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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간 최고은 작가의 댓글을 보고....
게시물ID : humorstory_2175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겨울하늘
추천 : 1
조회수 : 6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2/09 15:53:08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로 인해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는 소식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죽은 것이기에 책임 여부를 가리자면 본인에게 있다고 봐야된다는 글이 몇몇 보이더군요.

왜 힘겹게 살다가 죽은 사람을 보고 저런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지 모르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이 매우 현실적이고 냉정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겁니까?

정말 인생을 아는 사람이 보면 그냥 철없는 아이가 마치 어른흉내를 내는 것 처럼 보입니다.

사람이 굶어 죽는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밥 굶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이렇게 쉽게 던지시는 것입니까?

흔히 배 고프다는 느낌은 받아도 그것은 공복에서 오는 상실감이지 고통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 아시나요?

사람이 굶어 죽을때는 일주일 내내 굶다가 쉽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닌,
어떤 날은 한끼를 먹을 수 있었는데 그 뒤로 이틀을 굶는다.
그렇게 이틀을 굶었는데 다시 한끼를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몸이 쇠약하고,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병마와 힘겹게 싸우다가 결국은 세상을 떠나는 것입니다.

밥을 하루 이상 거르게 되면 그때부터는 상실감이 아닌, 배를 찌르는 듯한 복통에 마주하게 됩니다.
텅빈위에서는 계속 신물이 올라오고... 정말 정말 그 순간의 고통과 비참함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그리고 재능이 없으면 일찌감치 발을 빼야지 라고 답하신 분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분야에 종사한다면 거기에 재능이 있는 지 없는 지 판단이 잘 서던가요?

성공의 정도로 누군가의 재능을 판단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은 남이 자신을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열정만 있으면 언젠가는 때가 올 것이라며 기회를 노리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입니다.

말처럼 난 재능이 없어! 그래 난, 이제 생업에 종사해야지
이것이 무 자르듯이 되던 일인가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작가를 포함한 예술계에 꿈을 안고 있는 분들은 자아가 확립하기 시작한 고교생 때부터 꿈을 안고 그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꿈을 안고 살아간 서른살의 작가가 장작 십수년 동안 품은 꿈을 그렇게 쉽게 판단하여 포기할 수 있었을까요?


뿐만 아니라, 최고은 작가는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단편영화가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고 극찬을 받았으며, 다섯개의 시나리오가 영화제작에 픽업된 상태에서 그것을 두고 재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저라면 그 상황에서 운이 없었다고 위로하며 때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것은 저만의 생각이던가요?

그리고 작가의 재능이란 것을 대단한 재능인 것처럼 보시는 분들이 계신데,
글을 쓰는 재능은 어떻게 보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평이한 것이 글의 재능입니다.
미술이나 음악에서는 천재라고 불리는 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글은 생각의 깊이와 다양성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기에 극찬받은 글을 두고, 
작가의 유려한 문체한 치밀한 사고방식이라고 할지언정 '작가는 천재다'라고 평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작가고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힘든 직업이 작가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직업군보다 실력은 기본이고 운이 따라줘야 되는 성공할 수 있는 일이지...
노력의 여하에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작가가 아닙니다.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두고 넌 재능이 없으니 생업에 몰두하라는 것을 쉽게 말할 수 있습니까?
 
또한 그래도 굶어 죽는 동안 뭐했냐고 하는 사람들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이 사람이 꿈만 쫒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무능력해서 죽은 것이라고 단정짓는 분들...

최고은씨가 죽기전에 앓았던 갑상선항진증과 췌장염은 왜 간과하시는 것입니까?
이게 무슨 하루만 앓고 나면 싹 없어지는 감기인 줄 알고 쉽게 말하는 것인가요?

갑상선에 호르몬이 과다분비되어 전신이 쇠약해지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호흡이 가파지는 일종의 만성질완입니다.
완치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발병한지 몇년이 지났음에도 증상만 완화할 뿐 계속 달고 사는 사람이 수두룩한 지병입니다.

췌장염. 거두절미하고 내장 질환 중 가장 심한 복통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두통이 조금만 있으면 어떻게든 조퇴해보려는 사람들이 있는 판국에 저런 질환을 안고 어떻게 일을 하라고 하는 것입니까?
온몸에 힘이 없고 계속 열은 나고, 하루에도 몇번씩 구토를 하며 아픈 배를 부여잡는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런 사람이 움직일 힘 조차 없어서 현관문 앞에 남은 밥과 김치라도 달라고 써놓았습니다.
거기에 대고 무능력하니깐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쉽게 던질 수 있나요?

이래도 위의 상황이 한 여자가 작가의 꿈만 바라보다가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고만 보시나요.

지금 제가 쓴 글이 조금이라도 최고은 작가를 남들보다 더 알아서 쓰는 글이 아닙니다.

그녀는 영화작가다.
단편영화가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생활고에 시달렸다.
췌장염과 갑상선 항진증을 앓았다.
그녀는 굶어 죽었다.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다른게 있나요?

왜 당신들은 이 다섯가지 중에 시작과 끝만 보고 판단하려 하는지 모르겠군요.

마구 글을 싸지르며 쉽게 생각하고 쉽게 행동하는 사람들.

남을 판단하려 하지 말고 한번이라도 남을 이해하려 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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