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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환자인걸까
게시물ID : humordata_18429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ngE
추천 : 4
조회수 : 250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12/01 06:57:25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의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한마디가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곤 생각을 한다.

나는 굉장히 감정기복이 심한 편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라 나 혼자만 이런건지 남들도 비슷한 증상을 겪고들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떨 때는 며칠동안 굉장히 들뜨게 된다.
그다지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온 몸에 에너지가 넘친다라는 느낌이랑은 다른 것 같은데,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두다리로 버티고 서 있으면 몸이 막 비틀비틀 대는 느낌
그런 느낌이 좀 더 산만해지면 딱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그냥 정신은 저기 딴데 가있는데 몸은 어째선지 계속 행동하기만을 원하는 그런 느낌

이런 때면 말 수가 굉장히 많아진다.
그리고 말을 하는데 있어서 거침이 없어진다.

인터넷에서 보곤 했던 유행어, 웃음을 자아내려고 내뱉는 놀림성 말들, 누구든 관심을 갖지 않을 내 개인적인 이야기들..

내뱉고나서 두 박자는 지나고서야 '아차..' 하곤 머릿속에서 실수를 했음을 감지하고 망상을 굴리기 시작한다.
' 방금 한 말로 혹시 상처를 입은건 아니었을까 '
' 방금 말을 한 것에 대해 저 사람은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
' 방금 그 말을 굳이 왜 저 사람한테 한걸까? '

머릿속에선 온갖 걱정거리들이 한아름 풀어지기 시작하는데,
반면에 내 몸은 그런 걱정거리 하나 없이 천하태평인듯 또 의미없는 말들을 쏟아내고만 있다.
그럼 또 두 박자 쯤은 지나고서야 지금까지 내뱉고 있던 말들로 생긴 쓸데 없는 걱정들이 머릿속을 에워싼다.

또 이렇게 몸이 들떠있을 때면 생기는 특이현상 중 하나는
전화통화를 굉장히 자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원래 나는 내향적인 성격인 탓에 사람들과 통화하는걸 굉장히 꺼려한다.
연락 할 일이 있거든 문자나 카톡같이 메시지로만 주고 받으며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오거나 하면 끊어버리고선 카톡으로 얘기를 하자며 말을 떼곤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왠지 그냥 무작정 통화가 하고 싶어진다.
생각난 사람이 있으면 통화를 걸어서 의미 없는 인사치레를 계속 주고 받는다.
그러고선 얼굴이나 보자며 대뜸 약속을 잡아버리곤 하는데, 통화를 마치고 나면 곧 잘 후회를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실 그 사람을 보고싶어서 약속을 잡았다기 보단
몸을 움직여야 할 명분을 만들어야 할 것만 같아서 대뜸 약속을 잡아버린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난 굉장히 내향적인 사람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보다도 혼자 있는걸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며
애초에 다른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잡는다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대뜸 통화를 걸고 만나자고 약속을 하냐고 한다면,
그다지 이유는 없다.
그저 넋을 놓고 있다보면 무언가 계속 일을 벌리게 된다.

행동과 사고에 절제가 없어진다.
하기싫은 일을 하면서 고민이 쌓여가고 원치하는 말을 하면서 걱정을 만들어간다.
겉으로는 산만하지만 속으로는 점점 곪아가기만한다.
몸과 마음이 피로에 절여져 가고 점점 피곤함이 누적되어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어떤 때가 되면 온 몸에서 부정적인 것들이 흘러 나오게 된다.

필수적인 이유를 제외한 모든 외출을 삼가하기 시작하고,
방문을 닫고 불을 끈채 며칠에 걸쳐 잠들지 않는 눈을 껌뻑이기만 한다.

이 때가 되면 전화통화는 커녕 다른 사람들에게 문자나 카톡이 와도 답장조차 하지 않는다.
외부의 누군가가 나하고 연결될만한 것들을 전부 통제하고 차단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나는 완전히 고립된 개체가 되버린다.

머릿속에는 온통 부정적인 것들로만 가득찬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종종 검사하던 심리테스트에는 꼭 이런 항목이 있었다.
' 나는 때때로 자살을 하는 상상을 한다. '

이 시기의 나는 자살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이미 내 머릿속의 자신은 죽어있기때문이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 자체만을 상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무가치함과 별볼일 없음을 느끼게 되고
군중 속 한명의 사람으로서의 내가 빠져 있는 이 사회만을 상상한다.

또 주변에 가까운 순서대로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되새김질 하기 시작한다.
첫째로는 가족부터 해서 다음은 주변에 있는 친구, 아는 지인, 친척 등등
옛날에 있었던 일들을 끊임없이 되내이며 내가 이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억제되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머리가 아파올 때면
위기감을 느끼고는 정신병원과 심리상담에 관한것들을 찾아본다.
하지만 정작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다보면 상상하던 것 다르다는걸 깨닫곤 다시 혼자 고립되어버린다.


보통 이런 우울한 시기는 들떠있는 시기보다 오래 지속되고,
그러다 문득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오고나면
짧게는 한달정도에서 길게는 몇달동안 요동치던 감정의 파도속에서 피로해진 마음을 누군가에게든 위로를 받고 싶어진다.
지금이라면 너무 들뜨지도 너무 우울하지도 않은 채로 내가 느꼈던 바를 담백하게 풀어나갈 수만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문장에서 말했듯,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나 약간의 우울증들은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라는 구절을 다시 떠올리다보면
괜히 나혼자만 유난떠는걸까라며 괜스레 털어놓지도 못하는 서글픔을 꿀떡 삼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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