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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중인 의사는 아닙니다만..
게시물ID : humordata_1875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omdole
추천 : 2/35
조회수 : 1989회
댓글수 : 37개
등록시간 : 2020/08/29 16:03:38
파업 중인 의사는 아닙니다만,

의사 파업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오해하는 것에 대하여 툭 까놓고 속시원히 한 말씀 드려봅니다.

 

1. 의사수 증가, 공공의대 설립에 관하여

사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비용과 접근성을 담보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의사들은 대부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수의 증가는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보다 의료서비스의 질과 관련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 의사들이 의사수의 증가를 의료 서비스 접근성과 연관시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불필요한 것으로 주장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나중에 한번에 설명드리죠. 또한 공공의료부문은 민간의료의 10% 수준에 불과하여 포스트 팬데믹 이후 뉴노멀에 공공의료 부문이 커져야 한다는 당위도 이해합니다. 더하여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의대정원은 사실상 동결되었고, 90년대 폭증했던 의대 설립이 차후 교육 환경의 질적 열악의 문제를 결과하여 결국 서남의대 폐교사태로 귀결되었음을 압니다. 하여 의대 정원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에 대한 공감대가 안팎으로 있어 왔다는 사실도 잘 압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사수의 증가는 국가 전체로 볼때 전체 국민의 의료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의사들은 평생 무한경쟁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립니다. 게다가 의사들은 정보의 비대칭성 덕분에 수요를 창출해 낼 능력이 있고 통계적으로도 수요를 창출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이 과거정부가 의대정원을 동결한 배경이기도 했지요. 의사의 수요 창출 때문에 현재도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의사들의 만연한 과잉진료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어 있지만,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인건비조차 인정해주지 않는 의료보험체계의 구조적 모순 속에 표출된 인간본성 즉 이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의사들도 인간일 뿐입니다. 우리 의사들 입장에서는 소득이 충분히 보전된다면, 당연히 과잉진료의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과잉진료가 난무하는 열악한 상황인데 여기서 의사수를 더 늘린다? 지금보다 경쟁이 심해지면 과잉진료도 따라서 더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국가 전체로 불필요한 자원이 낭비되며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증가하게 됩니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면 국가는 더이상  상황을 방치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문제 삼을 것이 자명합니다. 규제가 강하게 들어오면 현실적으로 우리 의사들은 현재도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 소득수준을 더이상 보전받기 어렵게 됩니다. 

 

모르겠습니다. 우리의사들은 질병과 인간신체에 대하여는 전문가이지만 국가 전체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정책과 '방향성'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건대 정책이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우리 의사들의 소득수준이 낮아지게 되어 직업적 유인이 줄어들면, 최고수준의 수능점수를 받는 뛰어난 인재들이 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기초과학분야나 첨단과학분야로 진출하게 되어 국가기술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은 향상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방향성'이 국가의 백년지대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탑클래스의 인재들이 모두 의사들이 되는 건 사회전체로 봐서 비효율적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입니까? 지금껏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로 숱한 경쟁의 소용돌이를 뚫고 나와 이제야 비로소 지옥같은 고생 끝에 안정된 길에 들어설 차례인데, 왜 국가 전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금 우리가 정책적 희생양이 되어야 합니까? 현재 상태로 가만 놔두면 당연하게 보장되어 있는 안정된 내 앞 길을 또다시 살인적인 경쟁과 투쟁의 자갈길로 만드는 정책에 대하여 여러분들이라면 조용히 침묵하고 있을 겁니까? 아니면 목숨걸고 반대하시겠습니까? 누구의 목숨이든간에 말이죠. 이건 의사로서의 최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우리의사들 생각에는 현재 상태의 유지가 최선입니다. 그러니 공공의대나 의사수를 증원하여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개연성 자체가 없어야 합니다. 그런 인위적인 정책적 시도는 실패가 예정되어 있다고 우리는 굳게 믿어야만 합니다. 그쪽으로 전문가가 아니어서 거시정책의 모든 변수들, 대안들을 우리의사들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런 정책들은 시도되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우리의사들이 의료수가나 의료서비스 질적하락을 떠들고 이런 저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설사 국민들의 보험료가 조금 올라가거나 국가적으로 의료재정 부담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우리의사들의 이해관계에는 적확하게 부합되는 문제해결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사들의 이해관계를 침해하는 정책은 우리의 열악한 상황을 감안할 때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 실패의 이유들을 꽤 많이 밝혀냈고 , 계속해서 찾아낼 것입니다. 반드시 실패할 정책이어야 시도되지 않을 것이고, 그래야만 지금까지 최상이었던 The status quo는 유지될테니까요. The status quo를 우습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이건 지금까지 사회가 합의해온 최선의 상태입니다. 우리 의사들은 섣부르고 급격한 개혁은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한 것이라 확신을 하는 것입니다. 

 

2.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이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의원과 한의원은 경제적으로 대체관계에 있습니다. 한방첩약 급여화는 환자입장에서 한의원이 의원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인하를 하는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지금도 수많은 의원들이 과잉진료로 간신히 수익을 보전하고 있는데 그나마 수요를 한의원에 뺐긴다면 우리 의사는 얼마나 더 악마가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우리의사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 바친 그 긴 시간의 헌신적인 노력과 투자의 결과물이 투자대비 타산도 안맞는 소득수준이라면 이건 사회가 우리 의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는 거라고 봅니다. 이 문제는 설사 국민전체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우리 의사들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이 수 없는 문제입니다. 물론 우리의사들은 이 문제에 관하여 결국 국민전체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근거를 현재도 열심히 찾고 있고 당장 100가지 이상 제시할 수 있습니다.

 

비대면진료는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제각기 지역에서 힘들게 자리잡은 의료서비스를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경쟁시키겠다는 발상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아예 가격비교와 이용후기 사이트도 공식적으로 만들라고 하죠. 이건 뭐 말도 안되는 겁니다.

 

이상입니다. 질문은 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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