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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방 3부
게시물ID : humorstory_1060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개쿄
추천 : 15
조회수 : 39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5/09/26 23:21:51
[펌]
1부 :
http://todayhumor.dreamwiz.com/board/member_view.php?table=humorbest&no=107922&page=1&keyfield=&keyword=&mn=37205&tn=16&nk=개쿄

2부 :
http://todayhumor.dreamwiz.com/board/member_view.php?table=humorbest&no=108498&page=1&keyfield=&keyword=&mn=37205&tn=18&nk=개쿄

그냥 오늘 다 올리겠습니다.
모두 즐감 하세요.





한번 더... 한번만 더 확실한 체험을 위해서였다. 정말이지 진짜 
그런 위협적인 존재인지 아님 한여름 밤의 이야기 꺼리로 좋을 단순한 
허상인지 이 둘 중 하나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문 열어 오빠! 뭐야?! 불러놓고 왜 대답이 없어?! 오빠!” 

막상결심은 했지만 여전히 꺼림칙한 마음에 평소보다 세배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힘겹게 4층에 다다랐다. 그러자 난 요부차림의 여자가 이웃집 남자의 
현관 앞에서 소리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진한 원색 메이크업에 한 뼘 짜리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
그녀는 껌을 요란하게 짝짝 씹어대며 굉장히 짜증스러운 듯 현관문을 
쾅쾅 두드려 댔다.


“나, 간다! 시간 없단 말야! 빨리 문 열어!” 

나는 서둘러 그녀를 지나 장바구니를 내려놓은 후 현관 키를 찾았다. 행여나 
이웃집 남자와 마주할까봐 여서였다. 이유라면 그저 느낌이 좋지 않은 그 남자를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이웃집 문은 열렸고 남자는 조용히 하라는 
윽박과 함께 여자를 맞이했다. 여자는 투덜대며 집안으로 들어섰고 남자는 곧 주위를 
살피며 문을 닫으려 했다. 
순간 나는 공교롭게도 그를 의식하는 표정으로 그와 눈이 마주쳤고 또 다시 바보처럼 
머쓱한 눈인사만을 남긴 채 빠르게 집안으로 들어 와버렸다. 계속해서 안 좋은 
생각만을 이어서일까? 이번에도 남자의 눈빛은 상당히 차갑고 날카로웠다. 마치 그는 
늘 살기를 띠고서 사는 사람 같았다.





4

샐러드와 소스를 만들고 고기를 빵가루와 함께 기름에 튀기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저녁 7시가 되었다. 두 시간 전부터 줄기차게 쏟아 붓는 비 때문에 집안전체가 
상당히 어둡고 습해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모든 것을 밝게 해보려 노력했다. 
우선은 코니 프란시스의 ‘quando quando quando’(언제) 란 곡을 방안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크게 틀었다. 
그리고는 방 중앙에 상을 펴고 그럴싸하게 저녁 준비를 했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먹는 저녁... 물론 나이프로 고기를 썰 때 마다 진득히 몰리는 
브라운소스와 ‘스윽스윽’ 반복되는 소리가 조금씩 나의 귀와 머릿속을 괴롭히긴 
했지만 이내 입속에 고기를 넣고 그 맛을 음미하니 다른 꺼림칙한 생각들은 말끔히 
사라지는 듯 했다.
그렇게 나는 방 중앙에 앉아 고기를 꼭꼭 씹어대며 차갑게만 느껴지던 나만의 공간을 
점차 따스하게 바꿔갔다.

하지만 그때 예상치도 못한 방문자가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으로 다가가 도아뷰로 
밖을 살피니 이웃집 남자가 서있는걸 볼 수 있었다. 나는 당황해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망설이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벨소리에 마지못해 쇠고리를 잠근 채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좁은 문틈 사이로 남자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안녕 하세요”


“조금 전에는 제 동생이에요”


“네?”


“문 앞에서 소리치던 그 여자 말이에요”


“아.... 네”
남자는 내가 전혀 관심도 두지 않았던 두시간전 일을 끄집어냈다


“많이 시끄러웠죠.”


