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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입맞춤
게시물ID : humordata_18106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흙향기
추천 : 0
조회수 : 13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4/18 10: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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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잠시 후 피가 솟구치는 어깨를 감싸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공주.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태극의 심초석.
저것이 바로 신라의 중심. 어쩌면 삼국의 중심일지도 모르지.’ 신비한 생각마저 들었으나 호흡을 가다듬고 주먹을 쥐어 힘껏 후려쳤다. “!” 큰 구멍이 뚫려 공주가 그 안에 손을 넣으니 백제에서 가져온 조그만 금동상이 어둠 속에 찬란히 빛났다. ‘부왕께서 바라던 이것. 드디어 되찾았구나.’
 

금동상을 가지고 별궁에 돌아온 공주. 지쳐 쓰러져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며칠을 잤을까. 깨어난 날 아침 금동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무섭게 빛난다. 순간 벙어리였던 그녀의 입에서 섬뜩한 주문이 흘러나왔다. “아함 크롬 호르! 철전지 원수 혜량의 분신아. 금동상에서 썩 나오너라. 안 나오면 부셔버리겠다.”
잠시 후 칠흑 같은 어둠에 뒤덮인 별실 문 앞에 킬킬대는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혜량이 관산성 부근 이사부의 진영에서 순식간에 날아온 것이다.
 

백제의 여신. 그대가 나를 불렀는가?”
혜량. 네가 감히 나의 모습을 훔쳐 백제왕을 속였느냐?”
. 그래도 소승은 신라의 땅에서 도술을 행하였소.”
도술이라고? 이놈! 그렇다고 함부로 천상의 존재까지 훔쳐다 쓰느냐?”
여신. 그대는 백제의 힘없는 귀신일 뿐. 부처의 무한한 공덕 앞에 하찮은 존재가 아니던가?”
 

이제는 독이 올라 무서운 얼굴이 되어 울부짖는 여신. “으흐흐흐! 네가 아무리 부처 할아비라도 사무친 귀신의 한을 막을 수 없을 거야.”
지금 그대는 하늘이 내려준 반지 없이 함부로 나를 불렀다. 허락받지 않은 마법을 쓰니 하늘의 법을 어긴 것.”
잘 알고 있다. 이렇게 하면 영원히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너도 충분히 각오하고 있겠지.”
아미타불. 소승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
그래. 하늘을 대신하여 너의 영혼을 걷어가 주마.”
그러자 혜량이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하하하! 누구 마음대로.”하더니 목탁을 들어 힘차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 ! ! ! 마하반야바라밀다. 마하반야바라밀다. 잡귀야 썩 물러가라.”
 

그러자 목탁에서 강력한 섬광이 쏟아져 나온다. 몸을 재빨리 틀어 피한 여신이 얼음장보다 더 싸늘하게 웃는다. “호호호! 이놈아. 내가 잡귀면 너는 살인마야. 중놈이 전쟁에 끼어들어 살생을 일삼다니.”
살생도 다 부처의 뜻.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하면서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염주를 바쁘게 굴리면서 재빨리 주문을 외운다. “진진 바라 진진 바라. 아함 크롬 바로. 미륵의 뜻을 받들어 나의 이름으로 간절히 바라노니 여신은 귀신이 떠나야 할 곳으로 떠나고.”
 

하지만 혜량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마자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주문을 외우는 여신. “아함 크롬 흐로. 천지신명의 뜻을 받들어 나의 이름으로 간절히 바라노니 이승의 원수 영혼이 지옥의 세계로 떨어질 지어다.”
혜량의 몸은 붉은 연기로 변하여 공중에 솟구치자마자 여신 쪽으로 달려들고 여신의 몸도 검은 연기로 변하여 공중에 솟구쳐 붉은 연기와 거세게 부딪친다.
 

