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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이개의 추억
게시물ID : humorstory_4198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친구우각이
추천 : 1
조회수 : 4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26 22:25:09

오늘따라 왠지 귀가 가렵다.
귀청소를 안한지가 조금 됐나보다.
책상서랍에 넣어뒀던 귀이개를 꺼내 귀를파본다.
뭔가 나오는건 없는데.....누가 내 욕을 하나???

귀를 파다 문득 귀이개를 보니 ......갑자기 문득 그녀가 떠오른다.

몇년전인지 모르겠지만 성격이 밝았던 그녀와는 자주 어울렸다.
털털하니 성격도 좋고 얼굴도 이쁘장해서 남자들에게 인기만점이었던 그녀.

나하고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술도 먹고 .....
어울려주는게 이상할정도로 정말 그녀는 괜찮은 녀석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그녀는 나에게 선물이라며 조그마한 포장지를 내밀었다.

꼭 집에서 풀어보라며 웃던 그녀.
'설마?? 고백편지?? 뭐지??? 뭘까??"

부푼 마음을 이끌고 집에서 서둘러 포장지를 뜯었다.
흡사 -_- 포장지가 속옷만 입고있는 여인네처럼 보였을 정도로..

근데 생뚱맞게 나온 귀이개.
.............한동안
'이게 뭐지???' 하며 그렇게 멍하니 귀이개를 바라봤다.
멘붕이 왔다.

내 귀에 귓밥이 보였나??? .....
머리를 쥐어뜯으며 잔인한 뇬이라고 생각할때....
굳이 그걸로 귀이개를 선물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시발 새끼, 좀 씻고 댕겨라. 오죽하면 여자애가 그런걸.."

"오빠, 애가 참 착하네요.. 전 연락안하고 지냈을텐데.."

"그거 안쓸거면 나줘."


백지장은 시발. 그냥 혼자 드는게 낫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중.
정말 그럴싸한 문자가 왔다.

"오빠, 그 여자애 오빠 좋아하는거 아녀?? 티나게 좋아한다고 애기하는데 못알아 들으니까 귀 좀 뚫고 내가 좋아한다것 좀 알아 들으라고."

아아아!!! 이거다!!!!! 이거구나!!!
이런 깊은뜻이 숨어있었구나. 이야...진짜 여자란 동물은 그냥 말로해주면 안되나..

4시간동안의 고민은 끝났다.
그래, 신호주면 오케이!! 하고 사귀면 되는거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와 함께 술약속을 잡았고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 좋아한다고 티내면 반드시 알아들을게'

-_- 굳은다짐을 하며 그녀가 선물해준 귀이개로 귀를 박박 긁고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평소처럼 웃으며 서로 농담을 건내며 웃는 상황.
난 언제 그녀가 고백 비슷무리한 애기를 건낼까?? 라고 기대했지만 절대 그런애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 귀이개도 선물했는데 내가 말해주는게 남자겠지.
난 그녀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야, 근데 왜 오빠한테 왜 귀이개를 선물해준거야??"

"아아... 그거요?"

그래, 그거.
요 깜찍한것. 흐흐흐.... 오빠는 오늘 샤워끝내고 왔다.

"오빠가 저번에 누가 자기 욕하냐고 귀 간지럽다고 하셨잖아요."

사람이 정말 너무 엉뚱한 애기가 나오면 말문이 막힌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아, 그랬구나. 그냥 넌 내가 귀가 간지러워 보여서 귀이개를 선물했구나...
포장까지 해주면서...

그렇게 고백을 안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때부터 그녀와 약간의 어색함으로 천천히...천천히 연락이 뜸해졌다.

 
 
p.s

몇달전.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과 함께 연락이 왔다.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너 내가 결혼 못할거 알고 축의금 뿌리고 가라는거지??'

라며 농담을 던지자 진지하게 '맞아요' 라고 하는건 뭐니 -_-;;
 

"오빠~!!"

"응??"

"옛날에 제가 오빠한테 귀이개 선물로 해준거 있었잖아요??"

"아, 그거!!!"

"그때 제가 ...오빠한테 그냥 오빠 누가 욕한다고 귀 간지러울까봐.... 선물로 줬다고 했는데.... 사실은요.."

"....."

"그때 제가 오빠 좋아했거든요. 그거 좀 알아달라고 선물로 준건데."

"....."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어요. 하!~! 내가 오빠를 좋아하다니. 정신이 없었던거죠."

"....오빠 감동받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깨야되니???"

"어허!! 난 이제 유부녀니까!! ㅋㅋㅋㅋ"

"그랴, 그래. 나이먹더니 남자보는눈이 날카로워졌어.
송곳같은년 같으니."

"에헴!! 내가 좀!!"

그렇게....그녀와 이런저런 애기를 더 나누고 통화를 마쳤고 한가지를 깨달았다.
역시 여자는 어릴때 보는눈이 낮다.
철모를때 사귀자.
 

오늘의 교훈 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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