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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싫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진짜 참 스승이었던 담임선생님.
게시물ID : humordata_17850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구방지위원
추천 : 17
조회수 : 1902회
댓글수 : 39개
등록시간 : 2018/12/03 16: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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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중3? 16살때였어요.


우리 지역은 소위 '연합고사'라고 불려지는 시험을 통해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있었어요.


기억 나는건.


연합고사 점수 180점 만점.

내신 70점 만점.

총 250점 만점중


커트라인이 약 200점 내외?




우리 반은

꼴등반이었어요.



다른 반 선생들은

꼴등반이라며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고요


아무튼 개무시 속에 중3 수험생(?)시절을 보내야 했답니다.




일찍이 성적이 멀어져 실업계 고교를 택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물론, 실업계에 성적과 관계없지 본인의 의지대로 진학하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통해 줄 세우기를 좋아하던 어른들에게



우리반은

뭐 좋은 먹잇감이었죠.




우리도 스트레스인데


꼴찌반 담임을 맡았던 담임선생님은..


얼마나 스트레스였을까요?






담임 선생님은 36세 여성분이셨습니다.

타 학교에서 온 첫 해에


우리 담임을 맡으셨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거에요.





우리는 그런 선생님을 싫어했어요.



일단 소통이 잘 안됐어요.



말 그대로 일.방.통.행.



학생들에게 반말은 하지 않았지만


차가운 존댓말로 우리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주시고 했죠.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공부해라~ 놀지마라~ 일찍와라 이런 것들..)



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셨어요.


매일 단어 시험을 봤었어요.

진도 나갈 내용을 미리 예습해와야 시험을 치룰 수 있었죠.


7개를 무작위로 문제로 내셨는데

5개 이하로 맞으면


손등을 맞곤 했었어요.


다른 반에 비해 손등맞는 사람이 많아

우리를 다그치시기도 했었죠.


속상하셨는지,

눈물을 보이신 적도 있으셨어요.




중3 사춘기 애기들이 뭘 알겠습니까..

"야 담임 운대!"

"단어시험 못봤다고 왜 울어, 맞은 우리가 울어야지"


철없는 소리만했었어요.





어느 날 단체로 담임선생님을 싫어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국영수사과.. 기술. 음악. 체육 이런거 다 꼴등인 우리반에게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어요.



매일 나머지 공부를 시키셨습니다.


내신도 높아야 좋은 인문계, 실업계 학교를 갈 수 있다는 지론하에.



반 학생 전부가 매일 정규 수업이 끝난 뒤


남아서 공부를 했어야 했어요.


하교의 조건은


담임 선생님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얼마나 싫겠어요.


다른 반 친구들은 다 집에 가거나


나를 기다리는데,



남아서 공부를 하라고 하니


다들 짜증이 났죠.




그 땐 몰랐습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셨지만..




우리에게 인수분해, 근의 공식 같은 수학 문제를 가르침은 물론..


한용운의 임의 침묵에 대해서 해석을 해주시기도 했죠.



예체능 시험을 보는 날은

비지스의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의 박자가 몇 박자인지

피처 보크가 무엇인지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나이 서른이 넘어서 깨닫네요.


내가 맡은 일만 하기도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인지






이렇게 추워지면 연합고사보러가던 날이 생각합니다.


학교 앞에서 따뜻한 레쓰비 한 캔을 주시면서 웃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지금은 쉰이 넘으셨을 선생님..


안녕하시겠죠?



출처 내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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