부딪친 연기가 흩어져버리고 잠시 후 !” “!” 별실의 방바닥에 쓰러진 남녀가 다시 일어나 서로 달려들어 힘껏 껴안고 엉키면서 엎치락뒤치락. 도력이 높은 존재끼리의 생사대결은 몸의 기운이 집중된 입속의 혓바닥을 뽑아야 상대방의 영혼을 거둘 수 있는 법. 둘은 서로 입술을 상대방의 입안에 들이밀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 “!”
잠시 후 빈틈을 재빨리 포착한 혜량이 몸을 위로 뒤집더니 여신의 몸 위에 올라타고 거세게 누른다. “!” 치열하게 옥신각신하느라 저고리의 옷고름이 풀려 눈부시게 흰 살결을 드러낸 여신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발버둥 치자 역시 바지가 벗겨져 털 복숭이 다리를 보인 혜량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누가 보면 우리가 서로 좋아죽어 이러는 줄 알겠다.”
 

이놈! 착각도 자유지. 네놈 같은 사내 뭐가 좋아서 어느 여인이 껴안고 뒹굴겠느냐?”
이것이 입은 살아서.” 약이 바싹 오른 혜량. 이제는 자신의 입술을 여신의 얼굴 가까이 들이댄다. 여신의 황홀한 모습에 매혹된 듯 혜량이 속삭이듯 말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용모, 세상을 뒤집는 마법을 부리는 재주 그냥 죽이기엔 너무 아깝구나.”
하지만 여신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된다. 안타깝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흐흐흐! 여신. 이 마지막 사랑의 입맞춤은 곧 죽음의 입맞춤인 게야.”하고 득달같이 달려들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는 여신.
 

우악스런 입으로 굳게 닫힌 여신의 입술을 간신히 열자 혀를 뺏고 지키려는 남녀의 치아들이 강렬히 부딪친다. “뽀득! 뿌드득!”
잽싸게 이빨을 안에 들이밀고 상대방의 혓바닥을 깨무는 혜량. “!” 여신의 입안에 짜디짠 피가 그득 고인다. 다음 순간 크르릉!” 커다란 곰으로 변신하는 여신. 당장 위에 있던 혜량을 팽개치고 위에 올라타 거대한 주둥이를 혜량의 입안에 쑤셔 넣는다. “!”
 

! ! !” 혜량의 혓바닥을 물어 쥔 곰의 소름끼치는 외침이 계속된다. 드디어 !” 혜량의 입에서는 시뻘건 피를 떨어뜨리며 축 늘어진 혓바닥이 뽑혀 나온다. 순간 혜량의 손날이 곰의 목에 깊숙이 박힌다. “!” 함께 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두는 곰과 혜량. 여신도 숨을 거둔 것은 혓바닥을 뽑히지는 않았어도 혀를 심하게 물려 다친 후에 목이 뚫리면서 혀가 안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잠시 후 죽은 곰의 모습은 돌로 변하고 혜량의 모습도 금세 사라지더니 금동불상이 볼썽사납게 부서져있다. 하지만 그 시각 관산성 부근 이사부의 진영에서 잠자던 혜량이 괴롭게 숨을 거둔다.
 

~~!” 갑자기 음산한 소리와 함께 죽은 공주 앞에 거대한 이무기의 분노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여기가 어디일까. 공주가 주변을 살펴보니 어두운 동굴 속이다. 이무기를 보니 예전에 웅진 무릉동에 있던 길고 긴 동굴이 생각이 났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 공주가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데 이무기가 흉측한 눈깔을 부라리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멍한 얼굴을 보니 여기에 와 있는 이유를 모르는 것 같구나.”
 

그러자 공주가 이무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나를 여기에 데려온 것이냐?” 그 말에 이무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이제 그대도 나의 사무친 원한을 알겠지? 용이 못 되고 죽어간 나의 처절한 슬픔을.” 그러자 여신이 이무기의 불타는 눈길에 당당히 맞서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나의 사랑과 이 땅 백제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한 일.”
모든 일은 인과응보. 너도 세상의 고통을 톡톡히 맛보고 비참하게 죽게 되었구나. 흐흐흐~”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각오하고 있다.”
물론 그래야겠지. 여신, 그대는 이제 내가 지옥으로 안내해주겠다.”
안 돼! 나는 다시 천상의 대왕 곁으로 갈 테다.”
! 누구 맘대로.”
저리 비켜라.”
 

