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소설 화장실
게시물ID : humordata_1976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해열수구
추천 : 3
조회수 : 188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3/01/13 18:26:12
옵션
  • 창작글


  [도심 한복판 어느 빌딩]

 


 한 직장인이 흥얼거리며 남자 화장실로 들어온다.


      "왜 이렇게 다들 재미없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

 


텅 비어 있는 화장실 안. 


LED 조명 아래 때깔 좋게 광나는 소변기들이 그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남자는 처음에 고른 소변기를 패스하고 현란한 좌우 스텝을 밟으며 몇 개의 소변기를 지나친 끝에


구석에 있는 소변기를 최종 선택했다.



                  쏴아아악~



사내 정치 및 각종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느 직장인과는 달리 워터젯같은 강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이 남자.


4주 후에 뵙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입 안에 원기옥을 모아 히드라처럼 퉤퉤~ 뱉은 후 뭐가 좋은지 씨익 웃는 이 남자. 


존나 카리스마 있다.


♬위 아래~ 위위 아래에서 발사된 산성 물질을 받아낸 소변기. 


닳아서 부식되었다.


거사가 끝나갈 무렵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떤 남자. 


마지막 남은 방울까지 손가락으로 튕겨내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손놀림이 가히 그랜드 마스터베이셔너?라 불릴만 하다.

     

한 치에 오차 없이 루틴을 수행하던 중 난데 없이 비명을 지르는 남자.



                      "악!!!!"



남대문을 올리던 중 대왕고래의 수염이 당겨지며 대문짝에 끼인 것이다.


평생에 한두 번 있을 법한 짜릿한 통증이다.

        

남자는 성난 고래를 어루만지며 달래본다.


그 옛날 조심스럽게 수염을 쓸던 미염공의 세심한 손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거사를 치른 후 손을 씻던 남자는 아픈 와중에도 거울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백을 좋아할라나..)    



가방인지 백대갈인지 애매하다.


아직도 욱씬거리는 고래.

 

결국 물기를 마저 닦지 못한 손으로 남대문을 막 문지르는 남자.


그때 누군가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고 거길 문지르고 있던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갑자기 정적이 감도는 화장실.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왼손으로 파이어에그를 받치는 남자.


자신이 펼칠 행동이 불러올 강한 충격에 떨며 울 에그들을 달랠 요람이다.

 

지체없이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고 들썩거리며 마이클 잭슨으로 빙의한 남자. 

 

대담하면서도 기발한 대처로 위기를 탈출한 화장실 마잭. 


이때 거울에 비친 남자의 좆레머니를 감격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누군가는


마잭이 나간 후 소변기 앞에서 허리를 들썩거리며 팬심을 드러냈다.

 

순간 화장실은 사방으로 튀는 노란 물결의 향연이 펼쳐졌고


때마침 청소하러 들어온 아줌마가 극대노와 함께 쿵푸허슬로 빙의하여 사자후를 내뿜었다.  


 

                                            - 끝 -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