“아니요, 아니에요”


"괜히 오해 하실 것 같아서요“


“?.......”


“복장이 좀 그런 게 천해 보이고.... 괜히 제가 그런 여자를 끌어들이는 
남자처럼 보이고...”


“아니에요, 그런 생각해본 적 없어요, 요즘은 뭐 다들 그렇게 입고 다니는걸요.”
하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계속해대는 
남자에게 대충 얼버무리듯 말했다.


“저기, 잠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네?!”


“사실 새벽에 일로 잠깐 얘기를 좀 나눴음 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새벽마다 나오는 진짜 이유를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아니... 저기 그게....”


“집안이 불편하다면 복도에서 라도 얘기를 좀 나누죠, 잠깐이면 되는데...”


“아니, 그게... 지금은 좀 곤란할 것 같아요”


“왜 그러시죠? 제가 불편한가요?”
하고 남자는 순식간에 싸늘히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그러자 나는 
본능적으로 쇠고리를 꼬옥 움켜쥐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그게...”

나는 굳어진 남자의 표정에 말끝을 흐리며 어떤 변명이든 생각해내려 노력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이미 머릿속은 지금 상황에 얼어붙어 그 어떤 생각도 
끄집어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남자가 문틈 사이로 힐끗 방안 쪽을 
쳐다보더니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아, 이런 제가 실례를 했군요. 손님이 와 계시군요”

“아.... 네?.... 네....”
나는 남자의 말에 놀란 눈으로 방안 쪽을 쳐다봤지만 덩그러니 놓여진 
저녁상 빼고는 그 어떤 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럼, 담에 얘기 하도록 하죠”

“네...”

“아,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하고 남자는 자신의 손을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보라색 
매니큐어가 들려져 있었다.


“동생이 놓고 가더라구요. 아직 뜯지도 않은 새 건데 제가 쓸 수도 없고... 바르세요.”


“아니요, 전 괜찮아요.”


“그냥, 성의니까 받아주세요”


“네.... 네 그럼”

나는 조금 망설이다 받지 않으면 불편한 이 자리가 계속 늘어질 것 같아
그냥 매니큐어를 받아버렸다. 그러자 남자는 표정의 변화 없이 입 꼬리만 살짝 
치켜 올린 채 다음에 뵙자는 말 과함께 뒤돌아섰다.



“저기요, 잠깐만요....”

순간 나는 남자를 불러 세웠다. 쓸데없는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이 모든 
괴이한 일들이 피곤함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번뜩했기 
때문이다 



“혹시, 전에 이집에 살던 사람을 아세요?”
그리고는 그 이유를 전에 살던 사람에게 맞춰 보았다. 


“네? 왜 그러시죠?”

“아니, 별건 아니구요, 집을 깨끗이 썼길래 그냥 전에 어떤 사람이 살았을지 궁금해서요.”

“20대 후반의 여자가 혼자 살았어요.”
하고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단조롭게 말했다.


“아 네.... 어떤 사람이었나요?”
하고 나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글쎄요,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잘 모르겠군요. 그냥 직장생활 
하는 여성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저기, 어디로 이사 갔는지는 아세요?”
하고 나는 돌아서는 남자에게 다급히 마지막 궁금증을 쏟아냈다.
그러자 남자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경직된 
표정으로 멈춰 섰고, 곧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그의 태도에 나는 당황해 하며 어색한 미소만을 연신 지어보였다.


“봉원동으로 이사 간다고 했어요, 친구 집 근처로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남자는 입을 열었다.


“네...”


“다른 건 더 물어볼 것 없나요?”


“아... 네”


말을 마친 후 나는 얼른 눈인사만을 슬쩍 남긴 채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서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어갔다. 남자가 말하려는 
새벽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에 살던 사람 이야기 할 때 왜 그렇게 
굳은 표정을 지었을까? 왜 내방에 손님이... 

