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마치고 마치 상처입은 퇴역군인처럼 처량하게 귀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상스럽게 바라본 싱크대에는 노래기(기생이 죽어 환생하였다는 벌레. 지네와 비슷하게 생겼고 냄새가 심함)가 미끄러운 철제 싱크대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죽은듯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아 인간도 이렇게 궁벽한 곳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인생을 마칠 수도 있구나 하는 번뜩임이 들었다. 아... 통재라 너는 어찌하여 나의 작은 방안에서도 좁은 싱크대에 빠져 짧은 삶을 헤매이고 있는 것이냐. 전생에 좁은 기방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늙어 죽었으면 넓은 곳에나 갈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