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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아티스트
게시물ID : humordata_19761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해열수구
추천 : 2
조회수 : 17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01/14 20: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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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서울 도심 어느 길거리] 


 

 거리를 걷고 있는 한 청년. 


무언가를 참는 듯 연신 끙끙 댄다. 


급똥이다.


참기 힘든지 가던 길을 멈춘 청년.


얼굴에선 야릇한 표정이 보이기도 한다.


집까진 불과 수백 미터 남짓.


조금만 더 가면 마음껏 쌀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인다.


횡단보도 녹색불이 들어오고 마음이 급한 청년 부리나케 뛴다.


시간을 단축했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했던가 


급하게 뛰느라고 괄약근이 느슨해진 사이 압력밥솥에 김이 새듯 질질 새어나온 가스.


청년은 두 다리를 비비꼬며 괄약근을 꽉 조여본다.


가스 냄새를 맡았는지 주인과 함께 횡단보도 앞에 대기 중이던 애완견이 킁킁 댔다.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이어진 고난의 행군.


얼마 못 가 급격히 차오른 장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뿜어낼 준비를 한다. 


팬티에 지리지 않고 가스만 배출하려면 괄약근의 신들린 컨트롤이 필수이다. 


청년은 성공을 확신했다. 


평소에도 케켈운동을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자신감에 차 있던 것이다.


뒤쪽에 행인이 없는지 확인한다.


마침 옆엔 가전매장이 있었고 전시해 놓은 TV에서 음성이 흘러 나왔다.



            "♬ 준비하시고 쏘세요~"


      "뿌이이이이이잉~ 뿌직.."


      ".............."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씨..발.."



실패다.


청년은 인상을 쓰며 욕을 했다.


미세한 괄약근을 컨트롤하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곧 폭발할 조짐을 보이는 애스홀.


설상가상 파이어에그가 촉촉하게 젖고 있었다. 

 

찝찝함을 참으며 경보를 하는 청년. 


더는 안 되겠다 싶은지 무작정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천만다행으로 1층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화장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력을 다해 내달리며 화장실 안으로 입성.


비교적 쾌적한 공중 화장실.


싸기 일보직전인 청년은 바지부터 내리며 칸막이 안으로 들어갔다.

 

곧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소리들이 화장실 안을 울리는 가운데 청년은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거하게 모든 걸 쏟아낸 후 세상 걱정 근심들이 말끔히 해소된 듯 해맑게 웃어보는 청년.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치른 애스홀을 닦기 위해 옆에 달린 두루마리 화장지를 당긴다.


휴지 양은 많진 않았지만 닦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휴지를 당기는데 잘 딸려나오지 않자 통째로 휴지를 뺀 청년. 


왼손가락을 휴지심 안에 끼워 고정한 채 오른손으로 돌돌 말기 시작했다.


적당량이 손에 감겼고 휴지를 끊을려는 순간 실수로 휴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데굴데굴 굴러간 휴지는 칸막이 아래 틈을 통과해 버렸다.


아뿔싸! 얼굴이 사색이 된 청년.

          

         

           (살려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청년의 마음 한 켠에선 절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굴러간 휴지는 소변기 옆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청년의 마음도 모른 체.


난감한 청년은 바지만 대충 올린 후 휴지를 잽싸게 집어올까도 생각했지만


축축한 찌꺼기로 뒤덮힌 애스홀을 확인하곤 엄두가 나질 않았다.  


폰을 꺼내 집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해 보는데

             


                "왜 지금 바뻐 용건만 얘기해"


           "야 내가 지금 집 근처 어느 건물 안 화장실인데 휴지가 없어서..." 


                "꺼져 형이 알아서 해"


           "야 형이 부탁할게 휴지 좀 갖다줘 제발~"


                "나 바쁘다고~ 아 시발!! 죽었어!! 형 때문에 죽었잖아!!" 



뚝 끊어진 전화.                           '

                 

          

            "시발 새끼.." 



별 기대는 안 했지만 빡친 청년은 욕을 내뱉곤 한 숨을 길게 쉬었다.                 


화장실에 들어오는 사람도 없었다.


변기에 앉아 절망감에 고개를 숙인 청년.


그때였다.

 

'똑똑' 소리가 나며 오른쪽 아래 틈으로 누군가 뽑아쓰는 휴지를 건넸다.


인기척이 없어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던 옆 칸에서 누군가가 볼 일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 같았다.

 

청년은 고마움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사적인 영역이 들킨 것 같아 창피하기도 했다. 

 

다 닦은 후 쓰고 남은 휴지를 틈으로 건넨 청년은 잘 썼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습니다"


                           

                       "뿌직"

                           


답례를 하는 옆 칸.                          

                         

볼 일을 마친 청년은 문을 열고 나왔다. 

 

바닥엔 굴러가면서 길게 풀어진 휴지가 있었다. 


마치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다. 


풀어진 휴지를 주울려고 허리를 숙인 청년.


그 상태에서 무심결에 옆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칸막이 아래 틈으로 신발이 보였다.

 

청년에게 휴지를 베풀었던 의인이다.

 

별 생각없이 다른 칸들도 살펴본 청년.

 

놀랍게도 이쪽 저쪽 모든 칸마다 신발이 보였다.                         



             (세상엔 변비가 많구나..)



속으로 생각하는 청년.


그때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변비로 고생하는 이들이 일제히 대폭발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힘을 응축한 묵은 변이 화산이 폭발하듯 가공할 위력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뿌~

 

                          뿌우우~


            뿌뿌~


                        뿌직뿌직~


       뿌직~                        빠라라라밤


              뿌우뿌우~  삐삐삐~


                 빠빰빠빰~    빵빵빵~


         뿌지직~       뿌우우웅~



경쾌한 재즈 리듬의 향기로운 방구 오케스트레이션이 펼쳐졌다.


트럼본, 트럼펫이 액기스 방구로 장단을 맞췄고


무거운 튜바가 울림있는 똥방구 소리를 내며 화음을 보조했다.


화려한 방구 무브먼트의 색소폰 주자가 전체 화음을 리드하며 치고나왔고


재즈의 신 찰리 파커가 환생한 듯한 신들린 괄약근 컨트롤을 선보였다.


색소폰 주자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액기스 가득한 똥방구를 뿜어냈고 


지독한 냄새의 여운을 남기며 방구 오케스트라의 대미를 장식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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