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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과 오타쿠 그리고 영어공부.SSul
게시물ID : humordata_1866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2
조회수 : 167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20/06/05 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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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평소에 자주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그게 만인에게 재미있는 생각일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 턱을 쓰다듬으며 이런 일이 벌어지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라는
물음을 던지곤 한다.
실제로 범법행위가 아닌 내에서 해보는 것들도 많다.
 
 
 
오늘의 이야기는 네비게이션과 대화하는 남자.
 
 
 
나는 매립네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네비는 티맵이 이구역에서 짱먹는거지 카카오 꺼져.
어쨌든 일 특성상 하루 거의 웬종일을 차안에 앉아있기 때문에
나는 대화를 나눌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네비게이션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전방 300미터 앞 유턴입니다.'
 
 
"야 이 병신아 그렇게 가면 저쪽골목 더 헬이야. 안돼. 바꿔줄 생각 없어. 오백미터
직진후 좌회전이다."
 
 
띵'경로를 벗어났습니다 전방 200미터 앞에서 유턴입니다'
 
 
"안할거라고!! 유턴 안해!!"
 
 
그래놓고 늦는다.
 
 
 
 
 
병신진짜.
 
 
 
 
아무튼 네비하고 좀 많이 싸우다보면, 서로 고집때문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막히는 국도를 타기 싫어 외곽이나 뭐 아무튼 고속도로 그런데를 타면, 예전에는
'그래요 ㅆ발 그냥 니 뜻대로 하세요' 라는 듯 자연스럽게 고속도로를 경유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던 네비게이션이 어느날부터인가 고집스럽게
국도로 내려가는 길을 알려준다.
 
 
실제로 내가 도착한 시간은 한시간 쯤인데,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국도를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니 네비게이션 시간은 한
삼십분쯤 더 늦는다. 아...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 중 네비게이션의 gps
시스템이 블라블라... 하실것 같으면 웃자고 쓴 글에 죽자고 달려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전한다.
 
 
아무튼 난 그렇게 죽자고 국도만 혹은 고속도로만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일상적으로 업무이야기(?)만 주고받는 우리 관계는 어느순간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관계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방 200미터 앞 까지 10분간 정체입니다'
 
 
"그래. 안그래도 집에 빨리가고 싶은데 참 좋은거 알려줘서 고맙수다 네선생'
 
 
'피곤할땐 맥드라이브~ 지금바로 맥드라이브 라고 외쳐주세요~'
 
 
"니가 사줄거 아니잖아 샹것아"
 
 
'전방 100미터 앞 까지 8분간 정체입니다'
 
 
"말돌리는거보소 너 솔직히 말해 돈없지?"
 
 
이렇듯 친밀한 관계이다 보니, 가끔 나는 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
 
"아리야~" 라고 불렀을 때 '띵' 하면 어딜 찾아달라던지, 어디에 전화를 걸어달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참 발음이 무지하게 *같은데도 제대로 찾아주는거
보면 얘가 어느순간 '휴먼, 개쌉소리 자제하십시오' 하면서 달려들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가끔 정말 빡치는 날은 그렇다.
 
 
 
"아리야 tbs 틀어줘"
 
 
'지금은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에요~'
 
 
...그래? "...교통방송 틀어줘"
 
 
'tbs 교통방송을 틀게요~'
 
 
"야임마!"
 
 
그래, 오늘도 그렇게 내일도 그러겠지만, 난 여전히 많은 대화를 나눈다.
어차피 뭐 그래봐야 나 혼자 떠드는거 잘 안다만, 그래도 얘 없으면 그땐
어떨까
 
 
 
 
 
 
생각할줄 알았지 카카오네비 쓸거다 하하 이 미천한 티맵놈.
 
 
 
 
 
 
 
 
 
#2.
 
 
 
네다씹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나에 대해, '야 이 오타쿠자식' '하하 인생 절반을 애니메이션에 갈아넣은 놈'
'건담을 좋아한다고? 어 음 어우' '그러다 혼자 늙어 뒤지는겨' 뭐 이런 말 하는 것들에 대해
별 감흥도 없고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 잠깐만 저 네 문장중 두개는 안들어본건데.
이야 나도 느끼는게 있구나 그래서 저렇게 썼구나. 그래 맞아. 나 오타쿠야 그래서 어쩔건데?
아, 혹시 내 방에 있는 에반게리온 피규어와 넷플릭스 채널 그리고 수많은 dvd컬렉션이
보고싶은거라면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언제든 보여줄텐데.
 
사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별로 크게 불편한 점은 모르겠다.
다만 내돈벌어 내가 덕질하겠다는데 서페이서 아니면 갓핸드 하나라도 더 사주실거 아니면
가던길 그냥 가주시면 안될까요? 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재미있게 느끼는 분야가 다를 뿐이지
내가 건담을 만들어서 고양시를 침공한건 아니니까 말이야.
 
 
 
 
 
 
#3.
 
최근에 외국인 친구가 꽤 많이 생겼다.
나에겐 친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핵인싸고, 어쩌다 친해져
그 무리에 같이 껴 놀다보니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현재까지 둘뿐이지만)
 
 
 
아무튼 그 영향으로 인해 때아닌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재미있는건,
내가 느낀바로는 그렇다. 생활영어가 존나게 짱이라는거다. 12년을 그렇게 굴러먹어가며
배웠던 영어라고 기억나는 단어는 hi bye how are you? 뭐 그런거, 그나마도
외국인 만나면 어음어 쏘리 하기 일쑤였는데 요새는 카톡 아니면 보이스톡같은걸로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영어가 꽤 많이 늘어 이제는 부자연스러운 대화정도가 가능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글로벌한 시대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내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나 하는 고민이 자꾸 드는 것이다.
 
 
'야. 들어봐. 너 독일사람이잖아.'
 
 
'맞아. 난 독일사람이야.'
 
 
'그런데, 독일은 EU라는 집단에 있잖아?'
 
 
'어 맞아. 너 잘 알고있네.'
 
 
'응. 그래서 네가 안좋은걸 보면 ewwwwww 라고 하는거야? EU사람이라서?'
 
 
'나 정말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다.'
 
 
(같이 있던 한국인 그친구)'신경쓰지마. 저친구 머리가 이상해'
 
 
난 그저 개그에는 국경이 없다는 일념으로 그친구와 좋아지고 싶었을 뿐인데.
 
그리고 그날 밤 그친구에게 한통의 카톡이 왔다.
 
 
 
'나 네가 무슨말 하는지 알았어. 그거 웃겼어. 너는 스탠딩 코미디를 해보는게 어때?'
 
 
 
참, 세상에는 많은 성자들이 있구나 하는걸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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