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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이 어린 아버지의 은혜
게시물ID : humordata_1803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주계장수
추천 : 12
조회수 : 2502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9/03/10 10: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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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군대를 또래들 보다 3년 정도 늦게 가니 
좀 불편하긴 했다.  
그래서 구타가 일상인 80년대이니 
나이 값 하라고 맞기도 했다.  

겨울 전방은 진짜 추웠다. 마음도 몸도 하루하루 고달펐다.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지만 신병 적응을 위해 
후견인 제도가 있었다. 
보통 아버지 아들 이렇게 불렀다.  

내게 배당된 아버지는 소대 최고의 
실세인 식기당번이자 
만능운동선수 이상병이었다. 
전라도 어디쯤 섬사람이고 나보다 한살 아래였다. 
실세 아들 이등병에게 아버지는 먹을 거 챙겨주고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밤새 별이 쏟아지는 GOP에서 초소근무 콤비로 
옛날 이야기하며 밤을 지샜다. 
 
나는 적응이 좀 힘들어 사고도 많이 쳤는데 
그때마다 
나를 감싸고 보호해 줘서 오죽하면 아버지 믿고 
까분다고 맞기도 했다.   

휴가 가는 나를 위해 군복에 칼날같은 
줄을 잡아주던 그는
결국 나보다 1년 반 정도 먼저 제대하고 나갔다. 
연락처를 소중하게 간직했지만 결국 제대 후 
그와의 연락은 되지 읺았다. 

늘 첫사랑 처럼 보고 싶은 아버지는 제대한지 
25년만에 만났다. 
지금은 공무원이 된 바로 윗고참이 어떻게 알고 
내게 연락했고 
나는 제일 먼저 아버지를 찾았다. 

착하고 성실한 그는 무얼 하고 있늘까?
두근거린 마음을 안고 부산에서 출장가는 길에 
서울 종각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하하하하하. 사람 좋은 그가 구수한 사투리를 
써가며 웃었고 
우리는 뜨겁게 해후했다. 

 그는 목사가 되었다. 
가난한 수도권 교회. 역시 그답게 살고 있구나. 
착한 공장 노동자였던 그가 어떤 영적부름을 받았는지 
무교인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날 나는 커피와 밥으로 
은혜에 보답한다고 했지만  
갚을 길은 멀고 멀다. 

아직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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