파아~! 파밧!”
여신의 영혼이 하늘로 솟구치자 이무기가 불을 뿜으며 여신을 덮친다. “!” “으악!” 여신이 이무기의 일격에 맥도 못 추고 어이없이 추락하였다. 그러자 이무기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껄껄 웃는다. “꼴좋게 되었구나. 낄낄낄!”
! , 이놈이!”
으흐흐흐! , 이제 나와 함께 지옥으로 가자.” 이무기가 우악스럽게 여신의 몸에 손을 뻗쳐 똬리를 틀며 칭칭 휘어 감았다.
 

그때 갑자기 어두운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환하게 비춘다. 그러더니 작은 별들이 아주 빠르게 무리지어 내려오고 있다. 작은곰자리의 아기별들. “어머니! 어머니!”
이무기에 감겨 꼼짝달싹 못하던 여신이 간신히 손을 흔들었다. “! 나의 아이들아!”
어디를 도망하려고! 어림도 없다.” 이무기가 여신을 더욱 거세게 조인다. “! ! ! !” 다음 순간 아기별들에서 굉장한 불꽃이 무수히 튀어나온다. “~~~!” 그 바람에 이무기가 너무 고통스러워 몸부림을 치니 저절로 여신이 풀려나온다.
 

어서 별에 타세요.” “이년이 어디로!” “놔라! 에잇!” 여신이 악착같이 붙잡는 이무기의 손을 뿌리치고 황급히 별에 올라탄다. 별들이 저만치 어두운 하늘로 날아가자 바짝 약이 오른 이무기는 미친 듯이 발악한다. “~~ ~~~ 이놈들. 어디 두고 보자. !”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죽을 듯이 몸부림치던 이무기는 하는 수 없이 땅으로 깊숙이 쳐 박혀 다시 지옥으로 들어갔다.
 

여신과 싸우다 숨을 거둔 혜량. 온통 검은색 옷을 걸친 저승차사를 따라가고 있다. “저승차사님. 어디로 가는 겁니까?”
따라 오기만 하게.”
한참을 따라가니 춥고 어두운 골짜기에 섬뜩한 비명소리가 가득 찼다. “으악! ! ! !” 그와 동시에 피비린내와 시체 썩는 냄새가 잔뜩 섞인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
혜량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여기는 전쟁터인가.”
그러자 차사가 싸늘하게 대답한다. “모든 것은 인과응보. 이제부터는 혜량 그대가 지은 대로 길을 가게.”
저승차사가 연기처럼 사라지자 점점 더 심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더욱 심한 악취가 코를 맹렬히 때린다. 좌우를 둘러보니 머리와 팔다리가 잘리거나 배와 가슴이 찢겨 내장이 튀어나온 시체들이 피를 흘리며 아우성을 친다.
 

잠시 후 으흐흐흐! 이히히히! 어흐흐흐!” 소름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그 흉측한 시체들이 일제히 혜량에게 달려든다. 끔찍한 시신들이 혜량을 할퀴고 쥐어뜯으며 피바다 속에 혜량을 밀어 넣는다. “~아악! 으아~! 으아~!” 혜량이 피바다에 파묻혀 시체들에게 시달리고 있을 때 저 높은 곳에서 무섭게 생긴 어떤 사람이 이쪽을 측은한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다. “! 저분이 바로 염라대왕.”
혜량. 너의 죄를 알렸다. 이제 너는 신라를 도와 저지른 처참한 전쟁 때문에 생긴 무수한 죽음들에게 끊임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 말에 주눅 들은 혜량.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드는 목소리로 변명한다. “염라대왕님. 그건 이 세상에 진정한 불국토를 건설하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입니다. 소승도 백제왕을 사로잡아 큰 희생 없이 전쟁을 일찍 끝내고 싶었습니다.”
혜량 그 무슨 궤변이냐?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수단과 결과가 비참하면 죄가 안 될 줄 아느냐?”
“......”
이제부터 이 피바다지옥에서 시달리면서 너의 잘못을 뉘우치기 바란다.”
염라대왕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흑흑!”
혜량.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자세히 보아라.”
! 저건 바로 내 얼굴.”
그렇다. 불가에서도 자타불이(自他不二)라 하지 않았느냐. 저승에서도 너의 업에 따라 네 스스로 판단하여 갈 길을 가는 것.”
으흐흐흐흑! 이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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