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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외곽경비병 시절의 추억
게시물ID : humorstory_436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주스키부대
추천 : 11
조회수 : 92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5/23 10:38:35
안녕하세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외곽경비를 했던 사람입니다. 

좀 황당해서 주작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당시 일화를 소개해드립니다.

 군 입대를 하루 앞두고 뉴스에서 대통령이 재신임받겠다고 한 내용이 방송에 나왔습니다. 평소 존경하던 분이라 기분이 매우 우울했죠. 훈련소에서 자대배치를 하는 데, 수방사에 갈 인원을 차출했고, 운좋게도 선발되었습니다. (요즘엔 모르겠는데 당시엔 키, 오다리 유무, 안경유무, 출신학교, 집안 내력등을 따졌습니다) 저는 숙정문(북대문)일대 외곽 경비병들의 무기와 보급품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보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 곳이 개방되어 등산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민간인 출입 금지였지요.

뉴스를 보니 대통령 탄핵이야기가 나왔고, 저희 부대는 비상근무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대통령께서 집무를 보시지 못하니 산책로를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그때부터 전 부대원이 투입되어 삽과 곡괭이로 없는 길을 만들고 바위를 깨서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비서실에서 몇 번이나 점검을 나와서 수정사항을 하달했고 불가능에 가까운 것도 군인이기에 척척 해내곤 했지요.

전망이 좋은 곳이 나오면"이쯤에서 대통령께서 앉아서 쉬시면 좋겠다"라고 해서 어떻게 벤치를 만들까 고민하다가... 밤중에 몰래 나가서 공원 벤치를 통째로 뽑아온 적도 있습니다 ^^;;;;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지만 군인시절엔 뭐든 다 해내는.... 그런거 있잖아요. 20대 초반의 남자애들끼리 재밌어하며 벤치을 뽑아다가 심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이라이는 연못사건입니다. 대통령 산책개시 일즈일전 쯤에 "계곡 아래에 연못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비서실 지시에 따라 미친듯이 연못을 파고 물길을 끌어왔습니다. 작업완료후에 시찰을 하더니 "연못에 물고기가 없으니 부자연스럽다" ㅠㅠ 는 비서질 지적사항에 따라.... 저와 행정보급관님 둘이 나가서.... 시장에가서 살아있는 붕어 두마리를 한 마리에 5000원씩 주고 사와서 풀어놓았습니다. 

보급관님이랑 둘이서 "에이 군생활 빡세다"하며 주저앉아 연못을 바라보는 데, 하늘에서 그림처럼 황새?가 내려오더군요. (새이름은 정확히 몰라요. 그냥 다리길고 키큰 그런 새 있잖아요^^) 둘이서 "그림 좋다..." 하고 있는 데 황새가 물속에서 두리번 거리더니... 붕어 한 마리를 물고 날이가버렸습니다 ㅠㅠ

글로만 보는 분들은 소설아니냐고 하시겠지만... 암튼 그때 저와 보급관님은 벙쪄서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너털웃음만 웃었습니다. 붕어 한마리만 외로이 헤엄치는 연못... 도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대통령님 산책 전날 밤새 비가 왔고 계곡물이 넘쳐서 연못의 붕어 한마리도 탈출을 한겁니다 ㅠㅠ

다음날 새벽 붕어가 없는 걸 발견라고 보급관님이랑 미친듯이 차를 몰아 다시 만원에 붕어 두마리를 사다가 아슬아슬하게 연못에 풀어놓고서야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그 외에 대통령께서 막사 앞을 지나가신다는 말에 대대에서는 "군인들이 즐겁게 지낸다는 걸 보여드려라"는 지시하에 아이디어를 내다가 "우리가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는 걸 보여드리자"며 막사앞 화단에 부식으로 나온 무와 당근등을 꼽아놓기도 하고 상추잎도 정성스러 둥글게 묶어서 꼽아놓고는 낄낄거리며 재밌어하곤 했네요. 

대통령님이 산책하시다가 경비병들을 만나면 많이 웃어주시고 악수도 해주시고 해서... 산책시간에 자신의 경비시간이 되면 다들 두근두근 하곤 했습니다. 물론 안전상의 이유로 탄환은 모두 반납하고 빈 총으로 경비를 섰고 그 외의 인원은 모두 막사안에 숨어서 대통령님 지나가시기만을 기다리며 불을끄고 있었지만요^^

제대할 즈음에는 서울이 충청도로 옮겨질꺼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우리 부대도 청와대를 따라 충청도로 옮겨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제발 내 군생활내에는 벌어지지 말라"며 간절히 기도하곤 했네요. 

제대후에 대통령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참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산책로와 벤치, 연못과 붕어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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