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새벽에 쓰는 슬픈 이야기.SSul
게시물ID : humordata_18158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6
조회수 : 320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9/05/20 06:02:36
 
 
 
 
1.
 
제일 슬픈 소식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어제 출근했다.
 
 
 
 
 
 
 
 
 
 
 
 
 
2.
 
 
그 왜, I LOVE CLEAN WATER 문구가 있는 노란 해달그림 가방.
이마트 가방인줄 몰랐지만 이마트 가방이여서 충격받은 그 가방.
엄마는 이마트 직원이라 그 가방을 아주 싼 가격에 아주 많이 사왔다.
대체 왜?
 
이제는 대체 왜? 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열개 넘게 사 온 그 가방'들'은 아버지의 도시락가방으로, 엄마의 장바구니로,
시집간 동생의 나들이용 가방으로, 내 옷가방으로, 심지어 사장댁에도 두 개가,
 
 
요전에 작은아버지도 김치 가지러 오셨다가 그 가방에 담긴 김치를 들고가셨다.
이렇듯 해달가방들은 내가 아는 모든사람들의 손에 들려있기 때문이다.
많이사면 좋지 뭐.
 
그리고 난 어제 롯데마트에 가면서 그 이마트 가방을 들고갔다.
롯데마트가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럼 너네도 로티로리로 뭐 하나 만들어. 롯데마트갈때는 그거 들고가줄게'
 
 
 
 
3.
 
가족이, 친한 사람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고 상처받는 것은 아주 어린 생각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말이 안통해서 힘들면, 서로 말을 섞지 않으면 된다.
한국은 복잡한 사회고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들이 날 지랄맞게 대할 권리가 있다고 하면, 나도 그 지랄에 동조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것이다.
 
'다 널 위한거야'
 
ㅈ까셈 넌 그냥 나만보면 개같고 짜증나서 한대 패고싶은데 법치주의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못때리는거고 암튼 내말이나 잘 듣고살아라 라고 말해. 쿠키런에 십만원 쓴게 니돈쓴거냐?
내돈 써서 이온맛 쿠키 풀패키지랑 보석패키지 샀다는데 왜 니가 지랄입니까? 니가 이온맛 쿠키보다 귀엽냐?
휴일도 없이 일만 죽어라고 하는데 쉬는시간에 장갑좀 벗고 떼탈출 상위랭킹좀 찍어보겠다는데
그것도 못하게하냐? 날 위하면 제발 놔 둬. 안그래도 요새 해적선 점수 안나와서 빡치는데.
 
아빠, 진짜 죄송한데 저 에반게리온 피규어 계속 모을거거든요.
x현아 나 사이보그 쿠키 패키지도 샀다. 그거가지고 같은이야기 하면 액정깨진 내 스마트폰으로
니 뚝배기도 깨버릴거야.
 
 
 
4.
 
시류에 편승해 로맨스 소설이라는 것을 써 보려고 했다.
난 원래 SF 아니면 미스테리 단편을 쓰던 인간인데
살짝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아무튼 시도는 해 봤는데.
 
못해먹겠더라.
아니, 장르에 대한 폄훼가 아니다. 내가 못해먹겠다.
난 오글거리는 것도 못하고, 그... 연애 경험이라는게...
게다가 선남선녀의 삶과 연애, 그리고 일반 사람들의 회사생활이라는 것을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써는 그런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게 너무 힘들다.
 
내가 드라마에 흥미가 없는것도 내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4-1.
 
님들 연어는 민물고기에요 바다고기에요?
 
 
 
 
 
(R)4.
 
 
아무튼 4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예를들어 로봇과 외계인이 박터지게 싸우는 장면을 서술하라면 정말 실감나게
서술할 수 있다. 난 묘사를 잘하는 편이다.(이런건 자신있게 이야기해야지)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그윽한 눈빛으로...
 
잠깐, 두 문장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지금 막 써내려가보면,
 
 
 
전고 13미터에 달하는 이족보행병기가 굉음을 내며 저 멀리서부터 질주해오고 있었다.
그 진동은 전차 유효사거리에 해당하는 5.4km밖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병사들은,
자신들이 맞서고 있는 거대 기행종 하나가 더 출몰한 줄만 알고 절망감에 빠졌다.
 
- 치직, 귀소측... 에... 뭐야 이거? 아날로그야? 모르겠고, (지휘관님! 용어 정확히 하셔야...)
시끄러워! 어... 여기는 신립이다. 우리 보병친구들 싸워주느라 고생 많으셨고, 이제부터
저 망할놈은 우리가 상대한다. 이상 통신 끝!
 
각 단차를 통해 전달된 그 경박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KRX1, 직립보행병기 신립의 지휘관
송미정 소령이였다. 그녀는 이제 전차 3대와 보병 약 30명 가량밖에 남지 않은 제4 기보대대
를 구원해야 했다. 해당부대의 지휘관이던 그녀의 남편 정석종 중령은 이 세상에 없었다.
 
"거리 4km! 기보대대 방어돔 형성 후 전선 이탈합니다!"
 
통신관의 외침에 자세제어를 수동으로 관제하던 송미정 소령이 고개를 돌려 보고용 디스플레이로
눈을 돌렸다. 신립의 접근소식을 들은 제 4기보대대 전차 3대는 일반포구에서 A.A.D.I.O.S 능동방어돔을
발사한 후 전차위에 아무렇게나 올라탄 병력들을 태운 채 레일건 포구를 거대기행종 방향으로
돌리고 일제히 사격을 가하며 빠르게 산개했다.
 
"남은 당신 애들은 내가 지켜줄테니까, 거기서 쉬고 있어."
 
송미정 소령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녀는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게 싫었다.
그래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정 중령과 송 소령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 그들이 결혼하던 둘째 해에
송 소령이 임신이 불가능한 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정 중령의 어머니는 시대에 맞지도 않게
억센 군인년이라 새끼도 못본다며 그녀를 힐난했다. 정 중령은 드센 어머니의 태도에 맞서며 끝까지
송 소령의 편에 섰다. 자식을 보기 위해 결혼한 것은 아니였으니까.
 
그들 지휘관 부부는 그래서 병사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해 자식처럼 생각했던
병사들이, 가족처럼 생각했던 간부들이 죽어갔다. 그리고 이제는 남편까지.
 
송미정 소령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침착하지만, 분노에 찬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155mm 전 포문 개방! 목표 포착 후 절차없이 일제사격!"
 
 
 
 그리고 로맨스를 쓰라고 하면. 자 지금 써보면.
 
 
한줄도 못쓰겠다. 진짜 한줄도 못쓰겠다.
로맨스 첫 문장을 띄우기 위해 한 20분 고민했는데 첫문장조차 쓰지 못하겠다.
앞선 문장은 앉은자리에서 써내려갔다. 근데 이건 정말.
 
훈련이 부족한건가 아니면 나라는 인간의 속성이 그런건가.
 
그런 이유로 로맨스는 머릿속에서만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만 계속하는걸로 하자.
그리고 로맨스 소설가로써의 꿈은 나만 꾸도록 하자.
 
 
5.
 
덮어놓고 쓰다보니 출근시간이 다가온다.
협동전 한판만 하고 출근하자.
출처 나놈 머릿속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