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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며느리의 고백
게시물ID : humordata_19503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호유우
추천 : 15
조회수 : 3122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22/05/15 01:45:51

 

 

 

 

[펌]



어느 며느리의 고백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년 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 혼자 4 년간 똥 오줌 받아내고, 잘 씻지도 못하고, 딸내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4년간 남편 품에 단 한 번도 잠들지 못했고,

힘이 없으셔서 변을 못누실 땐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이었지만

힘 안들다고, 평생 이 짓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이 멀쩡하셨던 그 5년간 베풀어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 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롭고 어진 분를 본적이 없습니다. 

 

알콜 중독으로 정신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 때 집나가서 소식 없는 엄마. 

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던 오빠... 

그 밑에서 매일 맞고..울며 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 줄 착각하는 신랑과 

모든 이야기를 듣고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000만 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 어디 나라에서는 남의 집 귀한 딸 데리고 올 때 

소 팔고 집 팔아 지참금 주고 데려 온다는 데 부족하지만 받으라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혼수, 사고 싶은 거 사서 시집오라 하셨던 어머님...

 

부모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 댁 들어가서 셋이 살게 되었습니다. 

신랑 10살도 되기 전에 과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 번 높이신 적이 없으시다는 어머님... 

50 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니 화내시는 걸 본적이 없다 하시네요.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 망정 튀김 위에 설탕병을 깨트려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거 몸에 안 좋다고 초콜렛 쩝쩝 먹고 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 

나갔다 들어오실 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셋 다 술이 과했는지 안하던 속마음 얘기 하다가,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시어머니 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니가 내 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 줄 테니 이제 다 잊어라... 잊어라...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 때 상 차린 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 먹었다 방에 가있어라" 하시곤

소리 안나게 살금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됐었죠..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일 시키는게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험한 말씨 한 번 안 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 날 저에게 " 아이고 이쁘네.~ 뉘 집 딸이고~~" 하시더이다.

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 여사님 (시어머님 함자십니다) 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  했더니

"있지~~ 서미X (제 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이 분 마음속엔 제가, 딸 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 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 이었다는 걸...

저에게..."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라는 걸... 

 

정신 있으실 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 분을 진짜 엄마로 여기고 대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 매일 해드리진 못했는지...

 

형편이 어렵고 애가 셋이라 병원에 얼굴도 안 비치던 형님. 

형님이 돌보신다 해도 사양하고 제가 했어야 당연한 일인데, 왜 엄한 형님을 미워했는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무치고 후회되어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밤 11시쯤,  소변 보셨나. 확인 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원 짜리 한 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이게 뭐에요?" 했더니 소근 소근 귓속말로 

"아침에~ 옆에 할 매 가고 침대 밑에 있더라.~ 

아무도 몰래 니 맛있는 거 사묵어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 때 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셨고, 첫째, 둘째 시누도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셨어요.~?" 

(자식들 몰라보셔서 언젠가부터 그리 부릅니다.) 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워서 당신 자식들에겐 안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 거 였어요.

그리곤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셨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번 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시킨 시아주버님과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 슬퍼하시게 

우리 우애 좋게 잘살자고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을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 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렛, 사탕을 사 들고 오시던 까만 비닐봉지.

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원 짜리를 배게 밑에 넣어두고..

매일 어머님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 곳으로 가시 길...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하시고 

 행복하게 살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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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있는 월류봉(月留峰)은 하늘에 뜬 달도 비경에 넋을 잃고 머물러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봉우리 밑 끝자락에는 월류정(月留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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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 위에 만들어진 농다리는

서로를 배려해서 조금씩 길을 내주면 돌다리 사이사이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다.

 

 

 


 

 

 

11.png

 

숲으로 파고드는 신비로운 빛 내림

강원 평창군 진부면

 


 

- 이상 사진과 해설 : 왕태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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