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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게이머라면 누구나 읽어야할글!
게시물ID : humorstory_293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리스
추천 : 21
조회수 : 54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3/09/26 13:26:45
뒷북이라도 너무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약간의 스크롤압박이..
뿌듯해지는 글이라서 많은 사람이 읽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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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거북선 몰고 세계로" 
게임은 한국을 알리는 최고의 문화콘텐츠 

장면 1. 파란 눈의 젊은이가 모니터를 들어다 보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클릭하고 있다. 그 
는 지금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라는 게임을 하며 ‘화랑’을 키우는 중이다. 어느 정도 
화랑의 수가 모이자 “go, go, go”를 외친다. 적진으로 달려간 화랑의 활이 쏟아졌다. 모 
니터에 ‘Congratulations. You are victorious’라는 단어가 뜬다. 

장면 2. 병맥주를 한 손에 든 히스패닉 계열의 한 젊은이가 TV를 보고 있다. 지난 해 개봉 
한 <007> 영화를 비디오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 주인공이 안전한 곳(남 
한)으로 탈출한다. 베트남식 원뿔 밀짚모자를 쓴 허름한 복장의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며 
논을 갈고 있었다. 


→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 이순신 장군 : 임나일본부설이 있었던 게임의 후속편에 한국 
의 장군이 표지로 등장했다. 

지금 세계 어디 선가는 이런 젊은이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와 게임은 단순한 ‘오락’ 이 
상이다. 대중문화는 어떤 국가나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의 통로다. 픽션이지만 시 
청각적으로 와 닿는 이미지는 결코 쉽게 바뀔 수 없다. 

그런데 위 두 사례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영화 속 한국은 ‘못 사는 나라’의 이미지 
고, 게임 속 한국은 무척 ‘강한 나라’다. 게임을 통해 알려진 한국의 이미지는 처음부 
터 이렇게 멋지지 않았다. ‘무시’와 ‘왜곡’을 거쳐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 Hungry and Ugly - 영화 속 한국의 이미지 

할리우드 영화 속 한국의 이미지는 ‘한국전쟁’의 부담이 너무 컸다. 세월이 흘러 ‘헐벗 
고 가난한 나라’에서 ‘돈만 챙기는 독종들의 나라’로 바뀌기는 했지만. 

55년 영화 <모정>에서 한국인은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한국전쟁에 참가했다 
가 사망한다. 한국은 ‘죽음과 이별의 땅’이었다. 전쟁은 폐허 빈곤 절망 등의 이미지와 
중첩됐다. 72년부터 10년 이상 방영된 미국 인기 드라마 는 한국이 배경이었지만, ‘한 
국’은 아예 무시됐다. 한국 술집 여종업원들이 기모노를 입었을 정도. 

영화 <똑바로 살아라>(89년)에서 한 흑인이 외친다. “째진 눈이 뉴욕을 과일상점을 다 차 
지했어. 엿먹어라!” 미국인은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한국전쟁 때 도와주었건만 은 
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들”(<폴링다운>, 93년)이라고. 

그래서 열 받았을 게다. 95년 영화 <아웃브레이크>에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미국으로 
옮기는 ‘죽음의 화물선’으로 한국 선적의 ‘태극호’까지 등장했다. 


→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심시티4'에 등장한 한국의 남대문. 

■ 무시와 왜곡의 한국 

몇 해 전까지 ‘게임’ 쪽 사정도 과히 다르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97년)는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일본 
야마토 정권이 4세기 후반 한반도에 진출해 백제와 신라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버젓이 게임 내에 수록했다. 

당황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부랴부랴 해당 부분을 삭제해 게임을 출시했다. 하지만 임 
나일본부설이 담긴 게임은 이미 전 세계에 출시돼 베스트셀러가 된 상황이었다. 

그 후속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99년)에는 전편에 있던 한국(조선) 진영이 아예 빠졌 
다. 한글화도 안되었다. 무시당했다고 느낀 한국 이용자들은 크게 분노했다. 전편에서 하 
도 논란이 되어 속 편하게 빼 버렸다는 나쁜 소문도 퍼졌다. 

<팔콘 3.0>(91년,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은 한국전 미션을 탑재했고 동해(East Sea)를 
‘Sea of Japan’(일본해)으로 표시해 한국 땅에 착륙할 수 없었다. 90년대 초반의 강건 
한 사회 정서가 반영되어 심의가 나지 않았기 때문. ‘Sea of Japan’은 그 뒤에도 북미 
와 유럽산 게임들을 통해 끊임 없이 한국 게이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일본해라고 표기된 게임들은 모두 당대를 휩 
쓴 ‘대박’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개발사들은 왜 동해와 일본해를 구분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한결같이 ‘참고할 자 
료가 없어서’였다. 그리고 그것은 90년대 초중반에서는 사실이기도 했다. 외국 도서관에 
서 한국의 역사책을 찾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한류 열풍이 동남아를 휩쓸고 있다. 인기 드라마가 대만과 중국을 휩쓸고 어떤 배우는 한 
국보다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더 인기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우리를 선망한다. 

