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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제비뽑기 (Feat. 방탄소년단)
게시물ID : humordata_18026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쓰는이혁
추천 : 6
조회수 : 22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05 11:55:44
안녕하세요~ 글쓰는이혁입니다!
매주 토요일 낮 12시에 에세이 써서 올리려고 하는데요,
오늘은 여러분들을 좀 더 일찍 만나 뵙고 싶어 화요일에 올립니다~
글이 빨리 빨리 잘 나올 때는 화 12시, 토 12시에 올리려구요!
(얼마나 갈 진 모르겠지만ㅋㅋ)

참고로, 이번 주 토요일에 올릴 글은... 'ㅅㅅ'에 관한 겁니다.
그... 그.. 애기 만드는 거요ㅋㅋㅋ 댓글의 약속을 지켜야죠^^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data&no=1802084&s_no=14718974&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783297
 
이번에도 댓글로 글감 써주시면, 추천 수 제일 많은 걸로 다음 에세이 써오겠습니다~
그럼, 다들 오늘 하루도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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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할 일' 제비뽑기 (Feat. 방탄소년단)
-내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
 
 
起.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이 말은 정희진 선생이 하신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무척 좋아한다. 역시 인생은, 많은 돈, 멋진 차, 넓은 집 같은 걸로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매번 재확인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할 일’이 없으면 삶은 권태롭고 공허할 뿐이다. 이른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이 술, 도박, 마약으로 몰락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돈은 많은데 할 일이 없으면, 사람은 십중팔구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향락에 빠지게 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삶의 권태와 공허를 견딜 수 없는 것이다.
 
 
承.
  최근에 나는 슬럼프를 겪었다.
  주말인데, 밖에 나가서 만날 사람도 없었고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약속을 잡거나 할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주중에 노동으로 쌓인 피로를 주말 동안 푹 쉬면서 풀고 싶었다.
  하루 종일 오유와 웃대를 들락거리고, 유튜브로 이런저런 영상을 보았다. 말 그대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랄까… 쉬는 게 그다지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분명 푹 쉬고 있는데, 한가롭게 인터넷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에너지 충전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에너지가 감소하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이렇게 살다 죽고 싶진 않다. 불쑥 그런 마음이 솟구쳤다.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의 2018 MMA 공연 영상을 보고 난 직후였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다들 열정적이었고, 열정적인 만큼 아름다웠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처럼 멋있기는 어렵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 나도 내 나름대로 최대한 멋있게 살고 죽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들처럼 ‘꿈’을 가지고 싶었고, ‘할 일’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무엇을 꿈으로 삼아야 하나. 고민해 봐도 명확하게 하나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학습된 무기력이랄까. 뭘 해도 거기서 거기일 거 같았고, 뭘 해도 귀찮고 피곤할 거 같았다.
 
 
轉.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뾰족한 수를 하나 생각해냈다. 바로 ‘제비뽑기’였다. 하고 싶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계속 살다 죽을 순 없으니. 일단 하고 싶은 걸 아무거나 쭉 적고 제비뽑기를 해서, 나온 걸 ‘그냥 해버리자’ 하는 방법이었다.
  어차피 이거 저거 복잡하게 저울질 할 처지가 아니었다. 생각이 많을 때는 차라리 "될대로 돼라" 질러버리는 게 답이다.
 
  나는 곧 에이포 종이 한 장을 꺼내와 16등분을 하고, 열다섯 개의 제비에다 하나하나 하고 싶은 것을 적었다. (16등분을 했는데 열다섯 개 제비가 된 이유는… 자르다가 실수해서 하나 날려먹었기 때문.)
 희곡 작가, 영화감독, 소설가, 에세이스트, 시인, 화가, 유튜버, 성우, 정치인, 래퍼, 요가 강사, 평론가, 사업가, 사진작가, 서예가. 이렇게 열다섯 개였다.
  할 일 열다섯 개를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열다섯 개를 채우기 위해 나는 먼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잘하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몇몇 오랜 친구들에게 연락해 ‘이혁이 이걸 하면 참 잘할 것 같다 싶은 것’ 하나씩을 추천 받기까지 했다. 정치인, 사업가처럼 그냥 써넣어 본 것도 있었다.
 
  그렇게 추려낸 열다섯 개의 ‘앞으로 할 일’을 가지고 제비뽑기를 했다. 모자에 제비들을 담고 흔들어 섞었다. 왠지 행운을 가져다줄 거 같은 빨간 스냅백이었다.
  막 흔들어 섞기 시작한 찰나. 제비 하나가 툭 튕겨져 나왔다. ‘운명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는데, 운명이 아니라 '삑사리'인 거 같아서 그냥 도로 주워 넣었다.
 
  다시 흔들어 섞던 와중, 제비 하나가 또 튕겨 나왔다. 이번엔 진짜 운명 같았다. 펼쳐보니 첫 번째 제비는 바로 ‘평론가’였다. 평론가라……. 뭔가 반갑지 않았다. 순간, 남의 예술 비평하는 거 말고 내 예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팍 지나갔다.
  ‘평론가’를 뺀 나머지 제비를 흔들어 섞는 와중 하나가 또 튕겨 나왔다. 두 번째 제비는 ‘성우’였다. 목소리 좋으니 잘할 거 같다고 친구가 추천해준 직업이었다. 성우? 나쁘지 않지. 하지만 역시 크게 끌리진 않았다.
    
  세 번째는 오래 흔들어도 튕겨져 나오는 게 없었다. 그래서 직접 스냅백에 손을 넣어 고르기로 했다. 눈길 가는 제비를 골라 집어 들었다. 뭔가 마음이 끌리는 제비였다.
  나는 그 제비를 집으면서 속으로 문득 ‘에세이스트’였으면, 하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평소에 자주 읽는 책도 대부분 에세이였고, 에세이를 자주 쓰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제비는, 놀랍게도 정말 ‘에세이스트’가 나왔다! 진짜다. 나는 이런 걸로 거짓말하지 않는다.
  운명인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심 바라던 ‘에세이스트’가 나오니 조금 신기했다. 많이 신기하지는 않았고.
 
  직접 고른 제비가 은근히 바라고 있던 에세이스트로 나와서, 나는 그냥 에세이 쓰는 일을 앞으로 내가 할 일이라 결정해버렸다. 에세이스트가 되는 것을 내 삶의 할 일이자 목표로 정하고, 매주 한 편씩 에세이를 쓰기로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제비뽑기는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우연이었을까. 글쎄. 모르겠다.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내 마음 속엔 이미 답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엔 에세이스트가 들어있었다. 나는 아마 에세이스트가 나올 때까지 제비뽑기를 계속 반복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다는 걸 마음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모르고 있었다.
  제비뽑기는, 내가 마음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머리로도 알게 해준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다.
 
 
結.
  이게 내가 매주 한 편씩 에세이를 쓰는 이유다. 나에게 ‘에세이 쓰기’는, 삶의 권태와 공허로부터 나를 구원해줄 꿈이자 할 일이다.
  할 일이 있으니 공허하지 않고, 삶에 활기가 돈다. 앞으로도 게으름 부리지 않고 잘 써야겠다. 언젠간 이 일도 권태로워질 테지만. 그때까지는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해야지!
 
 
https://blog.naver.com/dolgamulchi/221480062280
 
 
참고로 제가 멋있다고 한 영상은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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