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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에게 찾아온 봄
게시물ID : humorstory_4352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없대연봉
추천 : 1
조회수 : 92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4/21 16:53:35
큰 희망을 갖고 대학에 갔지만 결국 그 전과 같았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모태솔로였지만 대학에서만은 여자친구를 사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3학년이 되어서도 결국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연인들은 행복하게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지만, 타의에 의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어차피 취직준비를 해야 하니까. 우리 학교 도서관은 정말 컸는데,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산뜻한 봄날씨 때문인지 도서관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참 공부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하나 드실래요?"

여자친구는 커녕, 여자와 말도 섞어보지 못한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뒤돌아보니 상당히 귀여운 여학생이 나에게 캔커피를 권하고 있었다. 

"감... 감사합니다."

나는 캔커피를 받아들고 얼떨떨한 채로 얼어 있었는데, 그 여학생이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자주 공부하시는 것 같아요. 저 맨날 보는 얼굴인데 친하게 지내자구요."

아니다. 그 얼굴을 봤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여자와 말은 섞지 못하는 대신, 여자를 많이 처다보기는 하기 때문에 그 귀여운 얼굴을 보고도 내가 잊었을 리가 없다.

"지금 바쁘신거 아니면 잠깐 산책이나 할까요? 날씨도 좋은데..."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여학생은 내 손목을 잡고는 나를 일으켜 세웠고, 나는 주섬주섬 내 책을 집어서 같이 나왔다.

우리는 같이 산책하면서 무슨 전공인지, 몇 학년인지, 사는 곳은 어디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전화번호까지 교환한 뒤 헤어졌다. 이름은 김소영, 19살, 사는 곳은 도곡동이었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학생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기는 했다.

그날 밤, 설레기도 하고, 커피를 마신 탓도 있어서 잠이 오지 않아 만화책이나 보고 잘까 해서 일어났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보고 있었는데 그 여학생은 놀라울 정도로 만화책의 주인공을 닮은 것이었다. 우연이겠지 생각을 해봤지만 얼굴은 물론, 안경이니 머리스타일이니 옷 입는 취향마저 같았다. 

다음 날, 학교를 가기 위해 나서는데 내 가방 뒤로 삐져나온 만화책이 보였다. 혹시 이 만화책을 보고 그렇게 꾸민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외모가 잘나지도, 튀지도 않은 나인데 나를 그렇게 열심히 관찰했을 리가 없다.

수업이 끝나고 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려 하는데 웬일인지 사람이 많아서 도서관의 정 반대쪽에 가서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있는데 소영이가 와서 말을 걸었다. 

"오빠~ 오늘은 무슨 공부해요?"

깜짝 놀라 뒤 돌아보니 나에게 막대사탕을 내밀고 있는 소영이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내가 즐겨보는 만화의 주인공과 닮았다.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을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물었다.

"아, 소영씨. 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소영이가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비밀!"

잠시 전의 불안감은 심장이 떨린다. 이 귀여운 아가씨가 나에게 왜 이런 관심을... 그리고 앙탈까지...

"오빠, 오늘 저녁에 저랑 술 한잔 할래요?"

연인 관계도 아니고 한번 만난 사이인데 너무 저돌적인거 아닌가. 그렇지만 내가 거절할 이유가 없다. 약속을 잡고 다시 공부로 돌아갔지만,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일찍 집에 가서 목욕도 하고 머리도 만지고 옷도 이옷 입었다 저옷 입었다 하며 설렌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그날, 약속 장소에서 만나서 내가 삼겹살 집에 가자고 했더니 소영이가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우리 분위기 좋은데 가요. 제가 살게요!"

분위기 좋은데라... 

결국 우리는 와인바에 갔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와인에 취해갔다. 소영이는 예쁠 뿐만 아니라, 착한데다가 공부도 잘했다. 왜 이런 여자가... 

결국 만취한 소영이를 집에 데려다 주는데 소영이는 나에게 자꾸 안기며 말했다. 

"오빠, 나 오빠네 집에 가서 잘래."

나는 거부했지만 자꾸 재촉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으로 갔다. 

한잔 더 하자고 해서 집에 있는 양주를 꺼내고 있는데, 소영이가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고는 샤워실에 들어갔다. 

내가 꺼낸 양주는 글렌피딕 18년산이었다. 
도수는 43도로 다른 스카치보다는 약간 센 편이다. 하지만 도수에 비해 목넘김이 좋아서 국제 주류 품평회 같은 곳에서 많은 상도 수상한 양주다. 스모키한 향이 강하고 입에 넣는 순간부터 질감이 느껴져서 뭔가 따스한 느낌까지 돈다. 750ml에 약 75,000원 정도 하지만 면세점에서 사면 더 싸다. 양주는 글렌피딕 18년산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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