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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써보는 별것없는 이야기
게시물ID : humordata_1789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7
조회수 : 134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12/24 13:10:49

운전을 하다 저 멀리보이는 롯데타워와 그에 비해 아주 작아보이는
빌딩들이 보였다.

"이제 한남이냐..."

한숨이 나왔다. 화성까지 남은 거리는 36키로미터. 운전을 꽤 좋아하고
할줄아는 일이 이것뿐이니 운전으로 먹고산다만 하루에 서울 화성 3탕은
좀 힘들다. 이제 이것만 끝나면 집에가서 와우나 해야지.

하우스룰즈 노래를 하루종일 들으며 운전대를 잡고있다.
겨울이야기가 세번째 들리는데 난 차에서 내릴 수가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미세먼지 개쩐다는데 오히려 차안에서 미세먼지로부터 보호
되고 있으니 나름 괜찮은 것 아닌가 싶다.

"에이 뭔 화목이야 죄다 엠디에 석고 붙었네~ 안돼 이거 혼합으로 해~"

"뭣이 그래~ 아 그럼 그걸 어느세월에 다뜯어 반장님~"

"아이 씨 누가 그걸 뭐라그럽니까 이거 폐목장 가면 욕쳐먹고 요금맞어~"

"아 그럼 깨끗허니 뜯어서 주면 돼?"

"좀 깨끗하게 줘요. 아 유리솜! 유리솜 빼!"

한참 인부들과 실랑이를 하며 폐기물을 싣고 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처리하고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내일 하지 뭐. 하는 생각에
집으로 향하는 네비를 켰다.

담배가 달았다. 집에가면 와우도 하고 그림도 그려야지.
달리 할것도 없고 피규어 감상이나 하면서 만화책이나 보고.
그러다 내키면 소주라도 한잔하지 뭐.

나는 그 전에 차를 돌려 한강으로 향했다.
한강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봤다.
삶은 최근 몇년간 나를 심하게 때려댔다. 그러면서도 무심하게 때렸다.
삶에게 맞으며 나는 저항한번 하지 않고 살았다. 삶이 무심하게 날 때린건
내가 저항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러하듯 맞으면서 사는거니까.
때가되면 밥을먹고 잠을 자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니까.
그러나 몇년사이에 삶에게 맞은 자리엔 피멍울과 생채기가 나 있었다.
삶은 집요하게도 때린곳만 또 때렸다.

나는 상처가 아프고 힘들어 때로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아프다고 호소하며
동정받길 원했고 사람들은 한두번 내게 동정을 적선하다 말았다.
나는 내가 아픈것을, 그것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에 대해 슬퍼했지만
상처위에 딱지가 앉아 무감각해질 때 쯤에서야 내가 사람들에게
못할짓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삶에게 반복적으로 얻어맞던 그 순간을 거쳐 나는 이제 웃지않고
살기위해 노력을 한다. 이를 드러내고 웃거나 다른이들에게 내 생각 감정을
말하기를 그만두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웃음이 많고 떠들썩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다른이가 나에게 잘못을 따졌을때 그게 아니라 라고 시작하길 그만두었다.
예.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내 잘못이 아닐때도 있지만 그냥 그러고
만다. 그사람은 내가 잘못했다 생각할거고 아니라고 한들 말만 더 섞을거고
나는 그러기 싫다. 물론 내가 잘못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하지만.

즐겁게 살고 싶었고 늙어 죽을때까지 웃고싶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한때는 사랑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내 옆의 누군가를 찾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그저 삶은 오늘 저녁에도 내일 아침에도 날 때리며 들볶을 것이고
나는 그저 조용히 운전을 하고 일을 하며 남은 생을 살아가면 될 뿐이다.
희망같은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다. 없어. 내삶에 그런건.

이제 두근거리기도 설레기도 싫다.
대상이 뭐가 됐든간에.

나는 생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담배가 아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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