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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러니까 31살에 감수성 폭발해서 썼던 글
게시물ID : humordata_18243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브레멘음악대
추천 : 5
조회수 : 315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7/17 18:15:59
흐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처음엔 노란 달님이 은은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줄거라 생각했다.
하늘은 흐렸고, 세상은 어두웠다.

어두운 하늘이 나를 비춘다.
비추지 못할 그 어둠이 내 어께를 짓눌러,
나라는 존재는 더욱 작아진다.

나는 달님을 보며 위안을 얻고싶었나보다.
이렇게 작은 나 자신에게,
하얗고 차갑게, 그래도 괜찮다며, 제법 잘 살고 있다며
그런 인사를 해 주는 달님이 나는 보고싶었나보다.

이제 100미터 달리기의 3할을 달려왔다.
남는 것이 없었다.
해본 것도 없었다.
넘어질 때 마다 눈앞에 보이는 길을 다급하게 부여잡고
방향을 틀고 또 틀어 이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르게 되었을 때

나는 달님이 보고싶었나보다.

아무 것도 이룬 것 없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덧 없는 30줄 초입.
그 관문을 목전에 두고 난
아무렇지도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뭔가 가슴 속에서 응어리 진 것이 요동친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것이
수면위를 요란스레 흔들어댄다.

변하는 것은 없다.
미련하고 못난 나는 그대로, 인생의 한 관문을 또 무력하게 맞는다.

스무살 무렵에 생각하던 10년뒤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지금과 똑같이 가진게 없었어도, 세상 뭐 하나 무서울 것 없었는데.
지난 10년간의 세월은 내게 패배만을 알려주었다.

흐린 하늘이 내 어께를 누른다.
넌 이렇게나 작은 존재라고, 그 것을 재확인 시켜
내 고개를 떨군다.

그래도 저 하늘 위 어딘가엔 달님이 떠 있겠지.
언젠간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비춰
그 눈물과도 같은 하얀 손길로 내 머릴 쓰다듬어주겠지.
열심히 살아온거 잘 알고 있다고.
잘 버텨왔다고.

그렇게 말 해 주겠지.
출처 내 안의 영원한 중학교 2학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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