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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유정 선배 이야기 (치인트가 일일드라마가 되길 기원하며)
게시물ID : humorstory_4438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5
조회수 : 2807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6/02/05 11: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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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며칠 전부터 몇 년간 봉인했던 디아블로 3를 다시 시작했다.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98880 디아블로 시작하는 이야기)
게임을 싫어하는 아니 게임 하는 남자 사람을 싫어하는 와이프가 내게 게임을 허락하게 된 이유는 매주 월, 화 방송하는 '치즈 인 더 트랩' 이라는
드라마, 정확히 말하면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유정 선배님 덕분이다. 
우리 부부가 안 자고 버티려는 삼삼이를 간신히 10시 정도에 재우고 나면 나는 맥주를 한 잔 마시거나 책을 읽는 편이고, 와이프는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는 편이었다. 여가에 게임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치인트라는 드라마가 방영하기 시작한 뒤 우리 부부의 
삶이 조금은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와이프와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현실감이 없다. 항상 출생의 비밀과 
재벌 이야기라서 상투적이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봤을 때 전혀 현실성이라고는 제로(남녀가 어떻게 수업받을 
때 같은 자리에 앉어.. 대학생활 6년 동안 반경 3미터에 여자가 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에 가까운 치인트라는 드라마에 
와이프가 그렇게 몰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집중하는 시선의 대상은 당연히 유정 선배(박해진 님)이다.
와이프는 드라마를 보면서 유정 선배를 찬양하는 말을 아끼지 않을 때 나는 옆에서 치인트라는 드라마와 등장인물을 폄하하기 시작했다.
(절대 질투심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질투하다니 내가 애도 아니고 후훗...)

"유정 선배란 사람 말이야. 성격에 약간 문제가 있잖아. 저런 사람이 결혼하면 와이프를 혁대로 때린다. 아니면 촛농으로.."

"그런데 이 드라마 여주인공 싸이 안 닮았냐? 대디 참 좋아하게 생겼네.. 어.. 그러고 보니 은교네? 은교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더니 
염색도 하고..."

"우리 와이프가 유정 선배를 참 좋아하긴 좋아하나 보네. 마트에서 계란도 이제 '유정'란을 사오고.."

물론 나는 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와이프 옆에서 깝죽대다 처절하게 응징당한다.

내가 11시 이후 완벽한 자유시간을 갖게 된 계기는 드라마에서 술에 취한 유정과 홍설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 덕분이었다. 와이프는 자기가 
키스하는 것도 아닌데 얼굴이 붉어지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앉아 "어떡해.. 어떡해.." 하며 다리를 동동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나는

"저 매너 없는 놈.. 어떻게 술에 취해서 키스 해. 술 냄새 지독 할 건데.. 저 자식 저거저거 키스하려고 수작 부리는거네...." 

키스보다 여자와 술 마신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여자와 술을 마셔본 게 도대체 언제인지.. 이명박 정권 때 한 번 마셔본 거 같기도 하고..
싸이와 닮긴 했지만 그래도 귀여운 후배 여자랑 술 마시는 유정이라는 놈이 부러웠다.

"좀.. 조용히 해! 드라마 좀 보자! 내가 오빠 책 읽을 때 심부름시키면 싫어하지? 나도 똑같아 지금.."

"우리 부인이 달달한 키스하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하면서 내게는 탐스럽지만 타인에게는 탐탁지 않게 보이는 두툼한 주둥이를 쭉 내밀었다.

"오빠.. 제발 닭똥집 좀 치워."

"아! 나도 유정 선배처럼 소주로 입 한 번 헹구고 올까?"

"오빠 미안하지만 잠깐만 밖에 나가 줄래? 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

"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 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 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 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

지난 몇 주간 소중한 자유시간을 얻기 위한 나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나는 치인트 2회차 때 와이프가 이 드라마에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인 것을 파악한 뒤 치밀한 카이저 소제가 되기로 했다. 목표는 적어도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피시방에서 디아블로 3 새로운 
시즌이라는 것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다렸던 사라마구의 신작을 읽기를 포기하면서 나는 와이프와 치인트를 함께 보며 와이프의 짜증을 
유발했고 드디어 와이프는 내게 자유시간을 허락했다. 물론 그 몇 주의 시간 동안 나는 오글거림을 참아냈고, 드라마의 등장 인물들과 외모로 비교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고통의 결과는 너무나 달콤했다. 2016년 최초의 고진감래의 시간이었다. 

치인트 드라마가 전원일기만큼 장수하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정선배는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 잘하시고 은퇴 후 귀농해서 양촌리 유회장이 되고 홍설양은 유회장과 결혼해서 훗날 도시락 사업으로 
성공하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드라마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아들 한 명은 국제전화 CF 찍고.. 둘째 아들은 찍지 마 시발...

나의 아주 소박한 바람이다.
출처 국민 드라마 치인트 감사합니다.
유정 선배는 사랑입니다. 사랑
홍설은 뭐..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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