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하루가 가기전에 술먹고 쓰는 이야기들.
게시물ID : humordata_18377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5
조회수 : 15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25 21:48:00
 
 
 
1.
 
술을 마시면, 지나가는 별빛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고
생각하다가도 피식 웃으며 어쩌라고 하고 웃고 그냥 만다.
지나가는 별빛, 아니 하늘의 별이 내 마음을 알아준들 그 별이
날 위해 '슈퍼 스타 디스트럭션 빔' 같은걸 쏴서 내돈 떼먹는
거래처놈들과 말안듣는 직원을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 줄 리는 없으니까.
그리고 지나가는 별이 그런 마음 알아주고 그런 기술 쓰면 지구는 이미
별들의 전쟁터가 되어있을테다.
 
 
 
 
2.
 
퇴근후에는 일주일에 네번 쯤 한솥도시락 빅치킨마요와
소주 두병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존시나 힘든것처럼 남들도 존시나 힘든
하루가 있고 각자 그걸 마무리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난 이렇게밖에는
마무리할 수 밖에 없다. 다른방법을 모르니까?
 
우울할 땐 운동을 하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라는데
일단 사람이야 뭐 일할때도 많이 만나고 아니 만나면 뭘 이야기해야 하지?
사는 이야기 뭐 기타등등 이것저것 이야기 할 거리야 만들면 차고 넘치긴
하겠지만 내가 굳이 그래가면서까지..?
 
 
 
 
3.
 
사람을 믿는건 생각보다 아주 힘든일이였다.
나에게 어떤 일이 닥쳤는데, 그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옆집 누가 뭐했다더라 하는 투로 나의 닥친 일을 돌려 조롱했다. 내가 있는 앞에서.
그 중에는 믿었던 동생도 있었고 형도 있었고 그들은 나와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였다.
그들은 나의 좌초를 바라고 있었다.
 
이제 아무도 안믿어. 다들 개1새끼들이야.
같은 생각은 안하련다. 난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되고,
그동안 내가 해주던 것들을 안하면 되는거다.
그래도 안되면 내가 죽으면 끝난다. 아주 간단하다.
가기전에 다 죽여버리고 갈거야. 개1새끼들.
 
 
 
4.
 
위로의 말이나 당신은 특별해요 당신은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
같은 말들은 요원한 것들이다. 왜냐하면 다들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무척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당신
많이 힘들었지요 내가 위로해줄게요 하고 손을 잡아준들 그 손 떼는순간
관심사는 멀어지는 법이다.
 
유서라. 할 말은 많지만 거 뒤진놈이 말은 왜케 많어 하는 소리 듣기 싫어서
그냥 가련다.
 
 
 
5.
 
술 맛있다.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그냥 두라는데 그런 의미가 있다는데
술취한김에 문장이나 한번 조져볼까.
 
 
부다페스트 광장에서 발생한 페스트는 이십일세기에 걸맞지 않은 전염병인지라,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처가 내려와 친히 페스트를 전염시키시니
대중들은 부처의 말씀을 들으려 광장에 나왔다가 혀끝부터 썩어들어가 죽어간다.
가장 많은 유럽 사람들과 그 뒤를 이어 미국인들과 아시아인들이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 페스트를 전염시킨다.
 
지구는 둥글기에 앞으로 나가면 온세상 정상인들을 다 만나고 올 것이라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그들은 비행기와 차로, 배로 어떤이들은 스키를 타고 보트를 타고,
부처님의 전염병 그래 페스트를 온 세계에 전파한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라, 천태종과 조계종은 마침내 두 손을 잡고 부처님의 말씀이
그대로 도래했다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기독교와 천주교를 조롱하는데 그 모습에
화가 난 추기경이 분을 참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매, 마침 명동성당 한가운데에 크게
걸려있는 십자가 위를 손으로 쥐어 뽑자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엑스칼리버의 첫번째 희생자는 명동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던 김재철씨였다.
김재철씨는 작은 무역회사에 다니는 사람이였는데 마침 그날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명동을 배회하며 작은 자유를 만끽하던 중이였다. 엑스칼리버에 두동강 난 그는
슬픈 목소리로 지나온 날을 회상하며 조용히 읇조린다.
 
'씨...벌... 내일 쉰다고 할...걸..'
 
그에게 결혼반지를 건네며 청혼했던 경리부장이 달려와 슬픈 목소리로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의 몸을 부여잡은 채 흐느낀다.
 
'꾸밈비까지는 주고 가야 할 거 아니야...'
 
꾸밈비 600만원을 그녀에게 주지 못한 채 몸이 두동강 난 김재철씨는 얼마나 슬펐을까.
아이라인 하나를 덜 그려야 했던 그녀의 심정은 과연 누가 헤아려줄까.
 
그런 비극적인 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기경은 골든 추기경으로 진화해 종횡무진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가리지 않고 엑스칼리버를 휘두른다. 추기경은 사실, 결혼이 힘들어
성직자라는 가면 아래 자신의 욕구를 억누른 채 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추기경의 행동에 대해 수많은 추측과 억측, 그리고 일부의 사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사실 추기경은 예전부터 남몰래 디아블로3를 즐겼었다는 것과,
사과를 좋아하고 술과 담배를 즐겨했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자극적인 내용을 좋아하는 법이다. 그러나 대중은 추측과 억측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가지기로 하고 사실만 가지고 추기경을 비난하기로 했다.
대중은 추기경이 사과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분노하며 어떻게 성직자로써 사과를
좋아할 수 있냐며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는 추기경에게 비난의 댓글을 쏟아냈다.
 
이 혼란한 시기에 네이버 데이터센터는 불타고 구글이라고 무사할 리가 있는가.
수많은 댓글을 소화하지 못하자 결국 댓글들은 글자 그대로 각자의 모니터 너머로 쏟아져
그들을 짓누르고 각기 집에서 쏟아져 나와 전국을 뒤집을 정도로 큰 댓글의 홍수를 만들어냈다.
이 때에 노아가 아직 악성댓글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이지스 시스템과
VLS, 골키퍼와 127미리 함포로 무장한 방주를 끌고 댓글의 홍수에 나타나자 많은 이들이 환호했는데
이에 노아는 구원이란 죽음뿐이라며 최신형 크루즈 미사일로 전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기 시작한다.
 
세계는 불탄다. 힘없고 죽음을 앞둔 아이들과 아직 앞날이 창창한 노인들은 지켜줄 이 없는
세계에 남겨져 죽음만 기다리고 언론인들은 세계의 종말을 앞둔 이 순간에도 본분을 지키기 위해
개소리를 쏟아내며 사람들에게 작은 미소라도 남겨주려고 하고, 개그맨들은 정확한 대피정보와
세상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감동적인 멘트를 함으로서 참언론의 본분을 다하려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종말을 피하지 못한다. 마지막 순간에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최초로 달에 가서 연주에 성공했던 루이암스트롱과 함께 우주로의 탈출을 한다.
물론, 달에 가서 성조기를 게양했던 것 밖에 한 일이 없는 닐 암스트롱은 루이 암스트롱과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부러워하며 기껏 달까지 가 성조기밖에 게양한 것이 없는 자신의 초라한 지난날을 되새기며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마침내 댓글의 홍수에 지반이 무너진 지구는 네 쪽으로 쪼개져 오늘도 한 가족의 맛있는
저녁식사가 된다.
 
 
 
"엄마. 내핵은 내가 먹을래."
 
"천천히 먹어. 뜨거워 이녀석아."
 
부모의 자식사랑은 그런것이다.
 
 
 
 
 
 
 
아 이제 진짜 끝.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