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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수집가
게시물ID : humordata_19770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해열수구
추천 : 1
조회수 : 196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3/01/27 19: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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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00년 전. 사도 바울을 비롯한 예수의 제자들은 로마 제국의 탄압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파하였고, 결국 하나 둘씩 순교하며 영원한 안식처인 천국으로 직행하였다.


     "오오! 제 앞에 고결한 자태를 한 형상이 정녕 주님이시옵나이까?!"


바울이 자기를 마중 나온 예수에게 감격하여 외쳤다. 


예수는 말없이 온화한 미소를 띠며 바울을 지그시 바라봤다.


뒤이어 천국으로 올라온 베드로가 예수 앞에 나타나 울먹이며 말했다.


   "나의 주님이시여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주님 뜻을 따라 이 베드로는 지상에서 복음을 곳곳에 알리는데 힘을 다하였나이다"


예수는 베드로에게도 온화한 미소만 보일 뿐 말이 없었다.


옆에 있던 바울이 베드로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지상에서 복음을 전파하느라 온갖 고초를 겪은 끝에 죽음을 맞이했지만 


      이는 결코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소


      주님이 우리를 위해 친히 마중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소이다"


베드로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울 형제여 그 말이 참으로 맞습니다 


    이제 형제와 나는 이곳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겁니다"


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예수가 돌연 뒤를 돌더니 천국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불과 찰나 순간에 두 사람이 있는 곳과 멀리 떨어졌다.

 

바울과 베드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곧 정신을 차리더니

 

급히 발을 떼며 말했다.


     "주님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버겁사옵나이다 조금만 천천히 가시옵소서"


   "나의 주님이시여 다시는 배반하지 않겠나이다 제발 저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저 멀리 있는 예수를 보고 뜀박질을 하는 두 사람. 


그렇게 한참 달린 끝에 드디어 예수 앞에 당도했다.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두 사람 앞에 펼쳐졌다.


하얗게 빛나기만 하던 주변 풍경에 변화가 일어나며

 

두 사람 주위로 알록달록한 빛깔의 수많은 유리병들이 쭈욱 놓여진 것이었다.


   "주님 대체 이것이 무엇이옵나이까?"

 

기이한 광경에 궁금증을 못 이긴 베드로가 예수에게 물었으나


예수는 여전히 미소만 보일 뿐 말이 없었다.


그때 유리병들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어떤 물체를 유심히 보던 바울은 


낯설지 않은 그 물체의 외형을 이내 알아보더니 소리치며 예수에게 물었다.


     "아니 저것은 십자가가 아니옵니까!! 주님!!"


예수는 온화한 미소로 바울을 바라보며 손으로 십자가를 가리켰다.


바울이 이상하게 여겨 예수에게 물었다.


   "주님 혹시 소인에게 원하는 게 있사옵나이까?"


바울의 물음에도 예수는 미소를 띠며 십자가를 가르킬 뿐이었다.


짐짓 예수의 뜻을 알아챈 바울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


   "주님 그것이 정녕 주님의 뜻이라면 소인 받들겠나이다 


    소인에게 주님의 십자가에 매달리게 하는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매우 영광이옵나이다.    


저쪽에 또다른 십자가가 보였고, 마찬가지로 베드로에게도 미소를 띠며 십자가를 가르켰다.


      "나의 주님이시여 천국에서도 주님의 십자가를 허락하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베드로 역시 눈물을 흘리며 예수에게 말했다.


그렇게 십자가에 매달린 두 사람.

 

이윽고 날카로운 창을 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두 사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바울과 베드로의 옆구리를 푹푹 찌르기 시작했다.  


곧 두 사람 옆구리에선 붉은 피가 샘솟듯이 흘러내렸고,


극심한 고통에 휩싸인 두 사람은 소리치며 괴로워했다.

 

  "악악! 아프옵니다 주님!"


     "아악! 주님 천국인데도 고통이 느껴지옵니다 악!"


고통스런 와중에도 자기들의 주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찬양하는 두 사람.


     "♬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잠시 후 많은 피를 쏟아낸 두 사람은 말라 비틀어진 송장으로 변해 있었다.


숨을 거둔 두 사람 옆구리에선 아직 조금씩 피가 흐르고 있었고,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며 발밑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피는 발밑에 놓인 어떤 유리병 안을 붉게 채우고 있었는데


시간이 더 흐르자 유리병은 붉은 피로 가득 채워졌다.

 

이를 흡족한 미소로 바라본 예수가 유리병을 마개로 닫고는 

 

다른 유리병들 사이에 가져다 놓았다.


그 유리병엔 「고통,사랑 혼합 페로몬」이라고 적혀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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