순간 나는 등골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남자가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그의 말은 너무도 확고했고, 또 열려진 문 틈사이로 내방은 
너무도 훤히 보였다. 혹시 그 존재가 지금이 순간 입에 담기조차도 섬뜩한 귀신일까라는 
생각에 나는 더욱더 두려워져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밝은 나의 저녁을 망쳐버렸고 사각의 방 
한가운데 혼자 앉아 있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어떡하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이 공포를 멈춰보려 노력했다. 

즐겨 듣던 음악을 크게 따라 불러보기도 하고 한 시간 간격으로 시계 알람을 맞춘 채 
전공서적 문제도 풀어보았다. 또 TV를 켠 채 영양가 없는 드라마에도 집중해 해보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머릿속은 어제 본 그녀의 얼굴을 점점 더
또렷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심지어는 시간의 개념조차도 상실한 듯 120분의 무겁고 
긴 느낌을 1분에 담아내기도 했다.


나는 한참을 두려움과 공포에 벌벌거리다 결국에는 마지막 방법으로 옆집 남자가 준 
매니큐어를 손에 들었다. 그나마 무뚝뚝한 손톱을 예쁘게 치장하다 보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난 매니큐어를 열어 뚜껑의 붓에 보라 액을 골고루 잘 묻힌 후 왼쪽 새끼 
손가락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 소리와 베란다 창 밖의 거센 빗소리가 나의 집중을 
조금씩 헝클어트리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예쁘게 다듬어지는 손톱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스윽...............”


순간 무언가 갑자기 귀를 자극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팽창된 
동공으로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겁먹은 채 천천히 주위를 살피는 나의 모습... 그런 나의 모습이 방 한 귀퉁이에 위치한 
전신거울에 담겨지자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이 흘러 나왔다. 
아마 신경을 너무 곤두세운 탓에 모든 걸 그리 생각해버려 베란다 창밖의 빗소리조차도 
그렇게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단히 무섭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지만 그동안의 행동이 대단한 바보처럼 느껴져 
계속해서 실없는 웃음만을 피식피식 쏟아냈다. 그리고는 다시 매니큐어와 함께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손톱 가꾸기에 집중했다.

왼손 엄지손톱을 마지막으로 후후 불어 말린 후 이제는 오른손 새끼손톱을 칠했다.
가는 붓에 뭉쳐진 보라 액이 손톱을 삐져나가지 않게 조심해서 천천히 천천히... 
그런데 그때 무언가가 손톱위로 살랑거리며 내려앉았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걸 관찰했고 이내 그건 머리카락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심히 내 머리카락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이상하게도 너무 길고 또 
너무 푸석한 그런 머리카락 이었다.

어느덧 손톱위의 보라 액과 함께 단단히 굳어져버린 기분나쁜 머리카락...
나는 점차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머릿속은 또다시 새벽의 기억들을 
쏟아내며 날 혼란스럽게 했다. 


“슥........ 스윽........”


그런데 그때 또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다. 


“슥............ 스으윽....”


잘못 듣고, 잘못 느끼고, 잘못 생각한 그런 환청 따위가 아니었다. 그 흉측한 소리는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소리보다도 분명하게 나의 귀를 갉아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몸으로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사각의 
방에는 나 혼자만 존재할 뿐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슥......... 스윽.......... 슥.............”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의 공포에 
견딜 자신이 없어 얼른 지갑을 챙겼다. 당장 이 끔찍한 방을 뛰쳐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순간 지갑을 향해 뻗은 나의 손등 위로 검붉은 피한방울이 뚝하니 떨어졌다. 
너무나도 진득해 그대로 손등위에 눌러 붙을 것만 같은 피.



“슥....... 슥..... 슥으윽.......” 

