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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기차에서 자리 양보 강요하던 아저씨;
게시물ID : humorstory_2718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올레겨스님
추천 : 11
조회수 : 1118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2/01/05 13:48:29
22살 대학생 청년입니다.

신정을 맞아 간만에 가족과 함께 부산을 갔다가 저혼자 부득이한 일로

어제 오후 6시즈음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왠일로(신정인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자리 외에 다른 자리가 전부 만석이더라구요.

거의 다 50~60대 아저씨, 아주머니들인 듯 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책을 보고 때로는 옆에 앉은 아주머니랑 떠들다가 어느덧 대구에 도착하더군요.

아주머니는 내리시고, 저도 아주머니께서 일어나시는 김에 짐을 다 의자 위에 올려놓고

화장실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줄서서 기다리다가 볼일을 보고 딱 제자리에 돌아왔는데 왠걸,

한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시는 아저씨 아주머니 두분이 앉아있는 겁니다.

옆자리는 아까 내리셨으니 다른 사람이 탈수도 있는 거지만, 그 옆자리 아저씨가 떡하니  

앉아계신 걸 보고 처음에는 제가 실수했나 싶어 몇번이고 표와 좌석을 번갈아가며

확인했습니다. 확실히 아까 제자리가 맞더라구요.

두 분이 떠드시는 걸 보니 부부신 것 같더라구요.

입석이신가보다 하고 다가가 말씀드렸습니다.

"저...여기 죄송하지만 제 자리인데요."

그러더니 아저씨가 힐끗 저를 쳐다보시고는 아무 말도 안하시더군요. 

아주머니는 한참 재잘대다가 갑자기 창문으로 눈을 돌리시구요.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렸습니다.

"여기 죄송한데 자리 있습니다."

그러더니 별안간 아저씨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지더니 

"뭐? 그래서 비키라고?"

순간 울컥했습니다. 

"예, 제 자리니까 비켜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순순히 이 사람이 일어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눈하나 까딱 안하고 말하데요.

"우리도 돈주고 탔어."

"아, 그럼 혹시 자리 잘못앉으신 거 같은데 제가 좌석표봐드릴게요."

아저씨가 잠시 저를 보더니 그러더군요.

"아니, 내가 돈내고 앉는데 왜 학생이 뭐라 그러나?"

"아니 그러니까 여기 제자리시라구요."

"어른이 앉을 수도 있지 아니 젊은 사람이 그깟 자리 양보도 못하나?"

순간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뒷통수가 얻어맞은 듯했죠.

그 아저씨는 마치 준비했다는 듯이 버릇없다고 말을 계속 이으시더군요.

"젊은 것이 버릇없이 말이야, 어른한테 일어나라고 그러고. 어디서 배운 버릇이야?"

지하철도 아니고 돈 주고 자리를 샀는데 양보안했다고 제가 지금 욕을 먹는 건가요?

뭐라 다시 말씀드리려는 순간 눈에 띈게 있었습니다.

아까 자리에 올려놓은 가방... 그리고 책들..

그게 좌석 아래에 널부러져 있더군요. 언뜻봐도 대충 던져놓은 듯 했습니다.

너무 기가 차서 건너편 마주보며 왔던 아주머니들 얼굴을 봤는데

편도 안들어주시고 그냥 가만히 다른 곳 응시하시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아

저도 소리가 높아졋습니다. 본인 자리로 안 가시면 역무원 부른다고. 

진짜 욕나오는 거 애써 참아가며(혹여나 인터넷에 막말남하면서 오르락내리락할까봐

그 순간에도 욕은 자제해야지 햇네요) 최대한 차분하게 역무원한테 남의 자리 앉으시면

벌금 10배 무신다고 신고하기 전에 가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좀 움찔하시더니 갑자기 거칠게 표를 주시면서 가져가라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저한테 이 자리 표 좀 달라고;; 어른인데 양보하라고;;

저한테 양보를 강요하시더군요...

그 표 억지로 쥐어주시길래 잡으면 또 다시 안받는다 깽판칠거 같아서 일부러 안받고 

자리에서 나오시라 했습니다. 그 표 딱보니 입석이라고 써잇더군요.

아무리 어르신들한테 양보하는 게 올바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5만원이나 주고 산

표까지 양보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더더군다나 이런 아저씨한테?

자꾸 표를 떠넘기려고 저한테 들이대서 그냥 무시하고 억지로 고개숙여서

바닥에 떨궈진 책부터 줏었습니다. 그걸 자리를 비켜주는 건줄 알고 아저씨 옆의

아줌마가 '옳지 잘생각했어'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딱 태연히 일어나서 마지막이니까 역무원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도우신 건지 저 끝에서 역무원이 칸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엿습니다.

그걸 보더니 두명은 잠시 당황하는 듯 하다가 에이 버릇없는 놈 이러더니

가방 싸들고 일어나서 털레털레 어디로 가더군요.

제가 딱 다시 자리에 앉고 가방을 수습하는데 멀 기다렸다는 듯이 앞 아주머니들

'학생 잘했어. 그게 버릇없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라면서 재잘거리시더라구요... 그사람들이 제 가방 내팽게치고 자리 앉을땐

필시 아무말도 안했을 분들이;; -_-;

어쨋든 기차에서의 상당히 기분나쁜 순간이었습니다...

 

 


출처 : http://pann.nate.com/talk/31409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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