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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받고 싶어요.
게시물ID : humordata_18248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단테21
추천 : 28
조회수 : 2318회
댓글수 : 71개
등록시간 : 2019/07/20 14:30:52
먼저 유머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아이 둘의 아빠입니다. 
지난 5월에 태어난 제 둘째아이가 60일 넘게 병원생활을 하다 저번주에 퇴원했습니다. 아이의 병명은 선천성심장질환인 대동맥축착, 심실중격결손. 

뱃속에 있을 때 처음 진단받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란게 이런거구나 깨달았어요. 두려움을 안고 상담한 병원에서는 수술만 잘 되면 예후가 좋다고, 2주면 퇴원할 수 있다하여 그말 믿고 희망을 가지고 태어날 날을 기다렸습니다. 

태어난지 5일만에 수술대에 올라간 아이를 중환자실에서 보게되었습니다. 그 작은 몸에 인공호흡기와 이곳저곳에 연결된 관이 7개나 되더군요. 
일단 빨리 회복되기를 바랐지만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혈압이 불안정하고 몸이 심하게 붓기 시작했어요. 붓기를 빼기 위해 이뇨제를 투여하면 혈압이 나빠지고 혈압을 잡기위해 약을 투여하면 몸이 다시 붓는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수술 후 2주동안이나 깨우질 못했어요. 
태어나서 눈도 못뜬 아이를 수술하고선 2주넘게 재우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가더군요. 그 사이 부정맥까지 오고 어려운 고비가 많았습니다. 더이상 재우기가 곤란해서 깨우기로 했습니다. 아이랑 눈만 맞춰도 소원이 없겠다했었지만 며칠에 걸쳐 겨우 깨어난 아이의 눈동자는 너무 힘도 없고 초점도 못맞췄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복부에 찬 물을 빼기 위한 복막투석관 삽입. 유미흉,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항생제 투여. 그런 고비를 넘기고 좋아져서 일반병동으로 옮겼지만 심낭삼출로 심장막에 물이 차서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며 다시 중환자실로 돌아온 아이는 조금씩 증세가 호전되었어요. 분유도 조금씩 양을 늘리고 처음으로 제손으로 분유를 먹여봤답니다. 그렇게 다시 일반병동으로 옮겨서 몇가지 검사를 거친 후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병동에서 주치의 선생님이 그제서야 하는말, 정말 어려운 케이스 였는데 잘 이겨낸 강한 아이라고 하셨네요. 

퇴원은 했지만 아직 난관이 남아있어요. 몸무게가 태어날때보다 더 적어 살을 찌워야 하는데 다시 몸에 물이 찰까봐 특수분유를 먹는 탓에 살이 늘지를 않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잘 이겨낼꺼라 믿습니다. 
(특수분유는 국내 유일 한 회사에서 만든다네요. 앞으로 모든 유제품은 그 회사꺼만 먹을겁니다)

유머가 아니라서 죄송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돌아온 아이라 축하받고 싶어요. 아픈 아이라서 많이 알리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라는거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총 진료비가 1억이 훌쩍 넘는데 본인부담은 5%밖에 안된다는거. 그나마 내는 돈마저 선천성환아는 지자체 지원으로 둘째아부터는 소득기준 상관없이 지원해주는거. 선천성 심장기형은 산정특례기간이 60일이나 된다는거. 병동에서 아이 돌보느라 고생한 와이프인데 산후조리사도 지원해준다는거(출산 시점이 아니라 퇴원시점으로 60일 이내)

앞으로 헬조선이네 뭐네 찌껄이는 사람들한테 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다. 아이 살리기 위해 최선의 지원을 해주고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중환자실에서 아이들을 정성껏 돌봐주신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 혹시라도 이글을 보고계신다면 너무 감사드려요.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하고 퇴원하고 말았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금도 병동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과 보호자분들. 모두 쾌유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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