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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경계에 서다.
게시물ID : humordata_19240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식당노동자
추천 : 6
조회수 : 10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10/08 02:02:57

여름은 달력에서 지워진 지 오래인데
아직 남아 그 시퍼런 더위를 낮에 아주 잠깐이라도
내비치는 것을 보니 더위란 추위보다 집요한가보다.

귀뚜라미는 숨이 죽지 않았고
매미는 얼마전까지 울다 사라졌다.
어느날 퇴근길에 어지럽게 날던 잠자리는 자취를
감추고 나는 또 그렇게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경계에
서있다. 아주 무기력하고 차분하게.

굼벵이처럼 누워 살아왔던 날들을 떠올린다.
이맘때가 되면 니맘같지 않았던 내맘이 떠오른다.
그래서 우린 갈라섰고 그건 영원히 안되는 것이였다.
최소한 그때는.


내가 조금만 더 지금같았다면 우린 손잡고 오늘도
잠들었을까. 예쁜아이가 있었을까.


바쁜하루를 보내고 힘겨운 손으로 운전대를 잡아
집에 오는 나날. 우째도 내일은 쉬는날 아이가.
하루 나절 온갖 세상 때를 만지고 살던 손으로
소주잔을 잡고 내쉬길 바라지 않는듯 숨을 입으로
토하며 가성소다 섞인 소주향을 입다문채 받아들인다.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아버지 어머니하고는
조금 더 잘 지내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같았더라면.
그러나 삶의 작동방식이란 얼마나 얄궃고 복잡한지
몰라도 결국은 이렇게 되어버릴 일이였을테지.


좋은 아들 좋은 남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실체는 모른체 가슴으로만 느낀다고
만사가 내뜻대로 이뤄지는건 아닐진대

나는 실천하지 않고 가슴으로만 끄덕였기에
결국 이자리에 남은건 덩그러니 나 하나뿐이다.


그래 조만간 안녕.
조만간 보자.
내 정말로 푸른하늘 올려다보던 그 어린시절에게.
조만간 보자.
내가 실패한 순간들에게.
그럼 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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