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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일진 짓 하다가 망한 케이스
게시물ID : humordata_1896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팡3세
추천 : 7
조회수 : 25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3/04 03:54:48
초등학교 때라 일진이라 하기도 뭐하지만
진짜 틈만 나면 애들 때리고 다니고
돈 뺏고 괴롭히고 그러던 놈이 있었습니다.
그 때 당시엔 일진이란 말은 없었고 짱이라고 했죠.
암튼 이 놈을 A라고 해두죠.

A 그 놈은 1학년 때부터 내내 그 짓으로 유명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전교 짱이죠.
저는 3학년 때만 같은 반이었는데
3학년 때 제일 친한 친구가 그 놈한테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랑 제 친한 친구는 키가 커서
둘 다 제일 뒤에 앉으면서도 소심해서 싸움은 못 하고...
뭐 그랬습니다.
암튼 그 날 제 친구가 그냥 주먹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실내화로 맞고 우는데 사실 저라도 싸웠어야 했는데
둘 다 싸우지는 못 하고 친구는 울고
저는 우는 친구 달래고
그 놈은 의기양양 해서 제 친구를 계속 놀리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엔 참 분했습니다.

그 놈은 초등학교 내내 그랬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이민을 갔습니다.
한 2년 한국에 못 오다가
중2 때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 왔는데
제가 꾸준히 키가 커서
중2 신체검사 때 키가 185.4가 나왔습니다.
엄청 커버린거죠.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와서 초등학교 3학년 때
A에게 맞았던 친한 친구를 만나기로 하고는
내 키 보고 놀라겠지? 생각했는데
왠걸 친구도 저랑 키가 비슷한 겁니다.
둘 다 엄청 놀라고 반가워 하면서
친구가 오랜만에 학교 구경 가자길래 같이 갔습니다.
그렇게 같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놀러 갔는데
애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딱 봐도 초등학생들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갑자기 야구 하는 애들 중
한 명한테 소리 치는겁니다.

- 야

- ...

- 야 쌩까냐

- 어... 안녕

- 야구 재밌냐

- ...

- 아 c 야 야구 재밌냐고

- 어...


되게 어색하고 뻘쭘하게 말하기도 싫어하는데
계속 공격적으로 말하는 제 친구가 이상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죠.

- 야 누군데 그렇게 막대하냐 좀 심한 거 아니냐

- 쟤? A잖아 기억 안나냐?

- 뭐? (급히 다시 돌아 봄)
와 진짜냐? 와...와...
니네 많이 달라졌다? ㅋㅋㅋ

- 뭐가?

- 너 쟤한테 실내화로 쳐 맞고 울었잖아 ㅋㅋㅋ

- 그랬던가? ㅋㅋㅋ


암튼 제 친구가 급격하게 키도 크고
거기다가 초등학교 때 약한 모습이 싫었는지
운동까지 해서 그 이후로 중고등학교에서도
건드리는 놈 없이 편하게 공부만 했다고 하더군요.

3학년 때 맞을 때 못 도와준 게 항상 마음의 짐이었는데
그 날은 정말이지 그 모든 게
한 방에 날아 가버린 날이었습니다.

그 날 뻘쭘하게 대답하던 A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쟤는 어쩌다가 저렇게 됐냐 라고 묻는 제 질문에
저 덩치를 봐라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냐
라고 제 친구가 답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깡패짓 하던 놈이
초등학교 때 키 그대로 중학교 올라가서
쟤도 엄청 힘들겠네라고
그 놈에게 동정심 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선 '참 사람 일 알 수가 없네'
라고 중2 짜리가 생각했었던 게 기억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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