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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북한사람하고 춤 춘 기억 1
게시물ID : humordata_19080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트리
추천 : 13
조회수 : 147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21/06/13 13: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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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7년 8월

당시 난 태국의 방콕에 있는 국제 대학에서 재학중이었는데 2학년 이었다.

우리 대학교 커리큘럼은

졸업을 위해선 반드시 체육관련 교양과목을 1개를 이수 해야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원래는 1학년 1학기 끝냈어야할 수업을

귀찮다는 이유로 2학년 1학기까지 미루고 있어던 상황이었지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체육 수업을 등록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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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하고 클럽에 가도 남들 춤출때

혼자서 술만 꼴깍꼴깍 넘기며 목석 같이 서있는 나에게

여자와 손을 잡고 혼연일체가 되어 스텝을 밟는 사교댄스는 나에게 크나큰 시련이었지.

(참고로 나 부끄럼 많아서 여자랑 대화 잘 못함)

대망의 수업 첫날

정말 많은 고민을 하였어. 수업 시작 시간은 다가오고,

내가 아는 애들중 그 수업 듣는 애들은 1명도 없고..

이제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라고..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가는게 500ml 생수를 벌컥벌컥 마셔도 갈증이 해소 되지 않았지

'하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그래도 이 수업을 안들으면

졸업이 불가 했기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최대한 신나는 음악을 틀고

체육관으로 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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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문은 큰 철문으로 닫혀 있었는데

나는 조심히 철문을 살알짝 열고 빼꼼하고 체육관 안을 들여다 봤음

와..... 심장 철푸덕 하고 땅바닥으로 떨어질뻔 함...

거기에 여학생들만 대충 30명이 모여 있더라..

남자라곤 1명도 없었어

최대한 소리가 안나게 문을 닫은후 화장실로 달려가

좌변기 칸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벽에 머리를 처박았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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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 알았던게

너무 놀라고 충격받으면

손 떨린다는게 정말 가능하구나...

손이 수전증 환자처럼 쉴세 없이 흔들거렸음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은 미친듯이 방망질 하듯 뛰었음

또 입술은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쩍쩍 갈라지는 것 같았어

'하...자퇴 할까?'

수업 시작까지 1분 남은 상태에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진짜..

그렇게 시간은 야속하게 계속 흘러 갔고

 

 

그래도 죽기야 하겠냐라는 자기 최면을 걸고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체육관 철문 앞에 섰어.

 

001(13).jpg

 

"후...하.... 후...하...."

심장이 이리저리 사정없이 요동치는게

마치 심장이 브레이크 댄스 추는줄 알았다..

시계를 보니 이미 수업 시작 시간으로부터 1분이나 더 지나 있었는데

더이상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

눈 질끈 감고 떨리는 손으로

체육관 철문을 힘껏, 열어 저치고 당당하게 들어갔어

'가.....간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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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순간 대략 30명 가령의 여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어

정말로 그 넓은 체육관에서

발걸음을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

1초가 1분처럼 느껴졌지

찐따처럼 서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까

그때 사교댄스 교수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나에게 말했음

"지금 교육 있으니까 체육관은 나중에 이용해 주세요!!!!!"

나: 어..저기 교...수님..오늘 제가 그.... 뭐냐 엑@%^@@?

너무 당황한 나머지 영어를 심하게 더듬고 말았어...

 

그러니까 거기 여학생들이 마치 나를 벌레처럼 처다 보는 것 같았어.

 

 

교수: 미스터, 이제 수업 해야하는데 나가 줄래요?

나: 아..네.. 교수님.. 저도 이 수..업 학생입니다..

교수: 아 그래요?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호호호

마침 남자가 1명도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잘됐네

여기서 출석 리스트에 사인 해주세요

나:네...ㅠㅠ

고개를 최대한 떨구고 출석 리스트에 사인을 하는데

정말 쥐구멍이 있다면 그곳에 머리라도 처박고 최대한 이 뻘쭘한

상황을 모면 하고 싶었어.

 

그리고 최대한 교수 옆에 딱 붙어서 나무토막처럼 서 있었어

그 넓은 체육관 한 가운데서 어디에 서있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교수옆에 서 있으면 덜 쪽팔릴것 같아서 그랬던거 같아

그러니까 교수가

'이 새끼는 왜 이러고 내옆에 서있는거지?'

하는 눈으로 나를 힐끗 올려다 보더라고...

 

 

"헤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페이스북을 키고 무의미하게 스크롤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지

'아...... 죽고싶다..'

그렇게 사교댄스 첫 수업이 시작되었어

여자만 대략 30명에 남자는 나 혼자여서

30명의 여학생들 1명 1명이 돌아가면서 나와 파트너와 되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형식이었지

덕분에 나는 수업 2시간동안 꼼짝없이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춤만 추는 신세가 되어버렸어

날씨도 너무 덥고 극도로 긴장해서 얼굴에서 땀 엄청남;;

 

 

또 그 땀방울이 파트너 여학생 손등에 떨어져서

너무 쪽팔려서 죽을거 같았어..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가 익숙해지기 시작해졌고, 극한의 뻘쭘함과 쪽팔림도 점점

사라지더라

또 30명의 여학생들과 쉬지 않고 춤만 추다보니 춤 실력이

그 수업내 학생들 중에서 가장 월등히 성장하기 시작했어

그래도 처음보는 여학생과 손을 마주잡고 스텝을 맞출때는 정말 너무 부끄러워서

나도 그녀들도 고개를 서로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춤을 추었어

그리고 그때마다 교수의 호통이 나에게 날아왔음

 

"미스터!! 아이컨텍!!"

 

 

 

아....왜 나한테만 머라해.....'

그렇게 반쯤 정신은 빼놓고 춤만 추다가

어느새

여학생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어

'아... 인종이 정말 다양하구나..'

태국인 중국인 일본인 베트남인 서양인 서양혼혈 혼혈화교 등등

모두들 각자 아름답고 개성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중에 유독 한국 사람처럼 생긴 아름다운 여학생이 눈에 띄었는데

30명의 여학생들중 이상할치 만큼 실력이 좋았던 학생이었어

 

 

한국사람 같아서 말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수업 첫날이기도 하고 너무 부끄러워서

그렇지 못했어

그렇게 지옥같던 첫 수업이 끝남

수업 끝나마자 바로

1층으로 뛰쳐 나가서 혼자 담배 한대 피는데

 

 

지하 깊숙한 시뻘건 지옥에 있다가

겨우 겨우 지상으로 기어올라와서 파란 하늘 보면서 담배 피면 딱 이 맛나겠구하는 생각 들더라

쓰읍 하고 담배연기 깊게 빨아드렸다 푸~우 하고 밷으니까

2시간동안의 극도의 긴장감이 싸~악 풀리면서 몸 나른해지면서 힘이 풀려버리고..

반년동안 이 수업을 어떻게 들어야 하나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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