그 피와 함께 굳어버린 난 이제는 걷잡을 수 조차 없이 생생해져 버린 칼날의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머리 위... 지금 이 순간 나의 머리 
위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침조차도 아니 숨조차도 제대로 내 쉴 수 없는 
공포에 질려버린 난 그 소리를 향해 조심스레 고갤 들었다. 벌벌 떨려대는 사지를 
가눌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런데 그 순간 내가 채 천장을 
올려다보기 전 나의 등 뒤로 무언가가 툭하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의식적으로 고갤 돌려 바닥을 확인했고 그와 동시에 기겁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여자의 목이었기 때문이다. 


얼굴 전체가 피 범벅이 되어 눈을 부릅뜬 사람의 얼굴, 마치 나를 노려보는 것과도 
같은 그 얼굴은 놀랍게도 옆집 남자가 동생이라고 말하던 그녀였다. 
나는 솟구치는 공포와 두려움에 치를 떨며 차마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할지를 몰랐다. 
그런데 순간 또다시 나의 등 뒤로 후두둑 뭔가가 연이어 떨어졌다. 
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이리저리 제 멋대로 널려지는 것들... 그것들을 보는 
순간 나는 역겨움과 함께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손, 팔, 다리, 가슴등 그건 다름 아닌 흥건히 피에 젖은 토막 난 신체들이었기 때문이다.
몇 사람의 것을 도려냈는지 모를 중복되는 신체 부분들... 
그 모든 것을 봐버리자 나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후들거려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슥......슥.... 스으윽..... 슥.......”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소리는 더욱더 크고 날카롭게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뭐에 홀린 사람 마냥 몸을 벌벌 떨며 천장을 응시 했다. 공포에 질려버린 
머릿속은 이미 새하얗게 굳어버려 어떤 대책의 행동 보다는 그저 그 존재를 
살필 뿐이었다.


겁에 질린 눈물과 함께 올려다본 천장... 정말이지 그 모든 건 지독히도 
비현실적이었으며 지독히도 아찔했다.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나락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 검붉은 피로 물들어져 있는 천장. 
그 피는 현실의 법칙을 무시한 채 물결치듯 출렁거리고 있었고 그 속으로는 
조각난 신체들이 떠다니듯 이리저리 둥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윽고 그 속에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눈과 수직으로 마주한 곳에서 수면 위를 떠오르듯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 그러자 나의 얼굴에는 진득한 피가 몇 방울씩 뚝뚝 떨어 졌다.
그녀의 움직임이 계속될 때마다 피는 더욱더 많이 흘러내려 나의 몸과 바닥을 
적셔 가기 시작했다. 


코끝을 찌르는 듯한 썩은 악취와 함께 피비린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 
그렇게 물결치는 피 밖으로 나온 그녀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 이었다.

몸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칼과 함께 썩어 문드러진 얼굴 
그 모든 게 전부였다. 아무런 몸뚱이도 없이 너덜히 잘려나간 징그러운 
목만이 나에게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뒤로 조각난 두개의 팔이 
끈적한 천장의 피와 함께 쭈욱 연결되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 기괴하면서도 흉측한 광경에 나는 머리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덜덜 떨려대는 
몸을 일으켜 어떻게든 지금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모든 게 늦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의 몸은 벌써 독에 취한 제물마냥 마비되어 
천천히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더욱더 세찬 칼날의 소리와 함께 바로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 밀었고
그리고는 천천히 탐스런 음식을 음미하듯 잘려진 팔로 나의 몸을 보듬기 시작했다.
가는 미소를 지으며 나의 몸을 탐하는 그녀...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는 나의 목을 콱 
하니 움켜쥐었다. 
너무도 강한 그녀의 손끝 힘에 나는 피가 쏠리고 금방이라도 숨통이 틀어 막힐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상황을 즐겁다는 듯 씨익 입 꼬릴 올리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다.........모두다.... 잘라 버릴 거야...........”


그 후 그녀는 독기 어린 시선으로 노려보며 다른 한 손의 손톱을 앞세워 나의 
목에 들이 밀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녀의 손톱이 나의 목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조각 날것이란 걸 느꼈다. 
나는 피하고 싶었다. 아니 살고 싶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잔인한 죽음의 공포에 
필사적으로 살고 싶어 거의 발악하듯 손끝에 힘을 불어 넣었다.