한편 <공동경비 구역 JSA>와 <서편제>는 서구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의 분단 현 
실을 알리고 한국 전통 음악의 자긍심을 높였다. 대단한 성과였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다. ‘한정된’ 주제를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게 한계였다. 

하지만 게임은 달랐다. 왜곡되고 무시되던 한국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1등 주역은 <스타크래프트>(블리자드)와 <리니지>(엔씨소프트)였다. PC방이 급속히 퍼진 
한국 게임시장은 금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됐다. 미래의 게임산업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온라인 게임도 가장 빨리 태동했다. 게임제작사들이 이제 한국의 눈치를 볼 수밖 
에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사건. 2001년 5월 엔씨소프트는 LA에서 게임 개발자 리차드 게리엇을 영입했 
다. 그는 영화로 따지면 스티븐 스필버그에 필적하는 인물이었다. 대형 사건이었다. PC게 
임계의 ‘신’과 같은 존재가 생긴 지 몇 년 안된 한국 게임제작사에 들어갔으니. 엔씨소 
프트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계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한국을 선택해야 ‘이긴다’ 

임나일본부설과 한국 삭제로 물의를 빚었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도 더 이상 한 
국을 무시하지 못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의 확장팩 <정복의 시대>(00년)에는 한국 
의 명장 이순신 장군이 패키지 표지(한국판)로 등장했다. 게임 내용도 그가 활약한 노량해 
전을 그렸고 거북선과 특수 유닛 고급마차가 등장했다. 

한국은 나오는 것 만으론 부족했다. 한국은 강해졌다. <정복의 시대>의 고급마차는 사기 
성 유닛으로 분류될 만큼 강력했으며 한국은 최강의 국가 중 하나였다. 올해 발매된 <라이 
즈 오브 네이션>(MS)의 한국은 게임에 등장하는 18개 문명 중 최강으로 대접 받는다. 게임 
방송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한국 문명이 50% 이상 선택될 정도. 특히 한국의 고유 유닛 화 
랑은 <라이즈> 게임 내 궁사 중 최강의 위력을 갖고 있다. 

<디아블로 2>에는 세트 장비로 ‘환인의 위엄’과 ‘천국의 동포’ 등이 등장했다. 유독 
한반도에 인색하던 세계적인 대작 <문명>도 3편의 확장팩 <플레이 더 월드>에서는 ‘고 
려’라는 이름으로 한국 문명을 삽입했다. 

이 모두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눈을 감고 한번 상상해 보자. 거북 
선을 모는 해외 게이머들의 모습을. 화랑을 열심히 조종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흐뭇해지 
지 않나. 영화나 외무부에서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못 했던 일이 게임을 통해 실현되고 있 
는 것이다. 

■ 게임이 영화보다 나은 이유 

해외 영화제에서 각광 받는 한국 영화는 대개 ‘과거형’이다. 아름다운 산하와 선이 고 
운 한복, 그 속에 서린 한…. 외국인들이 감동 받는 한국은 수백 년 전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PS2용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 컨셉 2002 도쿄-서울>(02년, 
SCEK)에는 실제 현대자동차의 차량 4대가 등장했다. 한국판이라는 아쉬움은 올해 말 발매 
될 후속작 <그란투리스모 4>에서 털 수 있게 됐다. 전 세계에 발매되는 이 베스트셀러 시 
리즈에는 현대차 4대, 기아차 3대, 대우차 3대가 등장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적인 축구 게임 <피파>와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는 한국팀이 강팀의 대열에 올 
라섰다. 한국팀의 경기엔 붉은 악마가 등장한다. 두 타이틀 모두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장 
이나 팔린다. 

이쯤 되면 게임이 영화보다 국위선양에 도움이 되는 장르가 아닐까. 게임은 단순한 게임 
이상이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미국 문화에 익숙해지듯 해외 게이머들은 한국이 
등장한 게임을 하며 한국을 배우고 있다. 

지난 해 한국에서 주최하는 세계적 게임대회 WCG(월드사이버게임즈) <에이지 오브 엠파이 
어 2 정복의 시대> 부분에서 우승한 일본의 나카무라 아키히로(19)는 <에이지 2>에서 한 
국 문명을 곧잘 플레이한다. 그는 “한국을 선택해 플레이하는 것이 재미있다. 게임을 하 
면 직접 한국에 가보고 싶어 진다”고 말했다. 임나일본부설로 얼룩졌던 <에이지 1>을 생 
각하면 실로 격세지감이다. 

우리는 게임에서 선택한 진영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다. 한국 진영을 선택해서, 한국 차를 
골라서, 한국 아이템을 착용하고 게임을 즐기는 전세계 모든 게이머들에게, ‘한국’이라 
는 문화는 더 이상 보기만 하는 영화도, 듣기만 하는 음악도 아니다. 자신의 일부 그 자체 
이다. 

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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