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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독특이의 N드라이브, 그리고 비실이
게시물ID : humorstory_4293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뽕선생
추천 : 5
조회수 : 90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2/12 21:34:42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생 시절.
 
나는 자가용으로 20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이라는 말도 안되는 곳에 집이 있었기에
 
기숙사 생활을 해야만 했다.
 
물론, 진짜로 집이 멀어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였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곳곳에서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는 바로 이맘때 쯤이였다.
 
유래없는 불수능으로 크리스마스 케롤과 고3선배들의 곡소리가 이중창으로 펼쳐지고
 
'수험표 할인 받으세요!' 라는 광고보다
 
'인강, 패키지 구입으로 할인 받으세요!' 라는 광고를 더 많이 접하는 그런 해였다.
 
 당연히 입시 실적은 최근 들어 최악.
 
출근을 교장실이 아닌 골프장으로 하던 교장은 실적을 보고
 
남아있는 머리카락이라도 지켜야 했는지 교직원들에게
 
현란한 손목스냅을 이용한 삿대질로 스트레스를 토해냈고,  
 
고3 전담 선생님들은 수많은 해결책과 시말서를 결합 상품으로 제출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숙사 학생들을 한 달에 한 번만 집에 가도록하는 병크였다.
 
항상 금요일 수업이 끝나자 무섭게 짐싸들고 집으로 가던 집요정들은
 
더 이상 집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새 양말이라도 사서 신어야 겠다며 자유를 갈망했지만,
 
그 해 주말이였던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갈 수 있다는 행복한 소식에
 
무의미한 봉기는 일으키지 말자며 곧바로 순응하는 우리였다.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돌이라도 씹어먹을 듯한 남정네들은 미래에 대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렇다. 그것이다. 그거. 그거라고 하면 다들 알겠지. 모르는 척 하지말자. 그거다 그거.
 
아무리 같은 남자들이라지만, 그것은 민망하고도 절실했다.
 
집에도 갈 수 없는 마당이기에, 우리는 해결할 수 없었다.
 
단체 생활, 물론 같은 방은 아니지만 여학생들도 있는 기숙사에서
 
이상한 소문이라도 퍼지거나 목격담이라도 퍼지면
 
그건 그냥 끝이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항상 안달이 나있었을까 하지만,
 
그 당시 우리에게는 나에게 맛있는 반찬을 옆사람보다 덜 주시는 급식 아주머니보다 더 민감한 사안이였다.
 
서로 말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었다. 해결책이 필요함을.
 
그러나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내 친한 친구중에 생각이 독특한 아이가 있었다. 부르기 어려우니 '독특이'라 하겠다.
 
독특이는 항상 돌직구를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그 날도 어김없이 그랬다.
 
커튼을 이용하여 창문을 통해 치킨을 입수한 그 날, 우리는 치킨 대회동을 가졌다.
 
치킨을 맛있게 먹던 독특이는 없던 활력을 치멘을 통해 얻었는지 쉬쉬하던 '그것'을 안건으로 발의,
 
그 활력을 이어 받았는지, 우리는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열성적으로 토론했다.
 
이미 타락했으니 자신을 내려 놓고 당당하라는둥, 클래식을 틀고 명상을 하자는둥, 확 묶어버려야 된다는 둥
 
말같지도 않은 말들이 랠리가 되던 그 때, 독특이는
 
"나의 N드라이브를 공유하겠다." 는 말과 함께 방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날 이후, 칠판소리로 가득했던 우리들의 PMP는 더 이상 칠판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로 가득해졌다.
 
 
 
 
 
그 회동이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였다.
 
내 친구 비실이는 말그대로 비실비실했다.
 
항상 홍삼을 몸에 달고 사는것은 기본, 눈동자색보다 다크서클 색이 더 짙은 그런 아이였다.
 
그날따라 내 친구 비실이가 방 화장실에 들어선 채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우리는 동전으로 문을 열었고,
 
그곳엔 코피를 쏟은채 거품을 물고 있는 비실이가 있었다.
 
 
구급차에 실려간 비실이는 의사 선생님께 과로 했으니 공부를 그만두고 쉬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반 학생들과 담임 선생님은 드디어 우리반에 미친놈이 하나 나왔구나 공부에 미친놈 이라며 그를 숭배했지만,
 
그와 친한 우리들은 아무도 그 칭송에 대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비실이가 쓰러진 그 날, 화장실에 들어간 비실이를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던 그 날,
 
몸은 허약하지만, 마음만은 강한 남자였던 비실이는
 
동전으로 화장실 문을 열였을 때,
 
오른손에는 PMP, 왼손에는 그것을 잡은 채 코피를 흘리며 눈을 뒤집은 채 쓰러져 있었다.
 
우리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어폰에서 나오던 그 소리가 칠판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였다고.
 
왜소한 그의 몸에 비해,
 
신은 공평하다는 말이 절로 생각되는 그의 그것은 정말 대단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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