사력을 다해... 오직 살고 싶다는 의지하나로 그렇게 돌덩이 같은 몸을 움직여 보려
노력했다. 그러자 나의 몸도 이런 간절함을 느꼈는지 조금씩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계속해서 힘을 실어보았지만 그 작은 발악뿐 다른 어떤 움직임도
더 이상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점점 날카로운 손은 나의 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는 더욱더 흉측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이제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억울한 눈물마저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서서히 그녀의 손톱이 나의 살결에 닿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 살을 스윽 소리와 함께 
베어내는 듯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방안 전체에 요란한 벨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순간 그녀는 당황한 듯 했고 나의 몸은 놀랍게도 퍽 하니 모든 마비가 풀려져 버렸다.
한 시간 전 문제를 풀며 맞춰놓은 시계의 알람이 작동한 것이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얼른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 가장 가까이에 놓인 매니큐어 
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세차게 그녀의 머리에 박아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강한 고통과 함께 비틀 거렸고 나의 목을 쥐어짜던 손에도 힘을 놓쳐버렸다.
나는 서둘러 그녀를 뿌리치고 현관을 향해 허겁지겁 달렸다. 그녀 역시 다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손과 목으로 바닥을 타며 기이한 형태로 빠르게 쫓아왔다.


쿵쾅거리는 가슴과 함께 다급히 자물쇠 3개를 풀어 재끼는 나의 손.
하지만 마음만 급할 뿐 자물쇠는 뜻 때로 빨리 풀리지 않았다. 하나... 둘....
어느새 분노한 그녀는 세차게 다가와 눈을 부릅뜨고 나의 발목을 갈기려는 듯 
날카로운 손을 쭈욱 뻗었다. 

순간 셋... 나는 미세한 일말의 차이와 함께 빠르게 철문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는 쾅 하니 문을 닫아버리고 정신없이 복도 끝 계단을 향해 뛰었다. 
미친 듯이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5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혀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악몽을 꿨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 모든 게 악몽일 뿐 그때처럼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쏟아 붓는 비속에 벌벌 떨며 고향으로 향했고
그 후 가족과 함께 다시 올라와 밝은 날 그것도 아주 햇살이 밝은 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물론 그때도 나는 그 빌라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그 후로 지금까지 아무런 두려움과 공포감 없이 즐겁고 편안한 
생활을 이어갔다. 최소한 오늘 밤 TV를 보기 전까진 그랬었다.

무심히 채널을 돌리며 접한 늦은 밤의 뉴스, 그 뉴스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엽기적인 연쇄살인이라는 보도 글귀와 함께 흘러나온 내용은 무려 20여명의 
여성들을 살해한 엄청난 살인귀의 이야기였다. 기자는 그가 출장 안마사등
직업여성들을 상대로 살인을 저질렀으며 그 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체를 
토막내어 인근 야산에 암매장 시켰다고 했다.


그리고는 곧 각종 자료화면과 함께 형사들에게 둘러싸여 연행되어 가는 살인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그는 푸른색 마스크와 푹 짓눌러 쓴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하지만 나는 그가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빛... 마스크 위로 드러나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 직감 적으로 나는 그가 
당시의 이웃집 남자라는 걸 확신 할 수 있었다.
또 그 사실을 이내 증명이라도 하듯 TV에서는 내가 살았던 동네와 내가 살았던 
빌라를 그가 살던 동네 그가 살던 빌라로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몸서리치는 소름과 함께 어느새 덜덜 떨리고 있는 몸을 애써 가누며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아직도 채 아물지 않은 목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때의 
일들을 천천히 더듬어 보았다.

과연 내가 그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말대로 전에 
살던 여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순간 불현듯 하나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날 오후... 그 끔찍했던 날 오후의 장난치던 아이들... 
그 아이들 목소리가 마치 이 모든 퍼즐의 완성인 것 마냥 
지그시 나의 머리 속에 떠올려 지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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