예 한 번 못해본 모태솔로들도 마찬가지.
그들의 심장이 좌절이란 상처투성이라는 걸 세상이 어찌 알겠나.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신촌에 살면 그런 내 상처가 계속 보이는 것 같다.
한 눈에 봐도 돈을 200은 당연히 넘기는 직장에 사는 것 같은 모습의 남녀가
타고난 미모를 뽐내며 걷는 모습이 




마치 비수같다.





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까.






일평생 나태하단 이야기는 백수시절 1,2년 빼곤 들어보질 못했는데
왜 나는 밤새 공부하고 밤새 야근해도 고통속에 잠들어야 하는 걸까.
오늘도 생각하며 잠이 들려 한다.

200 넘는 직장이 있다면 퇴사하고 바로 거기로 가야지.
그래도 맘에 드는 사람에게 고백 한번 해 봐야지.

물론 내일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를 달래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내 인생, 내 영혼, 내 생각.
10년이 지나도 잠 못드는 건 똑같은게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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